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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접은 스위스 시계 … 내 안에도 '스마트' 있다





[똑똑한 금요일] 시계업체 vs IT기업 '손목전쟁'
70년대 쿼츠 시계에 밀린 기억
스마트워치 무시하던 시계 업계
애플워치 출시 앞두고 변화 기류
태그호이어, 구글·인텔 손잡아
스와치는 무선 결제 시계 개발
중국제 IT부품 사용하게 돼
'스위스제' 정체성 흐릴까 우려도









시계 하면 스위스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항상 스위스 시계산업이 순항한 건 아니다. 쑥쑥 성장하던 스위스 시계산업은 1970년대에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의 시계업체 세이코가 69년 배터리를 이용한 쿼츠 손목시계 ‘아스트론’을 선보이면서다. 당시만 해도 시계는 태엽장치로 움직이는 정교한 제품이었다. 머리카락처럼 얇은 태엽, 나사, 기어를 스위스 장인이 일일이 조립해 만든 시계는 부의 상징이었다. 이런 손목시계를 차는 것만으로도 부를 과시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일본 등에서 생산한 값싼 쿼츠 시계가 시장을 장악해서다. 기계식 시계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전 세계 시계 시장의 45%를 차지했던 스위스 제품의 점유율은 10년 만에 10%대까지 급감했다. 한때 9만 개에 달했던 시계산업 일자리는 83년에는 2만8000개로 줄며 스위스 시계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전통 시계 업체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83년 첫선을 보인 중저가 제품 스와치였다. 금속과 가죽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계였다. 젊은 층을 노린 혁신적인 디자인과 형광색과 같은 파격적인 색상을 앞세웠다. 일본 제품을 밀어내고 스위스 시계산업을 재건한 주인공이 됐다. 이것이 스위스 업계가 70~80년대에 겪은 ‘쿼츠 크라이시스(Quartz Crisis·쿼츠 위기)’다.



 이런 ‘쿼츠 크라이시스’의 악몽이 최근 재현되고 있다. 스마트워치 때문이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시계 박람회인 스위스 ‘바젤 월드 2015’. 이 박람회장의 1번 홀은 ‘시계 브랜드의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태그호이어의 부스 입구에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인 인텔과 구글의 로고가 박힌 커다란 배너가 당당히 자리 잡은 것이다. 온라인 전문지 웨어러블은 “(로고로 상징되는) IT 거인의 존재는 시계 업계에 드리워진 암운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전했다.



 명품 시계 업체와 IT 거인의 어색한 만남은 깜짝 뉴스로 이어졌다. 장클로드 비버 LVMH 시계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태그호이어가 구글·인텔과 손잡고 올해 안에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인텔은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태그호이어의 시계 제조기술을 활용해 기계식으로 구동하는 스마트워치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스위스 워치 밸리와 미국 실리콘밸리가 결혼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워치는 그동안 ‘바젤 월드’의 금기어였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전통 시계 업계는 스마트워치의 충격을 애써 무시해 왔다. 하지만 애플워치의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시계 업계의 전략도 변하기 시작했다. 애플워치를 비롯한 스마트워치가 중저가 시계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시계업체들도 스마트워치를 개발해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쿼츠 시계 때문에 발생한 위기를 스와치가 쿼츠 시계로 맞붙어 돌파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이미 브라이틀링(B55커넥티트)과 몽블랑(e스트랩), 불가리(디아고노 매그네지움) 등은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스마트워치 개발을 위한 짝짓기도 본격화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미국 풀파워테크놀로지를 기술 파트너로 해 ‘오를로지컬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스와치는 근접무선통신(NFC) 칩을 넣어 접촉하지 않고 결제를 하거나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올해 안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중국 유니언페이와 협약을 맺었고 비자카드 등과도 접촉하고 있다. 구찌는 ‘블랙아이드피스’ 멤버로 활동했던 가수이자 2011년부터 인텔 혁신책임자로 일하는 윌아이엠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워치인 ‘스마트밴드’를 공개했다.



전문지인 아이비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가 수출한 시계는 2860만 대다. 이 중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판매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3000스위스프랑(3076달러) 미만의 시계는 전체의 94%를 차지한다. 시계 전문지 호딘키의 켈리 자스퍼 편집장은 “대중적인 시장을 겨냥하는 브랜드의 경우 스마트워치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바클레이스의 분석을 인용해 만약 애플워치가 출시 첫해에 2000만 대가 팔렸을 때, 구매자가 다른 시계 브랜드에서 옮겨왔다고 가정할 경우 스와치의 연 매출은 6%포인트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마트워치가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미국인이 더 이상 시계를 차지 않는다. 그런데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스마트워치는 시간은 스마트폰에서 확인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이 시계를 착용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30년 만에 닥친 위기를 맞불 전략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스위스 시계 고유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바셀 코하리 베렌버그 애널리스트는 “IT업체와 손잡고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면 부품 중 중국제도 들어가게 돼 ‘스위스제’ 시계라는 정체성이 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쿼츠 크라이시스의 트라우마를 겪은 시계 업계가 이번에도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 다음달 24일 애플워치가 출시되면 시계업체와 IT업체의 ‘손목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사진 설명



사진 1
그래픽



사진 2 브라이틀링의 B55커넥티드. 스마트폰과 연동돼 자동으로 현지시간이 설정된다. [브라이틀링]



사진 3 시곗줄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몽블랑의 스마트워치 e스트랩.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다. [몽블랑]



사진 4 활동량계와 수면계를 탑재한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오를로지컬 스마트워치. [프레드릭 콘스탄트]



사진 5 알피나의 오를로지컬 스마트워치. 모션엑스를 탑재해 운동과 수면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 [알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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