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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이사 가면 사업 망한다' … 영도 삼신할매 전설 아세요

박경효 서양화가가 영도 봉래산 정상에 있는 할미 바위를 소재로 그린 그림. [사진 영도문화원]
부산 영도구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영도의 중심 봉래산(해발 395m)에 있는 산신(山神)인 삼신할매 전설이다. 봉래산 정상의 바위는 구부정한 할머니의 모습을 닮아 ‘할미바위’로 불린다. 이 전설의 핵심은 영도를 떠나려면 할매가 잠든 밤에 떠나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사업 등이 망해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도서 새벽 이사 많은 까닭
나이 많은 주민들 사이 풍속
"택시 타고 나가야 한다"속설도
2011년부터 할미바위서 기원제

 향토사학자인 김도용(74) 전 동주대 박물관장은 “영도의 삼신할매 전설은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라며 “고향을 떠나더라도 영도를 잊지 말라는 정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영도 사람들의 끈끈한 정을 보여주는 전설인 셈이다.



 영도가 고향인 박모(55)씨는 2000년 연제구로 이사했다. 낮에 이삿짐을 꾸려 화물차로 짐을 먼저 보내고 자신은 가족과 함께 다음날 새벽 택시를 타고 영도를 빠져나왔다. 그는 “영도를 떠나는 모습을 삼신할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새벽에 몰래 나왔다”며 “나이 많은 영도 주민은 하나의 풍습처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 때문에 대낮에 이사했다가 망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 영도의 한 이삿짐업체 대표는 “요즘도 새벽에 이삿짐을 옮겨달라는 주문이 종종 들어온다”며 “대부분 영도에서 오래 산 나이 많은 주민”이라고 전했다.



 삼신할매 전설은 1800년대 영도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살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록이나 관련 문헌은 남아 있지 않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특성 때문이다.



 민간신앙인 칠성(七星) 신앙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기반으로 한 칠성신앙에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이 등장한다. 이 신앙이 어린아이의 출생에 관여하는 삼신할매와 접목돼 영도의 전설로 굳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영도 토박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영도향토문화동호회(회장 박해철)는 2011년부터 매년 6월 11일 할미바위 앞에서 삼신할매와 영도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지낸다. 2009년 6월 11일 할미바위 앞에서 일제 강점기 때 박은 쇠말뚝을 제거한 것을 계기로 시작한 기원제다. 매년 9월 영도다리 축제 때는 삼신할매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 퍼레이드도 연다.



 이 전설은 ‘밤에 떠나더라도 영도(봉래산)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사 가야 삼신할매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거나 ‘택시를 타고 나가야 삼신할매에게 들키지 않는다’는 내용으로도 전해진다.



 하지만 영도가 부산항대교와 남항대교·부산대교 등으로 육지와 연결돼 사실상 육지와 다름없게 되면서 이 전설을 믿고 따르는 사람도 급격히 줄고 있다. 김이곤(77) 전 영도박물관 관장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삼신할매 전설을 듣고 자랐다”며 “이야기를 잘 정리해 홍보하면 독특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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