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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일방적 임금인상 통보 … 결국 북한이 손해다

중국 시양그룹이 북한의 일방적인 세금 인상 통보로 손을 뗀 함경북도 무산철광. [중앙포토]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중국 500대 부호로 꼽히는 저우푸런(周福仁·58) 시양그룹(西洋集團) 창업주는 북한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거대 철강기업을 일군 그에게 2억4000만 위안(약 427억원)의 투자 실패를 안겼기 때문이다. 시양그룹은 2012년 인터넷에 “북한 투자는 악몽”이라며 “북한이 사기꾼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시양그룹은 2006년 함경북도 무산철광 개발에 들어갔다. 무산철광은 김일성이 생전에 ‘보배’라고 칭했던 아시아 최대의 노천철광으로 꼽힌다.



 문제의 발단은 북한의 일방적 계약 변경이었다. 2008년 북한은 일방적으로 ‘자원세(稅) 25%포인트 인상’을 통보했다. 시양그룹은 철수를 결정했다. 놀란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당초 계약대로 하자”는 문건을 내밀었다. 그러다 2011년 시양그룹이 무산철광에서 고급 철강 생산에 성공하자 북한은 돌연 북·중 근로자 동일 임금 요구 등 16개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들고 나왔다.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북한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단전·단수 조치를 했다. 결국 시양그룹은 쫓겨났다.



 지금 개성공단 사정이 그때와 똑같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결정으로 개성공단 13개 임금 관련 조항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 남북 양측이 합의해 5% 이하로 적시된 임금 인상률을 5.18%로 올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0.18%포인트의 딜레마에 갇혔다. 당국자들은 “‘0.18’이라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일방적 통보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의 입장을 받을 경우 시양그룹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애꿎게 새우 등 터지는 건 기업인들이다. 지난 25일 제10차 개성공단 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만난 기업인들의 얼굴엔 시름이 가득했다. 임금 지급일인 10일은 다가오는데 남북 당국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어서다. 이날 협회 정기섭 회장은 “북한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탄했다. 시양그룹 저우 회장의 마음과 통하는 듯했다.



 분명한 건 시양그룹 건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건 북한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투자자는 러시아에 빼앗겼고 무산철광은 지난해 생산을 멈췄다. 소탐대실이다.



 북한도 해외 투자의 필요성은 절감하는 듯하다. 지난해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선 해외 투자 설명회도 했다. 물론 “북한 투자로 실패한 경우는 법적 절차를 따지지 않고 계약한 탓”이란 궤변을 늘어놨지만.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연일 제빵기술(25일)과 체육(26일)의 국제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국제화해야 하는 건 바게트 빵과 활쏘기 실력보다 신뢰가 우선인 듯 싶다.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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