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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리의 대안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이달 초 시민들이 참여해 사회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해외 취재길에 올랐다.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렸다. 다음 비행편을 타러 가는 길에 심사관들이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네덜란드는 방문하지 않는데 왜 그럴까’ 싶던 궁금증은 스페인에 입국하면서 풀렸다. 스페인 공항에선 짐을 찾아 나가기만 하면 됐다. 유럽연합이 하나의 국경으로 묶인 걸 잊었던 것이다.



 사실 스페인으로 향하며 반신반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매긴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 기준) 랭킹에서 한국은 스페인을 앞섰다. 세계를 주름잡던 강대국이지만 경제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데 한국보다 나은 게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미래를 향한 고민과 노력은 스페인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초고속 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깔린 한국에 비해 오히려 인터넷이 느려터진 스페인에서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식인들의 움직임은 ‘초고속’이었다.



 스페인의 사회활동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어떻게 접목할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웹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개인의 부(富)가 아니라 ‘사회적 이윤’을 창출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스페인 빌바오에 사는 건축학자 앤디 베이커는 개인과 기업 등이 에너지 절약 활동을 하며 포인트를 쌓아 순위 경쟁을 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기업은 전기세를 아끼면서 이미지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우리는 그동안 대체에너지를 얻으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고 봉투를 유료화하는 방식을 썼다.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한 베이커는 “최단 기간에 지구 온난화를 줄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자들이 선보이는 혁신은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베이커는 웹사이트 이름에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표현을 넣었다. 친환경 기업이나 개인끼리 친구를 맺으면 포인트를 줘 서로 견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스포츠과학을 전공한 프랑스 젊은이 두 명도 지속 가능한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내놨다. 노인이 스스로 걷도록 운동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인데 개인당 한 시간에 3000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복지라면 무료를 떠올리는 한국에선 예산 부족으로 시끄럽지만 노인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는 적정 수입을 올리고 이용자는 부담이 없는 시스템을 민간이 만든 것이다.



 유럽 활동가들은 한 나라의 성공 사례가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혁신의 노하우가 발견되면 디지털 자료로 공유한다. 한국에선 일제시대와 전쟁을 거치느라 시민사회의 발전이 더뎠지만 전환기를 맞을 때가 됐다. 청년실업과 양극화·고령화 등 다가올 과제에 대해 우리가 마련 중인 대안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일까. 유럽 각국은 그 해답을 선(善)한 의지와 기술을 묶는 것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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