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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는 왜 연말정산의 피해자가 됐나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지난달 월급을 받고 난 뒤 통장이 부쩍 가벼워졌다. 연말정산 탓이다. 1년 전과 비교해보니 세금이 꼭 200만원 늘었다. 월급에도, 가족 수에도 변동이 없으니 정부는 아니라고 하는 ‘증세’의 피해자가 된 게 분명하다.



 속은 쓰리지만 ‘증세’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더 낸 세금이 적잖은 돈이지만 그렇다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은 아니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걷어 적게 버는 사람에게 지원한다’는 명분에 딴지를 걸 생각도 없다. 없는 사람이 더 가난해져서는 공동체의 미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나 사회적 안녕도 기약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이번 연말정산은 아무래도 명분 따로 내용 따로다. ‘증세’의 내용부터 국가 백년대계와 거꾸로다. 내가 더 낸 세금 200만원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따져봤다. 먼저 노후 생활과 큰 병에 걸릴 때를 대비해 10년 이상 연 400만원씩 들고 있는 연금저축과 보험에서 48만원이 더 나갔다. 힘들게 알아서 노후 대비하지 말고 나이 들면 국가에 손 벌리라고 하는 꼴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초(超)고령화 사회가 곧 닥쳐 온다고 부산을 떨고 있으니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둘째로 다자녀 공제가 사라지면서 세 아이 몫의 세금이 또 비슷하게 늘어났다. 출산 공제까지 사라진 걸 생각하면 “2014년에 애 안 낳은 게 다행”이란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지난달 대통령이 저출산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합심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데, 어느 장단이 맞는 건지 헷갈리기 짝이 없다.



 문제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두가 안다. 증세를 증세라 말하지 못하는 ‘꼼수 증세’다. 정부가 말한 애초 취지를 살리려면 소득세율을 조금씩 올리는 게 가장 투명하고 공평했다. 억지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교육비와 의료비 같은 필수적 지출에 대한 공제를 확 줄이면서 세제 개편의 명분도, 실리도 사라졌다.



 다음주 정부가 연말정산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고 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벌써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문득 그의 ‘예상’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진다. 부디 ‘방식과 내용은 몰라도 숫자는 맞았다’는 강변은 아니길 빈다. “풀이 과정은 틀렸어도 답은 맞혔으니 만점을 달라”고 하는 것과 똑같으니 말이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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