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간절기'는 없다

옷 입기가 참 애매한 계절이다. 아침에는 영도 가까이 떨어지다가도 낮에는 10도를 넘어 20도 가까이 오르는 등 일교차가 매우 커서다. 아침을 기준으로 두꺼운 옷을 입으려니 낮에는 덥고, 가벼운 옷을 입으려니 밤에는 춥다.

 패션에서는 이런 때를 보통 ‘간절기’라 부른다. ‘간절기 스타일’ ‘간절기 코디’ 등 이맘때 옷 입기와 관련한 것들에는 대부분 ‘간절기’라는 말이 사용된다. ‘간절기 코트’ ‘간절기 재킷’ ‘간절기 아우터’ 등 신상품에도 ‘간절기’라는 말이 붙어 있다.

 그러나 ‘간절기’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간절기’는 정체불명의 말이다. 한자어권 어디에도 이런 단어는 없다. 일본식 표현을 오역한 것일 뿐이다. 일본어에는 ‘환절기(換節期)’라는 말이 없어 대신 ‘절기의 사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節氣の間’이다. ‘間(あいだ)’은 시간적·공간적 간격을 나타내는 용어다. 이 ‘節氣の間’을 무분별하게 옮긴 것이 바로 ‘간절기’다(오경순 저, ‘번역투의 유혹’).

 지난 2000년 국립국어원이 ‘간절기’를 신어 목록에 올렸지만 이는 한 해 동안 신문이나 잡지 등에 새로 등장한 용어를 모은 것일 뿐이다. 이 가운데는 유행어뿐 아니라 비속어도 포함돼 있다. 그 말이 어법상 옳은 것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간절기’라는 말을 사용해도 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간절기’가 마치 업계 전문용어인 것처럼 널리 쓰이면서 우리 고유어인 ‘환절기’를 밀어내고 있다. ‘간절기’가 ‘절기의 사이’로 더욱 분석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단절이나 공간이 있는 게 아니다. 겨울인 듯 봄인 듯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계절은 그렇게 바뀌어 간다.

 요즘은 패션에서 한 발 나아가 ‘간절기 증후군’ ‘간절기 피부염’ ‘간절기 건강관리’ 등 의학 분야에서도 ‘간절기’라는 용어의 사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간절기’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나타내는 ‘환절기’와 결국은 같은 뜻이다. 소중한 우리말을 두고 정체불명의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간절기’는 ‘환절기’일 뿐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