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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더 비싸니 … 더 끌리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9층 가전제품 매장 한켠에 자리한 스웨덴 카메라 브랜드 ‘핫셀블라드’ 매장. 언제나 한산해 보이지만 월 매출액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개당 가격이 최소 20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평균 4000만원 수준이다. 일반 소비자에겐 이름도 생소하지만 ‘카메라계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과 함께 백화점 VIP 고객 사이에서 인기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우주선에 싣고 가서 달 사진을 찍은 카메라라는 스토리까지 담아 ‘특별한 명품’이란 컨셉트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수천만~수억원대의 시계·보석 브랜드 바쉐론콘스탄틴은 올해 한 백화점 매장에서 월평균 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매출이 늘었다. 고가일 수록 더 인기다. 8000만원 이상 하는 ‘패트리모니’ 제품 라인의 경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최저 2000만원 카메라 매장 한달 매출 2억

 루이비통·프라다 같은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보다 훨씬 가격대가 높은 ‘최상위 명품’ 브랜드가 인기다. 명품(luxury)을 뛰어넘는 명품이라는 뜻에서 ‘하이퍼럭셔리(hyperluxury)’라고도 한다. 장기적인 소비침체에 명품 브랜드 매출마저 주춤하지만, 초고가 명품은 오히려 해마다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평균 가격이 3000만~2억원 수준인 고가 시계·보석 브랜드의 매출 성장률이 2013년 12%에서 올해(1~3월)는 20%를 넘어섰다. 백화점 전체 매출 성장률은 같은 기간 2%에서 0.7%로 떨어졌다. 소비침체에 접어들던 2013년만 해도 고가 브랜드의 매출 성장률이 전체 매출 신장률의 6배 정도였는데, 올해는 약 30배로 차이가 급격히 벌어진 것이다.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악어·타조가죽로 만든 초고가 제품(평균 800만~1500만원)은 10%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시장이 성숙해지고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처음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신규 고객이 늘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진입 장벽이 낮은 이른바 ‘엔트리 브랜드’가 성장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3년전부터 엔트리 브랜드를 처음 구입하는 고객이 줄고, 기존 엔트리 고객은 한단계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소비 양극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품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의 경우 전체 매출은 2013년 4.3% 증가했다가 올해는 오히려 2.6% 감소했다. 하지만 피아제·브레게 같은 초고가 시계·보석브랜드는 같은 기간 11.4%에서 16.3%로 증가했다. 에비뉴엘 관계자는 “스위스 시계·보석박람회에서 바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행사를 열면 40억원어치씩 팔린다”고 말했다. 반면 이보다 가격대가 낮은 시계·보석브랜드 매출은 19.5%에서 3.3%로 감소했다.

 갤러리아명품관도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6%에 그쳤지만 고가의 시계와 보석은 17%로 약 3배였다. 고가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이른바 VIP 고객의 소비도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VIP 고객의 매출은 24%가 늘었고, VIP 고객 1인당 구매액은 30%나 늘었다. 한 백화점 명품 담당 바이어는 “억대의 시계·보석을 구매하는 최상위 VIP 고객은 불황에도 크게 타격이 없기 때문에 소비가 꾸준하다”며 “명품 브랜드를 누구나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VIP 고객이 ‘나만이 살 수 있는 차별화한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반 고객은 엄두도 못낼 정도의 초고가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는 배경이다.

 캐주얼한 패션 의류도 구매 가격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에르노’의 경우 봄에 입는 얇은 패딩재킷을 120만원이 넘는 가격에 내놓았지만 백화점 매장에서 20대 대학생, 40대 어머니, 70대 할머니의 3대가 색상과 디자인만 조금씩 달리해서 한꺼번에 3벌을 구입해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에르노 매장의 평균 매출은 월 3억원을 넘었다. 고급 캐시미어 브랜드로 유명한 로로피아나의 경우 로고도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디자인이지만 최고급 소재를 쓰기 때문에 니트 하나에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일반 VIP고객은 선호하지 않지만, 연간 명품을 1억원 이상 구입하는 최상위 VIP 고객 사이에선 손꼽히는 인기 브랜드다. 현대백화점 이정환 해외패션 바이어는 “수량이 적은 고가 제품 라인은 돈을 먼저 지불하고 한두달 기다렸다가 찾아갈 정도”라며 “나만의 특별한 상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거리에 나가면 3초만에 한 개 꼴로 볼 수 있을만큼 흔하다고 해서 ‘3초백’이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대표적인 엔트리 브랜드로 꼽히는 루이비통도 이런 최상위 명품 선호 경향에 따라 전략을 바꾸고 있다. 루이비통은 특유의 LV 로고가 있는 모노그램백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할만큼 대표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는 초고가 브랜드처럼 로고를 없애고 고급 소재를 써서 가격을 크게 올린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고급 가죽으로 만들고 특유의 로고가 없는 ‘카푸친’ 제품은 700만원대 후반이다. ‘알마’를 비롯한 기존 핸드백 모델도 악어가죽 같은 특수 소재로 만들거나 크리스탈 세공을 더해 900만~4500만원까지 가격을 올렸다. 펜디·구찌·마놀로블라닉 같은 명품 브랜드도 주문제작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최고급 제품 전략을 펼치고 있다.


럭셔리카 마세라티, 400% 넘는 판매 성장

 고급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벤츠·BMW보다 더 고가인 벤틀리·마세라티·페라리 등의 인기가 뜨겁다. 영국의 럭셔리카 브랜드인 벤틀리의 판매 대수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이다. 지난해에만 벤틀리는 우리나라에서 322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판매대수가 94%가 늘었다. 우리나라 진출 이후 최대 판매치를 기록했다. 수억원의 가격도 장애물이 되지는 못했다. 판매 시작가가 대당 2억6000만원인 벤틀리 플라잉스퍼V8의 경우 지난해 9월 국내 출시 이후 넉달 동안 40대를 팔았다. 벤틀리의 인기는 올해에도 뜨겁다. 올들어 2월까지 판매대수는 20대다.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들에도 한국 시장은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인 마세라티는 지난해 국내에서 723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469%라는 기록적인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일본·중국은 제외) 국가 중 한국 시장의 규모가 가장 커졌다.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인 페라리가 지난해 들여온 ‘캘리포니아 T’의 한국 배정 물량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페라리 수입사인 FMK측은 “캘리포니아 T를 비롯한 페라리 브랜드 차량들은 철저한 주문 생산 방식으로 주문 이후 인도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도 고객들이 대기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주문량을 다 대지 못할 만큼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구희령·이수기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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