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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 - "인간에 대한 미련· 전투정신 가져야"

[이코노미스트] 성희롱 피해자에서 ‘갑을소송’ 전문 변호사로 거듭나



[김현동 이코노미스트 기자]




‘한 여성이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했다. 하지만 인사팀은 대기 발령 등 각종 불이익을 줄 뿐이었다. 이 여성은 회사와 당당히 맞서 승소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홀연히 떠난다. 몇 년 후, 그녀는 자신에게 불이익을 줬던 회사 인사 담당자를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엔 일방적 피해자가 아닌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그녀는 인사 담당자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무슨 신파극이나 아침 드라마 줄거리가 아니다. 연 매출 7조에 달하는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기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언뜻 통속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은의(42)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다. 3월 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 정곡빌딩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성희롱 피해자가 무슨 연유에서 변호사가 됐을까. 행정소송(2009년 8월)과 민사소송(2010년 4월)에서 삼성전기를 상대로 승소한 이후, 그는 퇴사하고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했다. 1학년 재학 중 신정아 전 성곡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전남대에서 강연을 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당시 김동호 전남대 로스쿨 교수에게 강연의 적절성 여부를 물었다. 김동호 교수는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소수자의 말도 끝까지 귀를 열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법조인이네. 자네는 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마지노선이야”라고 말했다.



이 말에 깊은 깨달음을 얻은 이은의 변호사는 ‘갑을(甲乙)소송’ 전문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본인 경험을 살려, 주로 대기업의 횡포에 피해를 입는 을(乙)들을 대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전문성은 역시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 대기업에 맞서 본 경험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갑을소송에서 을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이은의 변호사는 을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근퇴를 이유로 부당해고 했다면 ‘출퇴근 기록부를 출력해 통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이 변호사 자신의 소송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소송 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지각한 적이 있고, 꽃무늬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도 있는 무능한 직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기에 맞서 3년치 출퇴근 기록부를 모두 정리해 제출한 바 있다.



대기업에 맞서기로 마음먹었다면 되도록 퇴사하지 말라는 조언도 남긴다. 회사에 맞선 사람에겐 동료들이 어쩔 수 없이 거짓 증언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이들을 만나면 최소한 거짓 증언은 어려워진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던 소송으로 30대를 모두 보낸 이은의 변호사. 그럼에도 삼성전기 소송은 변호사 자질을 발견한 계기였기에 후회는 없다고. ‘(이 변호사는) 불의에 대한 전투정신과 인간에 대한 따듯한 정 내지는 미련을 가지고 있다네. 바로 그것이 훌륭한 변호사의 자질이네.(이현재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이은의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中)’



그렇다면 그녀의 소송은 과연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일까. 경직된 대기업 문화에 영향을 미치긴 했을까? 섣불리 평가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변호사가 가끔 삼성 여직원들에게 이런 연락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언니 나가고 삼성에서 성희롱 문제는 일사천리로 해결해줘요. 고마워요, 언니.’



글=문희철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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