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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며, 자다 깨다 '책 감옥' 하룻밤 … 책보다 눈꺼풀이 무겁더라

18일 밤 윤형철씨가 『설국열차』를 읽고 있다. 윤씨는 “밤을 새워서 책을 읽은 경험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당신은 이달에 책을 사느라 9800원을 지출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책 구입에 쓴 월평균 비용이군요. 이 수치는 사실 좀 낯 뜨겁습니다. 9800원이면 커피 두 잔 값 정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매일 마시는 커피를 좀 줄이면 책을 더 구입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독서는 확실히 의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12시간 강제로 책읽기 실험
소설·이론서 등 골라 밤샘 독서
박원순 서울시장 '깜짝 방문'
"대학 때 감옥서 읽은 책 감명
독서로 얻은 지식 평생 가"
새벽 3시 넘어가자 졸음과 사투
"책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는데 …
오늘 읽은 책은 평생 못 잊을 것"



 20~30대 청춘도 다르지 않습니다. 취업 준비에 회사 격무에 시달리는 청춘들에게 독서는 성가신 일로 여겨지곤 합니다. 청춘리포트는 독서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청춘들에게 극약 처방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책 읽기가 성가시다면 독서를 강제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기획했습니다. 이름하여 ‘도서관에 갇힌 청춘들’.



 청춘리포트는 20~30대 남녀 5명을 서울도서관에 하루 동안 가둔 채 책을 읽도록 했습니다. 이들은 도서관 문이 닫힌 18일 오후 9시부터 개관을 하는 19일 오전 9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졸음 금지’ 원칙에 따라 밤새 뜬눈으로 책을 읽어야만 했습니다. 하룻밤의 ‘독서 감옥’ 체험을 통해 청춘들의 독서관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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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서울도서관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갓길 안전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18일 오후 8시50분. 28만여 권의 장서가 빼곡히 들어찬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폐관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린다. 모두가 짐을 챙겨 도서관을 나서는 시각. 육중한 도서관 문을 밀고 들어선 다섯 명의 청춘이 있었으니…. 청춘리포트는 이들을 도서관에 몰아넣고 12시간 동안 강제로 책을 읽도록 했다.



 오후 9시 청춘남녀 5명이 도서관에서 첫 미팅을 했다.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2학년 인 윤형철(20)씨와 서지원(23)씨는 학과 선후배 사이다. 형철씨는 “학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본 적이 없다”며 “고3 때 이후 책을 보느라 밤새우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꺼내 든 책은 만화 원작 『설국열차』. 지원씨는 『폴 스미스 스타일』을 꺼내 왔다.



 연세대 국문과 4학년 동갑내기인 심지현(23·여)씨와 이현지(23·여)씨는 책을 가까이 하는 편이다. 특히 이씨는 온라인 서점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소설 매니어다. 이날도 현지씨가 처음 꺼내 든 책은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였다. 지현씨가 고른 책도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신경숙의 『외딴방』 등 소설책이었다. 이들은 “재밌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소설이 좋다”고 말했다.



 가구업체 한샘 신입사원 박경태(31)씨는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짜증은 전염균을 갖고 있어요』 등 동화책을 잔뜩 들고 왔다.



 “나이가 좀 드니까 뭐든 편한 게 좋네요. 재미있고 힐링도 되는 책이오. 사회생활에서도 쉽게 표현하고 말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동화책을 골랐습니다.”



 30분쯤 지났을까.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낯익은 얼굴을 보고 청춘들이 술렁인다. 청춘리포트의 ‘독서 감옥’ 프로젝트 소식을 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서관을 찾아왔다. 박 시장은 “대학교 1학년 때 감옥에 간 적이 있다”며 “그때 책을 엄청 읽었고 당시에 읽은 책이 머릿속에 다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책의 감옥에 갇혔으니 오늘밤 밤새워 읽은 책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편하게 습득한 지식은 오래가지 않는다”며 “노고가 필요한 독서로 얻은 지식은 평생 안 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11시30분 2시간쯤 지나자 점점 독서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경태씨는 어느새 정장을 벗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현지씨는 콘택트렌즈를 빼고 안경을 썼다. 본격적인 밤샘 독서를 위해서다. 지원씨는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미분방정식』. 그는 “공대생이다 보니 매일 조금씩은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상에 앉아 있던 형철씨는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아예 신발까지 벗고 벌러덩 엎드렸다. “좀이 쑤시는 것 같이 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형철씨는 “원체 책을 안 읽으니까…”라며 독서에 몰두했다.



 오전 0시30분 “아!” 책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지원씨가 지겹다는 듯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지원씨는 “책을 읽으면 공부하는 느낌이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스마트폰은 찾으면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니까 책을 찾아보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태씨는 잠이 오는 듯 세차게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이번엔 동화책 대신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집어 들었다. 그는 “언어의 추상성에 흥미가 있다”면서 “일반언어학 강의는 고등학교 때 읽다가 포기해 다시 도전하는 책”이라고 했다.



 오전 3시50분 만화책 『설국열차』를 덮고 소설 『타나토노트』를 펼쳐 보던 형철씨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깜빡 졸던 경태씨는 도서관 1층과 2층 사이 ‘생각마루’로 내려가 아예 드러누웠다. 지원씨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란 책을 들고 졸음과 싸우고 있다. “사진이 많은 책이라 덜 지루하다”고 했다.



 오전 6시5분 도서관 창밖으로 햇살이 비친다. 도서관 청소 아주머니들이 아침 청소를 시작했다. 쌩쌩하게 버티던 국문과 여대생들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사라져선 돌아오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지현씨가 화장을 고치기 시작한다. “앞머리가 떡이 졌네요…. 새벽에 화장을 고치기는 또 처음이네요.”



  오전 9시 막 출근한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이 “밤새 책들은 잘 보셨습니까”라며 인사를 건넸다. 형철씨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앉은 자리에서 두 권을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지원씨는 “힘들긴 했는데 또 도서관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업을 앞둔 현지씨는 “오래간만에 밤을 새웠더니 속이 안 좋다”며 찡그렸다.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경태씨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깨달았는데 당분간은 책이 꼴도 보기 싫을 것 같네요.”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foneo@joongang.co.kr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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