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5060 1학년 "우리는 7살 손주들과 동급생"

지난 23일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창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할머니 6명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왕관을 쓰고 ‘우리들은 1학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임순자·서공순·임금선·정안순·권금순·박금옥씨. 이 학교 1학년생은 쌍둥이 형제인 홍정호·정승군(앞줄 왼쪽부터) 등 총 8명이다. [프리랜서 오종찬]


“우리들은 1학년, 어서 어서 배우자/우리들은 1학년, 어서 어서 자라자/구경하는 참새들아 같이 배우자 … .”

전교생 34명 김제 심창초등학교
한글교실 다니던 할머니 6명 입학
쌍둥이 형제와 같은 반에서 공부
숙제검사 받고 율동·노래도 함께



 지난 23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창초등학교 1학년 교실. 학생 8명이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들은 1학년’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흥겨운 율동까지 곁들였다.



 심창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4명뿐인 미니 농촌학교다. 하지만 올해 새로 들어온 1학년 신입생 중 어린이는 쌍둥이 형제인 홍정승·정호(7)군뿐이다. 나머지 6명은 50~60대 할머니들이다. 석치·규동·거전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다. 지난 2일 정식으로 입학식을 한 이들은 매일 손자뻘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앉아 수업을 받고 있다.



 1학년 할머니들은 오전 8시30분쯤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이어 오전 9시부터 40분 단위로 수업을 하면서 읽기·쓰기·숫자 등을 배운다. 색칠놀이와 동요 부르기도 한다. 1주일에 두 번은 수영과 하모니카 등 방과 후 수업에도 참여한다.



 할머니들이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변신한 것은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교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꿈을 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김제시청에서 열리는 한글 교실에서 배웠지. 하지만 글자 공부 만으로는 영 만족할 수 없드라고. 기왕이면 다른 과목까지 제대로 배워 정식 졸업장을 따자는 생각에 뜻을 같이한 이웃들끼리 용기를 내서 학교문을 두드렸지.” 정안순(66)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학교 측은 처음엔 고민을 해야 했다. 혹시나 교내 분위기가 깨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 인격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공부에 대한 열망을 깨워주는 자극제 역할도 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학교 측은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취학통지서를 발부해 정식으로 신입생을 받았다.



 할머니 초등학생들은 그새 학교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교사들에겐 “호칭을 학생으로 불러달라”며 벽을 트기 위해 노력했다. 공부가 하고 싶어 찾아온 학교인 만큼 쉬는시간에도 웬만해선 자리를 뜨지 않고 책을 들여다 봤다. 숙제를 열심히 해와 “검사해 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



 홍정승(7)군은 “할머니들이랑 얼음땡·술래잡기 놀이를 함께하는 등 친구처럼 지낸다”며 “가끔 할머니들의 틀린 글자를 내가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조성화(38) 교사는 “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결석이나 지각하지 않았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에 면학 분위기도 뜨겁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