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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두 편 찍은 김성근 "실패는 시작의 다른 말"

지난해 9월 해체한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울볼’의 한 장면. 3년 동안 팀을 이끈 김성근 감독(현 한화 이글스 감독)이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오퍼스픽쳐스]


김성근(73·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야신’(野神, 야구의 신이라는 뜻)이란 수식어 외에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고양 원더스 3년의 기록 '파울볼'
열네 번 잘린 내 삶 자체가 파울볼
다음이 있다는 생각에 좌절 안 해 
재일동포 야구단 다룬 '그라운드 …'
야구 아니었다면 북송선 탔을 것
60년대 한국 방문 뒤 북한행 포기



 그는 명확한 동기부여를 통해 수많은 하위팀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야구계에서 그가 감독이 아닌, 스승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가 2011년부터 3년간 지휘봉을 잡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지난해 9월 갑작스레 해체되기까지 프로 2군과의 경기에서 90승 25무 61패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에 간 선수는 31명이나 된다. 프로구단이 외면한 ‘루저’들이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기적이다. 다큐멘터리 ‘파울볼’(4월 2일 개봉, 조정래·김보경 감독)은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혹독한 담금질과 김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을 담았다. 야구보다 인생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인간 드라마다. 냉철한 승부사인 김 감독도 “다큐를 보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타격 자세를 가르치고 있는 김성근 감독(왼쪽). “감독이 직접 몸을 움직여야 선수들이 뭔가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 고양 원더스는 성공의 기록인가, 실패의 기록인가.



 “누구든 실패를 겪을 수 있지만,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파울볼은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니까. 내 인생 자체가 파울볼의 연속이다. 14번 (감독직에서) 잘리고, 15번째 살고 있다. 반드시 다음이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기에 좌절한 적이 없다.”



 - 실패의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했나.



 “가르치고 뒤돌아서면 바로 까먹는 선수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진 않았다. 집요하게 되풀이하며 덤벼들었다.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지 않나. 나 또한 선수로선 재능이 없었지만 미쳤다고 할 정도로 빠져들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 다큐멘터리에도 나오지만, 펑고(선수들의 수비 훈련을 위해 배팅볼을 쳐주는 것)를 직접 하는 이유는 뭔가.



 “감독은 입으로만 지도해선 안 된다. 펑고는 나와 선수들의 대화다. 무언의 대화가 쌓여가면서 신뢰로 바뀐다. 펑고 칠 때는 선수들보다 더 집중해서 한다.”



 - 혼자 도시락을 먹으며 훈련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선수들과의 거리를 엄격히 지키는 이유는.



 “스타 플레이어든, 신인이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한 선수와 밥 먹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질투한다. 남자들의 질투는 파벌을 낳기 때문에 골치 아프다. 정 때문에 대의를 놓치면 안 된다.”



 -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



 “청각장애를 지닌 박병우 선수가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든 안고 가고 싶었는데…. 그는 청각장애 1호 프로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지금도 훈련을 하고 있다. 프로에 가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몰아쳤던 그 경험이 선수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됐을 거다.”



 -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고양 원더스의 퓨처스 리그(2군 리그) 편입을 허용하지 않은 게 해체의 원인이라는 얘기가 많다. 팀이 해체되지 않았다면 계속 감독을 하고 있었을까.



 “고양 원더스는 매년 (프로구단으로)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생 야구단 같았다. 그렇게 계속 아이들을 키워내고 싶었다. 살면서 편한 쪽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어려운 쪽을 택한다. 그 속에 새로운 길이 있기에. 고양 원더스도 그런 길이었다. 고양 원더스는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을 신경쓰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폐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팀이 해체돼 정말 아쉽다. 모든 일이 그렇듯 없애는 건 쉽지만 다시 만들긴 어렵다.”



 - 재일동포 야구단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김명준 감독)에도 출연하지 않았나.



 “1960년대 재일동포 야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일본의 가족들과 함께 북송선을 탔을 거다. 한국을 거지 나라로 알고 있던 가족들을 설득해 북한행을 포기시켰다. 그때 한국에서 처음 맛본 불고기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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