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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암 앓아도 … 농구가 있어 행복

프로농구 열혈팬 유경옥씨(사진 왼쪽)와 김민석씨가 23일 인천에서 만났다. [인천=최승식 기자, 작은사진=유경옥·김민석씨]


지난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 직전 코트로 들어서던 전자랜드 포워드 이현호(35·1m92cm)가 관중석 맨 앞줄에 앉은 한 청년의 모자를 톡톡 쳤다.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앉아 있던 청년의 표정이 밝아지며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전자랜드 지킴이 김민석씨
6세 때 뇌종양 후유증 시력 잃었지만
소리만으로 게임 파악 18년간 응원
동부 선수의 엄마 유경옥씨
위암 선고에도 전지훈련까지 동행
"동부 승리가 최고의 약" 최근 완치



 청년의 이름은 김민석(28). 전자랜드 팬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농구 매니어다. 앞을 보지 못한다. 6세 때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성장도 더뎌 체격이나 사고력 모두 중학생 수준이다. 고단한 항암 치료를 견디는 동안 농구는 김씨의 유일한 벗이었다. 전자랜드는 전신인 대우 제우스 시절부터 그가 응원해 온 팀이다. 지난 18년 동안 대부분의 홈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유씨는 김주성의 팬이고(사진 위), 김씨는 이현호를 좋아한다(사진 아래). [인천=최승식 기자, 작은사진=유경옥·김민석씨]
 그는 농구를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농구를 듣는다”고 표현한다. 4~5세 무렵 아버지의 손을 잡고 농구장에 놀러간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 소리만으로 진행 상황을 파악한다. 어머니 이영숙 씨는 경기 내용을 중계하듯 들려준다. 경기 중 흘러나오는 음악과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 관중들의 환호도 김씨가 흐름을 읽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의 열정에 감탄한 전자랜드 구단은 몇년 전부터 김씨 가족에게 전용석을 마련해줬다. 전자랜드 선수단의 통로와 맞닿은 관중석 모서리 부근 맨 앞자리다.



  김씨는 이현호를 특히 좋아한다. 선수단의 맏형으로서 보여주는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좋아서다. 비시즌에는 따로 만나 식사를 한다. 이현호는 앞을 보지 못하는 김씨를 위해 올시즌 초 자신의 출전을 알리는 둘만의 신호를 만들었다. 입장할 때 김씨의 모자챙을 손가락으로 두 번 톡톡 치면 그 날은 이현호가 출전한다. 어머니 이씨는 “민석이가 5년 전부터 건강이 크게 나빠졌지만 농구장 가는 날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해한다”면서 “아들에게 농구는 유일한 위안이자 삶 자체”라고 말했다.



 농구와 함께 하며 암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원주 동부 팬들 사이에서 ‘지원이 할머니’로 불리는 유경옥(64)씨가 주인공이다. 지원이는 유씨의 손녀딸이다. 유씨는 김주성(36·2m5cm)의 열성 팬이다. 지난 2002년 김주성이 동부의 전신인 TG 삼보에 입단한 이후 13년째 변함 없이 응원하고 있다.



 유 씨는 김주성을 ‘우리 아들’이라 부른다. 엄마처럼 그를 꼼꼼히 챙긴다. 시즌 중은 물론 연습경기와 전지훈련까지 따라다닌다. 어느덧 동부 선수들 모두가 ‘아들’이 됐다. 유씨는 틈날 때마다 인삼과 떡, 매실 원액, 복분자 등을 선수들에게 안긴다.



 유씨는 동부를 응원하며 위암을 이겨냈다. 8년 전 위암 초기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치료를 받으며 변함 없이 농구장을 다녔고,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유씨는 “딸들이 ‘엄마에겐 비싼 약보다 동부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더 좋은 약인 것 같다’고 놀린다”면서 “나에게 주성이는 프로농구 최고 선수, 동부는 최고 명품 구단이다. 동부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2008년에 꽃가루가 떨어지고 모두가 뜨겁게 환호했던 그 장면을 올 시즌에 꼭 재현하길 바란다”고 했다.



 두사람이 응원하는 팀들이 올 시즌 4강 PO에서 만났다. 23일 마주한 두 사람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어느 쪽이 올라가든 열심히 응원하자”며 의기투합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로는 나란히 모비스를 지목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모비스를 꺾고 정상에 올라야 진정한 통합챔피언 아니겠느냐”는 유씨의 설명에 김씨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LG, 기사회생=창원 LG는 24일 창원에서 열린 4강 PO(5전3승제) 4차전에서 모비스를 84-79로 꺾고 2승2패를 기록했다. ‘말썽꾼’ 데이본 제퍼슨을 퇴출시킨 LG는 크리스 메시(17점·9리바운드)와 김시래(21점), 김영환(18점) 등이 제 몫을 다 했다. 양팀의 5차전은 26일 울산에서 열린다. 인천=송지훈 기자



원주=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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