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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무엇이 삶의 의미를 주는가?

[일러스트=김회룡]


혜 민
스님
갑자기 배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처음엔 아침에 먹은 음식이 잘못되었나 싶었는데 이틀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니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듯했다. 몸이 아프니 일상적인 삶이 한순간에 정지되고 내가 모르는 낯선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계획했던 일과 사람들과의 약속은 몸이 나아진 뒤로 모두 미루어지고, 내 수행의 밑천이 얼마나 되는지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몸을 위해 운동이나 먹을거리도 신경 쓰곤 했는데 최근 마음치유학교를 만든다고 무리를 한 것이 병의 과보로 돌아온 것 같았다.



 팔 한쪽에 링거 바늘을 꽂고 검사를 기다리며 누워 있으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몸이 도대체 왜 이럴까? 큰 병이면 어떡하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 불안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미래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현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호흡은 언제나 지금 현재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숨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몇 번의 숨을 깊고 편안하게 쉬고 나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아직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참을 만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생 전체를 조망하게 되면서 그 어떤 성스러운 사원에 있는 것보다 마음이 경건해졌다. 인간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하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불현듯 빅토르 프랑클(Viktor Frankl)의 역작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떠올랐다. 프랑클은 비엔나에서 정신과 의사를 하던 유대인으로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강제 이송돼 3년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초를 겪었다. 전 세계적으로 읽힌 그의 책에는 수용소 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앞에 펼쳐진 엄청난 시련과 고통 속에서 어떻게 존엄성과 희망을 잃지 않는가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프랑클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권력,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치 수용소와 같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 반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몸이 건장해도 자살을 선택하거나 곧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또한 프랑클은 인생이 왠지 우울하거나 좋은 조건 속에 있어도 괜한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 역시 삶의 이유나 목적, 의미를 찾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클은 감동적인 예를 들어주었다. 고된 노동으로 피곤하고 허기진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은 사람들은 수용소를 돌며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빵까지 나누어주는 자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은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수용소 사람들에게는 큰 용기와 의미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외부 상황이 나빠져 비록 모든 것을 잃었다 해도, 그것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내면의 선택만큼은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산증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이기심을 버리고 자기 초월의 경험을 하는 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랑이 그렇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동고동락한 오랜 친구와 동료들이 있으며, 어떤 이에겐 생계를 책임져야 할 직원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산다는 것은 자기를 초월하는 길이면서도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 가치를 함께 느끼는 통로이기도 하다.



 또한 일을 통해서도 자기 초월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됨으로써 긍지와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SNS를 통해 올리는 한마디 응원의 메시지에 큰 힘을 받는다는 분들을 볼 때마다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이 솟는다.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프랑클처럼 삶의 큰 시련이 다가왔을 때 그 경험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영적으로 성장시키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삼아보자. 몸이 아픈 덕분에 삶을 돌아보고, 나를 초월하는 의미 있는 일들을 더 계획하고 실천해보자고 마음 굳게 먹었으니 지금 느끼는 이 고통도 분명 큰 의미가 있다.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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