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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독자도 생각하는 문학진흥법을 기다린다

신준봉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얼마 전 국민 애송시 ‘접시꽃 당신’의 시인으로 유명한 국회 도종환 의원이 ‘문학진흥법’을 발의했다. 문화예술의 기초가 되는 문학의 보호와 육성 대책이 매우 빈약할 뿐 아니라 그나마 주로 민간 활동에 의존해왔으나 앞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법안의 배경에는 ‘문학 위기론’도 깔려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문학담당 기자 입장에서 문학이 과거에는 어땠네, 식의 위기론은 흘러간 옛 노래, 자꾸 들어 진부한 클리셰(cliche)처럼 느껴질 정도다. 술자리, 밥자리에서 시인·소설가·문학편집자의 가난한 호주머니, 소박한 살림살이가 짐작돼 안타까울 때가 많다.



 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마다 문학진흥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가 대표 문학관 건립도 법안의 골자 중 하나다. 문학진흥에 관한 정부의 책임과 업무 영역을 조목조목 정해 놓았다. 법안의 세부 실행계획이 알차게 마련돼 침체된 것처럼 보이는 문학이 활기를 되찾고 문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창작에 힘을 쏟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법에 따른 진흥대책의 실행 방향이 보다 확실하게 독자를 위하는 쪽이었으면 한다. 가령 요즘 독자는 복잡하거나 심각한 시·소설을 싫어한다. 어차피 문학 말고도 즐길 건 많다. 바쁘니까 그저 가벼운 오락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진지한 문학은 소외된다. 문학이 더 이상 값진 인생통찰을 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시류 변화를 염두에 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급자 시각에서 양질의 문학을 베풀듯 제시할 게 아니라 매력적인 문학이 먼저 독자를 자극하고 그게 시장의 수요가 돼서 정책이 그 수요를 반영하는, 그런 메커니즘을 부르는 정책이면 좋겠다. 닭(좋은 정책)이 먼저냐 달걀(좋은 문학)이 먼저냐 하는 순환논리를 보태는 건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요즘 문학 현장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정부가 우수도서를 선정해 수백 권씩 사주는 문학나눔 사업만 해도 그렇다.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독자 수요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있다. 차라리 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을 늘려 이용자 수요를 바탕으로 사서가 구입 도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문학관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두 단어, ‘국가’와 ‘문학관’을 이어붙이니 거대하고 획일적인 냄새가 난다. 사소해서 흥미롭고 비밀스러워 끌리는 문학의 매력이 덜한 느낌이다. 문학이 활기를 잃었다면 문학관이 없어서겠나. 어쩌다 찾는 지방의 문학관들은 대개 덩치만 커다란 채 작가의 원고 뭉치나 사진류 말고는 볼 게 없어 당황한 경우가 많다.



 문학은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다. 상업적으로 흐르면 타락하지만 시장에서 팔려야 생존한다. 체제에 삐딱한 점이 오히려 시대의 인식확장에 기여해 왔다. 진흥정책은 그런 독특한 점들을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신준봉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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