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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청년들은 중동에 다 가라고?

양선희 논설위원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도 섭섭하고 당황스러울 것 같긴 하다.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에 보내라’. 중동 방문 후 ‘하늘의 메시지’라며 들고 온 ‘제2의 중동붐’에 고무돼 한 우스갯소리에 반발이 격하니 말이다. 이 발언 직후 SNS에는 ‘니가 가라, 중동’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 지지하는 분들은 자식과 손자들을 중동으로 보내 각하를 기쁘게 하라’는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청년과 부모들도 울화통을 터뜨렸다. 삼촌이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했다는 한 지인은 “내 자식들 사우디 안 보내려고 간다던 삼촌의 말이 기억에 생생한데 이젠 손자들까지 사우디에 보내라는 말이냐”고 했다. 한 대학생은 “청년 일자리 해결책이 이 땅 안의 청년 고갈 정책이냐”고 했다.



 개인적으로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지지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 터전과 삶을 개척하는 건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청년 중동 보내기엔 ‘울화통’ 쪽에 더 공감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지금 800달러대(1970년대)에 활용했던 ‘국가전략적 차원의 인력 송출’을 일자리 정책이라며 들이미는 발상도 황당하고, 신성장동력이 될 거라는 ‘제2의 중동붐’ 실체에도 고개가 갸웃해져서다.



 우선 ‘제2의 중동붐’. 이 말, 왠지 ‘데자뷰’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후 중동지역에서 추진하는 포스트 오일시대 산업다각화에 우리도 올라타야 한다는 계획들이 쏟아졌었다. 이번에 우리의 강점으로 꼽힌 보건·의료·정보통신 등은 당시에도 유망 업종으로 꼽혔다. 고부가 건설수주 정책금융 확대, 헬스케어 해외진출 펀드 조성 등 대책도 엇비슷하다. 그 후 5년여간 별 성과가 없어서 잊혀졌을 뿐이다. 물론 그동안 안 됐다고 앞으로도 안 된다는 건 아니다. 제2중동붐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한데 ‘청년 취업’은 좀 다른 얘기다.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보건·의료·정보통신 등의 고급 일자리 진출이 거론된다. 또 중동붐 대책으로 고부가 건설수주 확대가 나오는 걸 보면 건설인력이 큰 부분으로 보인다. 속이 답답해지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런 전문직 일자리는 국내에서도 구인난이고, 선진국 취업도 할 수 있고, 이들이 나간다고 나라가 텅텅 비지는 않는다.



 청년일자리는 전문 인력이 아닌 평범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문제다. 그렇다면 중동 건설인력일 듯한데, 그건 대안이 되기 어렵다. 70년대엔 중동에 다녀오면 집도 사고, 논도 살 수 있었다. 한데 지금 몇 년 중동에 다녀온다고 한국에 집 못 산다. 돌아온 뒤엔 일할 곳 찾기도 어려울 거다.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건가. 젊은 세대에게 ‘닥치고 고생’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도 사람 구하는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눈높이가 맞지 않은 게 문제다. 중소기업은 만성 구인난이다.



 젊은이들을 중동보다 중소기업·산업단지에 가도록 매력적인 일터로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자리 대책으로 보인다. 쉬운 말로 하는 ‘눈높이를 낮추라’는 건 방법이 아니다. 젊은이들에겐 그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가 있다. 직장은 그런 문화적 욕구에도 호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공장은 기름때에 절고, 근로자들은 선술집 몇 개만 있어도 수긍했다.



 한데 지금 젊은이들은 일자리 환경도 쾌적해야 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쇼핑몰·클럽과 개성 있는 커피숍 등 그들의 여가문화 공간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그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선 세대가 고생한 것이기도 하다. 공장을 오피스 환경으로 바꾸는 스마트 공장화를 서두르고, 기존 산단을 젊은이의 문화 욕구에 부응하도록 확 뜯어고치고, 대기업의 60% 수준인 중소기업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등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지금 청년일자리 문제는 유머도 안 통할 만큼 절박하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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