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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기업 비자금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포스코건설이니, 경남기업이니 하는 회사가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혐의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비자금이 뭐고, 얼마나 큰 범죄이길래 세상이 떠들썩한지 궁금해요.

자금 빼돌린 건 횡령, 경영에 해 끼쳐 배임, 세금 안 냈으니 탈세죠



A 비자금. 어려운 단어 같지만 이렇게 풀어놓으면 어떨까요. 비밀자금.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은 돈이란 뜻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월급에서 얼마를 떼어 비자금을 만든다고 하시는 말씀 들어본 적이 있나요. 비밀로 모은 자금이니 비자금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집에 경찰이, 검찰이 들이닥칠까 하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불법은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도록 아버지가 조심만 하시면 돼요.





비자금으로 만든 뇌물 받아도 처벌



 하지만 포스코건설 같은 큰 회사가 만약 비자금을 만들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본지 3월 14일자 1면> 비자금 조성이 의심된다며 신세계그룹과 동부그룹, 동국제강을 검찰이 내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지 3월 18일자 12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비자금과 관련된 이들 기업의 전·현직 임직원은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비자금으로 만든 뇌물을 받은 사람도 물론 같이 벌을 받습니다. 벌금은 물론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있어야 할 수도 있지요. ‘아빠의 비자금’과 ‘기업의 비자금’. 어디에서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금융감독원 최성일 감독총괄국장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기업의 비자금은 크게 두 측면에서 불법이 됩니다. 먼저 만드는 방법에서, 그리고 쓰는 과정에서 법을 어기게 되지요.”



 대부분 회사는 단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주주)와 경영을 하는 사람(임직원)이 공동으로 꾸려갑니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1년에 100억원이라는 돈을 벌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럼 주주에게 알려 여유 수익을 나눠주고(배당) 국세청에도 신고해 번 돈에 비례한 세금도 내야 합니다. 남은 돈은 앞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거나 남겨두기도(유보) 하지요.





개인 재산 불리려 남몰래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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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비자금은 말 그대로 비밀리에 만들어집니다. 100억원 수익을 내놓고 80억원만 벌었다고 밝힌 뒤 20억원을 정부, 다른 주주와 임직원 몰래 비자금으로 숨겨놓는 식이지요. 20억원에 대한 세금을 정부에 내지 않았으니 탈세입니다. 주주들에게 고루 돌아가야할 수익, 회사가 커나가는데 정당하게 써야할 자금을 빼돌렸으니 횡령입니다. 또 회사 경영에 해를 끼쳤으니 배임이지죠.



 기업 범죄 중에 탈세와 배임·횡령은 중대한 죄로 꼽힙니다. 처벌도 무겁습니다. 탈세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포탈한 세금 세 배 이하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경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날 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저지른 배임·횡령은 ‘업무상 배임죄’와 ‘업무상 횡령죄’라고 해서 대형 범죄로 간주됩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비자금의 어두운 면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쓰는 과정에서도 불법이 만연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사업가가 남몰래 비자금을 만드는 건 남몰래 돈을 쓰고 싶어서지요. 뇌물, 불법 정치자금, 한도를 넘어선 거액의 접대 자금이나 로비 용도로 흘러나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다른 주주와 임직원 몰래 개인 재산을 불리려는 목적에서 비자금을 쌓아두는 사례도 많습니다. 모두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입니다.





기업의 뿌리 흔들고 국가 경제 위협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했다고 해서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뇌물공여죄’ ‘알선수재죄’ 같은 기존 법률에 비해 범법으로 치는 범위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이 법이 정식으로 시행되면 비자금을 뇌물이나 로비에 썼다가 감옥에 잡혀들어갈 사람이 더 늘 수 있겠지요.



 이렇듯 기업의 비자금은 시작부터 끝까지 불법으로 얼룩져있습니다. 경제에 끼치는 해악도 큽니다. 틴틴 여러분, ‘IMF 외환위기’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한국 경제가 부도 직전에 몰리면서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긴급 요청한 사건입니다.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지요. 외환위기가 터지기 바로 11개월 전인 97년 1월 한보그룹이란 회사가 부도 납니다. 건설 부문과 중공업을 아우르는 큰 회사였습니다. 당시 한보 정태수 회장은 90년대를 전후해 수백 수천 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었고 그 돈을 당시 대통령이나 거물급 정치인에게 주는 뇌물로 썼습니다. 자신의 뒷주머니를 챙기기도 했지요. 회사가 부실해졌는데도 정치인의 힘을 등에 업고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당겨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부실은 터지고 맙니다. 한보 사태는 IMF 위기를 불러온 대표적 기업 비리 사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정부와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엄중히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의 뿌리를 흔들고 나아가 한국 경제의 기틀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암덩어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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