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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를 '해보자'로 바꾼 이 젊은이

로드컴플릿에서 개발한 게임 화면 앞의 배정현 사장. 갑작스런 실직에 창업전선에 나섰던 그는 “위기는 기회, 실패는 자산”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김상선 기자]


청년 ‘실신’시대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실업과 신용불량의 덫에 갖힌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치열한 스펙 경쟁을 뚫고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다. 고령화에 평생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반퇴시대’에 얼마나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해서다. 돌파구 중 하나가 창업이다. 국내 벤처기업 수는 2008년 1만5000여개에서 올 1월에는 3만개를 넘어섰다. 스펙 경쟁도, 정년 걱정도 버리고 일찌감치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 젊은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실패에서 성공의 해답을 구하는 ‘창업 DNA’가 이들이 가진 최대 무기다.

[청년창업 정년은 없다] ① 배정현 로드컴플릿 사장
IBK기업은행·중앙일보 공동기획
직장 나와 '아예 게임회사 차리자'
미국보다 IT인재 많은 한국서 창업
다운로드 600만 … 해외서 더 인기
"사업 초기 실패, 자산으로 봐줘야"





2009년 봄 미국 시애틀. 게임개발 회사 ‘히든패스’ 회의실에 다섯 명의 직원이 앉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달려온 참이었다. 당시 스물 아홉이었던 배정현(35) 로드컴플릿 사장도 그 속에 끼여있었다. 회의실로 들어온 CFO는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곤 앉아있던 다섯 사람에게 서류를 돌리고 사인을 부탁했다. ‘회사를 그만 둔 이후에도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해고 통보였다.



 “게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서 들어간 회사였다. 직원 40명에 작은 스타트업(창업 초기) 회사였지만 실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하루하루 배우는 즐거움에 시키지 않아도 일찍 나오고 밤 늦게 퇴근했다. ‘회사서 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잘렸다.”



 배 사장은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히든패스에서 1년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1년 경력을 더 쌓아가던 중이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영향으로 회사는 위기에 빠졌고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탓하진 않았다. “CFO의 눈물에, 해고 통지에 슬프긴 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떠오른 생각은 ‘이참에 진짜 내 게임을 만들어 보자’였다. 마침 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틈틈이 게임 개발을 하던 때였다.”



 2009년 12월 로드컴플릿을 창업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다. “미국에 비해 한국이 창업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결정적인 좋은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환경’은 사람이다. 배 사장은 “한국에는 IT 인재가 매우 풍부하다. 아마 미국에서 창업했다면 지금같은 인재를 절대 끌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내 준 공용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배 사장을 포함해 단 3명 직원으로 시작했다. 금융위기 여파에 경제가 온통 얼어있던 시기라 주변에는 창업을 말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 동생(배수정 이사)까지 회사에 합류하면서 부모님의 걱정도 컸다.



 “상황이 좀 나아지면 창업하라는 조언도 많았지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가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개인용 컴퓨터 게임이 주류였고 모바일 게임은 태동하던 시기였다. 경쟁이 덜해 좀 더 수월하게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 사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게임(SNG)으로 승부를 걸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고비도 여러차례 겪었다. 창업 3년째 접어들던 해 회사 전력을 투자해 게임 ‘디스코 판다’를 출시했다. 카카오톡과 연계해 70만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늘어나는 가입자만큼 수익은 나지 않았고, 성장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사장 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걸.” 사장이니 큰 그림을 그리고 투자를 끌어오는 일을 해야한다는 고정된 틀에 갇혀있었다는 반성이었다. 배 사장은 개발자로서 다시 자신을 가다듬었다. 복고 느낌을 살린 투박한 그래픽에 여성 게이머를 겨냥한 귀여운 캐릭터에 집중했다.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RPG)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히트작으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시장도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확대했다. 현재 이 회사는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구글 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에서 한국 17위, 대만 11위, 싱가포르 4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드컴플릿 게임을 다운 받아 즐기는 사람 수는 600만 명에 이른다. 올해 5월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다.



 배 사장은 “이제 창업 6년밖에 안된 회사다. 성공을 말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젊은 창업가를 지켜보는 정부나 투자자들에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실패에 대한 관용과 인내심이다.



 “창업하긴 생각보다 쉽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2~3년 이상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투자한 곳에서 그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마트폰 게임 개발회사들도 성공작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실패작을 내놨다. 그 과정에서 고객을 사로잡는 균형을 찾아냈다. 한국 창업 시장에서도 실패를 자산으로 봐주고 재도전의 기회도 보다 넓어졌으면 좋겠다.”



글=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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