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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전시]볼펜으로 긋고 또 그어 ‘나’를 지웠다

70년대 그의 작업은 언론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최병소 개인전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와 악수를 했다. 오른쪽 검지에 굳은살이 튀어나와 있었고, 검은 잉크 자국이 점처럼 박혀 있었다. 모나미 볼펜으로 긋고 또 그은 40년, 그 세월이 만든 최병소(72)의 손이다. 작가의 뒤로 볼펜을 그어 지우고 또 지워 먹지처럼 된 신문이 걸려 있었다.



 작가는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신문과의 인연은 전쟁 직후 다닌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쇄소·제본소도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국가는 유네스코 지원으로 신문 용지에 교과서를 인쇄해 배포했다. ‘피란 학생에게 거저 줌’이라고 적혀 있던 신문지 교과서를 최병소는 꼬깃꼬깃 해질 때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서라벌예대에 진학, 74년 졸업했다. 당시 대구는 실험 미술의 산실이었다.



 “대학 갈 생각도 없었는데 집에서 강권해 별 흥미 없이 다녔다. 대구의 어느 화랑에서 김구림이 전시를 한다기에 보러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작품이 없었다. 물어 보니 전시장 바닥을 마른 걸레로 쓱 닦아 놓은 게 작품이라더라. ‘이런 것도 미술이 될 수 있구나’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75년 노점상에서 구입한 천수다라니경을 들으며 옆에 놓인 신문을 집어 활자를 지우기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 이 ‘부질없는 허업’에 대해 작가는 “그게 바로 나.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이제 신문 지우기는 나를 지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우환(79)은 3년 전 대구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최병소에게 이런 축하 편지를 보냈다. “70년대 나는 최형의 작품을 보고 가슴이 쓰리고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군정 특유의 통제하에 모든 것이 얼어붙고 추상화된 시대에 저항은 끈질기게 노(No!)를 제시하는 일이었습니다…그런데 더욱 대단한 것은 그 시대의 공기가 사라진 지금 한국은 물론 때때로 일본이나 유럽에서 최형의 작품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릿한 감명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중앙일보 경제 섹션 ‘중앙경제’를 볼펜으로 지운 최근작.




최병소 개인전=서울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4월 26일까지. 무료. 02-541-5701.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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