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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 <33>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먼스 초등학교

江南通新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한 반 수업에 보조 교사 1~3명
개개인 특성 따라 수준별 교육

윤영은·김지훈 부부(가운데)와 두딸 김민지·김민서(왼쪽부터)



3년 전, 은행에 다니던 남편이 “더 늦기 전에 영국의 런던비즈니스스쿨(LBS)에서 국제금융석사(MIF) 학위를 받고 싶다”는 얘길 꺼냈다. 처음엔 외국생활에 겁이 나서 반대도 했지만 남편 경력 개발에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 6개월, 세 살인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오게 됐다. 주변에선 “아이들 어릴 때 영국식 영어를 익혀올 수 있어서 좋겠다”는 얘기도 했지만, 당시엔 ‘내가 외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영국은 물가도 비싼데 괜히 벌어둔 돈만 다 쓰고 빈털털이로 돌아오는 건 아닌가’ 등 걱정이 태산이라 아이들 교육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쉽게 영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고, 남편 공부가 끝난 뒤엔 조용하고 한적한 스코틀랜드로 옮겨오면서 지금은 이곳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영어 사투리 배우면 어쩌나 걱정도 잠시



지금 살고 있는 뉴튼먼스는 스코틀랜드에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스코틀랜드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고등학교 가운데 세 곳이 뉴튼먼스 근처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다. 스코틀랜드의 학군 개념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공립학교에 배정받으려면 학교에 통학이 가능한 권역, 즉 학군 내에 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준 높은 공립학교 주변에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이사해온다. 뉴튼먼스에는 인종으로는 인도인과 유대인이 가장 많고, 직업은 의사가 주를 이룬다. 다들 예쁜 정원을 꾸며놓고 그림 같은 집에 산다. 방 3개짜리 2층집에 사는 우리가 아마 가장 가난한 축에 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스코틀랜드, 한국처럼 학군별 수준 달라

뉴튼먼스, 교사 수준 높고 표준영어 구사

병원·학교·급식 무료지만 높은 세율 부담





 글래스고로 이사오면서 학군에 신경 쓴 건 아이들의 영어 교육 때문이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사투리가 있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던 터라, ‘기껏 외국에 살면서 아이들이 심한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배우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앞섰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서 쇼핑센터나 레스토랑이 즐비한 번화가에 나가보면 다들 영어를 쓰고 있지만 외국인인 나로서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독특한 억양과 발음을 사용해 당혹스러울 때도 많았다.



스코틀랜드 먼스 초등학교 내부. 곳곳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걸어둬 갤러리 같은 느낌이다.


 남편 직장이 있는 글래스고가 아니라,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에든버러에 집을 얻을까 하는 고민까지 했다.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라 사투리가 거의 없고 런던 억양을 사용한다는 정보를 들어서였다. 하지만 뉴튼먼스에 살면서 영어에 대한 고민은 싹 사라졌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인 데다, 첫째 아이가 다니는 먼스(Mearns) 초등학교는 스코틀랜드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 평가에서 전 항목에 걸쳐 최고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곳이다. 교사의 수준이 높아 표준 영어를 정확히 구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도 세금 납부 기록이 있으면 자녀를 무상으로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다.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유학 비자를 받고 들어와 있으면 공립학교를 이용할 자격이 된다. 세율은 정말 높다. 우리집은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만큼 혜택도 많다. 학생들은 공립학교를 무상으로 다니는 것 외에도 병원 진료비, 치과 치료비, 약값, 심지어 로션까지도 무료다.



 학교 급식도 무료다. 메뉴로는 피시 앤 칩스(흰살 생선튀김과 감자튀김)나 샌드위치, 과일주스나 아이스크림 등이 나온다. 점심 식사 외에 오전 간식 시간이 따로 있는데 이때 먹을 것은 집에서 싸주면 된다. 삶은 감자나 달걀, 과일 등을 예쁘게 썰어서 챙겨주면 된다.



풀밭에서 뛰노는 자유분방한 아이들



학교 운동장. 비바람이 불어도 하루에 2회 이상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뛰어논다.
스코틀랜드는 초등학교 때부터 교복을 입는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교복은 성인 교복을 줄인 듯한 고급스러운 옷이지만, 스코틀랜드의 교복은 굉장히 단촐하다. 흰색 셔츠에 회색 치마만 입으면 된다. 옷의 종류와 색깔만 정해져 있을 뿐이라, 마트에서 아무 옷이나 자유롭게 구매해도 된다. 학교에 가보면 재질이나 칼라, 소매 모양이 조금씩 다 다른 옷을 색깔만 맞춰 입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한국 돈으로 만원이면 흰색 셔츠와 회색 치마를 두 개씩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교복을 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코틀랜드 초등학교는 오전 간식 시간과 점심 시간을 이용해 하루에 두 번씩 바깥에 나가 뛰어논다. 비바람이 불어도 놀이시간은 그대로 진행된다. 놀이 시간 외에도 일주일에 세 번씩 체육 수업이 진행된다. 체육복은 이때도 모두 밖으로 나가서 공놀이를 하거나 스코틀랜드 전통 춤을 추며 땀이 흐를 정도로 뛰어다닌다.



학교 도서관 모습. 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바닥에 엎드려 읽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다
 처음엔 비를 맞으면서 흙장난을 하며 노는 아이의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스코틀랜드 학교는 실내화가 따로 없이 흙 묻은 신발을 대충 닦은 다음 실내에서도 돌아다니기 때문에 도서관이나 교실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페트도 흙먼지 투성이일 때가 많다. 딸이 지저분한 도서관 카페트 위에 엎드려 책 읽는 모습을 봤을 땐 당장 뛰어가 일으켜 세우고 아이 옷을 탁탁 털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비싼 옷보다는 활동하기 편하고 여러 번 빨기 좋은 튼튼한 옷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에서는 애완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기생충을 우려해 놀이터의 흙조차 못 만지게 했었다. 그런데 여기는 개는 물론이고 고양이와 다람쥐, 심지어 야생 여우까지 출몰한다. 학교를 조금만 벗어나면 소떼와 양떼가 풀을 뜯는 곳이다. 배설물도 많은데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맨발로 흙과 풀을 밟고 뛰어다니며 자연과 어우러진다. 신기한 건 한국에서처럼 아이 위생에 노심초사하면서 이것저것 관리해줄 때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신나게 노는 지금 훨씬 건강해졌다는 점이다. 어지간히 온도가 떨어져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자고 잘 먹으며 쾌활하게 성장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교과서 없이 교사가 만든 교재로 수업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과 잡지를 읽을 수 있는 장소.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수업 시간은 전담교사 1명과 보조교사 1~3명이 25명의 아이를 가르친다. 보조교사가 많은 이유는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25명의 아이들을 4개의 모둠으로 나누고 각자 다른 교재와 수업 방식으로 가르친다. 별도의 교과서가 없고 아이들의 수준별로 교사가 직접 수업 교재를 제작해 일주일 단위로 나눠준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는 나처럼 외국인 부모를 둔 학생의 집을 방문해 과제를 봐주거나 그 아이만 위해 따로 영어 수업을 진행해주기도 한다. 외국인 부모에게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을 직접 소개해주는 일도 교사가 맡는다. 나 역시 민서 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준 영어 강좌를 들었다. 한국에선 1명의 교사가 25~30명의 아이에게 교과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수업 종이 울리면 교무실로 가는 풍경에 익숙했던 터라, 이런 수준별 맞춤 수업이 정말 생소하게 느껴졌다. 스코틀랜드의 교사가 수업과 학생 관리에 이렇게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건 행정 직원이 따로 있고 보조 교사의 도움도 수시로 받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업은 4개 모둠으로 나눠 진도 제각각

외국인 학생은 가정 방문해 과제 봐주고

"집에선 모국어 써라 세심한 교육 코칭"





 등하교는 무조건 보호자가 자녀를 동반해야 한다. 교문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안 되고, 선생님 손까지 아이를 데려다줘야만 보호자가 떠날 수 있다. 하교할 때도 마찬가지다. 선생님 손에서 아이를 건네 받아서 집까지 데려와 한다. 12세 미만의 아이를 부모 없이 집에 두는 것도 불법이다. 12~15세는 부모 대신 16세 이상의 형제 자매가 돌보는 게 가능하다.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교육



교복을 차려입은 민서. 평소엔 자켓은 잘 입지 않는다. 흰색 티셔츠와 회색 치마만 입고 다닐 때가 많다.
초등학교 1학년인 민서는 프랑스어·과학·수학·영어·체육·컴퓨터 과목을 배운다.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땐 영어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였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많이 걱정됐지만 나도 영어가 유창한 편이 아니라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5개월이 채 안돼 영어 책을 술술 읽게 됐다.



 교사와 상담하러 갔을 때 “집에서는 영어를 쓰지 말고 모국어를 사용하라”고 신신당부를 해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사실 내 심정은 아이가 영어를 빠르고 정확히 익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교사는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주는 게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부모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를 사용한다면 이런 중요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가정에서 모국어를 쓰라고 조언해줬다. 그리고 “아이는 6개월이 지나면 영어는 자연스럽게 터득할 것이고, 오히려 모국어를 완전히 잊을 염려가 있으니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까지 얘기했다. 이런 조언을 듣고 나도 마음에 부담 없이 아이와 한국어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우리 부부는 젊고, 큰아이도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라 스코틀랜드에 언제까지 살게 될지 분명한 계획은 세워두지 않았다. 앞으로 어디서 아이를 키우게 되든, 지금까지 스코틀랜드 학교에서 배운 걸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지켜가고 싶다. 아이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천천히 기다려주며 교육해야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고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영어 몇 마디 알려주는 것보다 중요하단 깨달음 같은 것 말이다.



엄마=윤영은(35·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남부 뉴튼먼스)

정리=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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