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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음식] 샌드위치, 영화 ‘아메리칸 셰프’ 중에서

신태화 JW메리어트서울 페이스트리 총괄셰프가 영화 속 쿠바 샌드위치를 재연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로스트 포크 대신 포크 햄을 찢어 넣었다. 뒷배경은 영화 속 한 장면. 김경록 기자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쿠바 샌드위치입니다.



“행복해 죽겠어. 엄청 행복해.”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 칼이 푸드트럭에서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며 한 말입니다. 칼은 미국 LA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유명 셰프로 일할 땐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와는 이혼하고 아들과는 서먹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고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푸드트럭에서 그는 행복을 되찾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 하는 주인공의 모습,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쉬지 않고 쏟아지는 먹음직스러운 요리, 영화는 보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듭니다.







#1 푸드트럭에 주방기구를 넣으려던 마틴(칼의 후배 요리사)은 중고차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대신 맛있는 쿠바 샌드위치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마틴은 칼과 퍼시가 샌드위치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러 간 사이 샌드위치 안에 넣을 로스트 포크를 만든다. 양념한 고기를 오븐에서 구워내는 번거로운 과정.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로스트 포크를 본 칼과 마틴은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퍼시: 그냥 가게에서 사지. 거기서도 팔던데.

칼: 이것 봐라.

마틴: 끝내주네.

퍼시: 먹어봐도 돼? 나도 조금만 줘.

마틴: 가게에서 사먹어.

칼: (로스트 포크를 맛본 후) 촉촉한데 무겁진 않고.

퍼시: 조금만 달라니까. 나도 먹을래

마틴: 뭘 또 먹으려고. 넌 채식주의자잖아.

퍼시: 아냐.

칼: 넌 가게에서 사줄게.

마틴: 이거 사람 잡네

퍼시: 삼촌, 주면 안 돼?

마틴: 잠깐만.

칼: 줘도 될까?

마틴: 그럼 한 조각만.

퍼시: 짱이야.



#2 중고차 가게 직원들에게 줄 샌드위치를 만드는 칼·마틴·퍼시. 그릴에서 빵을 굽던 퍼시는 오래 구워 타버린 빵을 직원들에게 주려고 한다. 돈 내고 사먹는 손님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이를 본 칼이 퍼시를 데리고 나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칼: 잠깐 얘기 좀하자. 이 일이 따분해?

퍼시: 아니 좋아.

칼: 난 사랑해. 내 인생에 좋은 일들은 다 이 일 덕에 생겼어. 내가 뭐든지 잘하는 건 아냐. 난 완벽하지 않아. 최고의 남편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그래서 이걸 너와 나누고 싶고. 내가 깨달은 걸 가르치고 싶어.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도 거기서 힘을 얻어. 너도 해보면 빠지게 될 거야.

퍼시: 네, 셰프.

칼: 이래도 그 (그릴에 오래 구워 타버린) 샌드위치 손님 줘야할까?

퍼시: 아뇨, 셰프.

칼: 그래야 내 아들이지 가자. 손님들 기다려. 이제 해도 되겠어.



영화에서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 속 칼 캐스퍼는 음식평론가와 한바탕 설전을 벌인 후 셰프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쫓겨 난다. 빈털털이가 된 그는 마이애미에서 쿠바 샌드위치를 파는 푸드트럭을 시작한다. 7달러짜리 샌드위치를 팔며 칼은 행복을 되찾는다.













쿠바 샌드위치, 제대로 만들려면 9시간



‘아름다워’ ‘멋져’ ‘환상적이야’ ‘정말 좋아’. 모두 영화 ‘아메리칸 셰프(Chef)’에서 음식을 향해 쏟아낸 표현이다. 감탄을 쏟아낼 만큼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들도 영화에선 조연에 불과하다. 상영 당시 포스터에 적힌 ‘빈 속으로 절대 보지 말 것’이라는 경고 문구가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영화의 주인공은 요리다. 간단한 토스트마저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요리를 만드는 건 고급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 칼 캐스퍼(존 파브로)다. 칼은 아내 이네즈와 이혼 후 낡은 아파트에 혼자 살며 의무감 때문에 아들 퍼시와 시간을 보낸다. 그에겐 아들과의 약속보다 음식평론가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그에게 유명 음식평론가 렘지 미첼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진부한 요리를 내놓고 있다’며 악평을 쏟아낸다. 화가 난 칼은 제대로 된 요리를 내놓겠다며 트위터에서 선전포고를 하지만 약속한 당일 평소와 똑같은 메뉴를 요구하는 오너 때문에 주방을 박차고 나간다. 아무것도 모른 채 레스토랑을 찾은 렘지는 평소와 똑같은 메뉴에 당황한다. 코스가 다 끝날 무렵 칼은 렘지에게 다가가 욕설을 퍼붓는다. 이는 그대로 SNS에 올라오고 결국 칼은 직장을 잃는다. 이후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낙심한 칼은 아내·퍼시와 함께 마이애미로 향한다. 그곳에서 쿠바 샌드위치(쿠바노스) 파는 푸드트럭을 시작한다. 푸드트럭을 타고 텍사스·뉴올리언스를 거쳐 LA로 여행하는 동안 칼과 10세 아들 퍼시는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해 간다. 퍼시가 셰프로서의 아빠를 존경하게 되고 아빠가 아닌 셰프로 부르는 장면은 뭉클하다.





도박 중독 몬타규 백작의 간편식에서 유래

쿠바 등 중남미에선 채소 안 넣고 햄치즈만

쿠바 샌드위치, 미국 이주 노동자들이 시초





 요즘은 셰프가 연예인 부럽지 않은 관심을 받는다.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 이른바 ‘쿡방’이 쏟아진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 역시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5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SNS를 통해 샌드위치나 토스트 등 영화 속 요리를 만드는 맛집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일반인뿐이 아니다. 영화는 셰프나 요리연구가 등 요리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끌었다. 김은희 더그린테이블 오너셰프는 “100%까진 아니지만 집에서 가족을 위해 요리할 때도 레스토랑처럼 정성 들여 하는 셰프 칼의 모습에 크게 공감했다. 또 평론가에게 소신 있게 본인의 생각을 쏟아낸 칼의 모습을 보며 통쾌하면서도 평론가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서로 이해하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가수 윤종신은 지난 1월 ‘월간 윤종신’에 하하·스컬과 함께 ‘쿠바 샌드위치’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신태화 JW메리어트서울 페이스트리 총괄셰프가 재현한 영화 속 쿠바 샌드위치.




 영화에는 베녜(프랑스식 도넛), 텍사스 오리지널 바비큐, 알리오 올리오, 앙두이 소시지 등 다양한 먹거리가 쏟아진다. 그럼에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쿠바 샌드위치다. 쿠바 샌드위치는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의 노동자들이 쿠바 빵에 햄과 치즈를 끼어 넣어 만들어 먹던 점심 메뉴다. 빵 안에 로스트 포크와 햄, 치즈, 피클,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넣고 버터를 듬뿍 발라 샌드위치 그릴에 바삭하게 구워낸다. 신태화 JW메리어트서울 페이스트리 총괄셰프는 “쿠바·멕시코 중남미 지역에선 샌드위치에 양상추 같은 채소를 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쿠바 샌드위치는 우리가 보아온 샌드위치와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잘 구워낸 빵 안에 햄과 치즈를 넣은 걸 다시 한번 구워 치즈가 흘러내린 모습은 익숙하다.



 하나의 차이점은 바로 샌드위치 안에 넣은 로스트 포크다. 이는 돼지고기를 소스에 재워 오븐에서 8~9시간 익혀내야 한다. 영화에서 퍼시가 칼과 마틴에게 ‘가게에서 사라’고 말한 것도 이처럼 번거로운 과정 때문이다. 신 셰프는 “로스트 포크를 직접 만들면 좋지만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포크 햄을 사서 손으로 찢어 넣으면 쿠바 샌드위치 특유의 씹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샌드위치는 본래 18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영국 켄트주 샌드위치시에 살던 존 몬타규 백작은 식사를 하지 않고 카드놀이를 즐길 만큼 카드광이었다. 그는 카드놀이를 하면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빵 사이에 고기·채소·과일을 끼워넣어 먹었다. 신 셰프는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생겨난 지 200년이 지났다. 사회가 복잡해진 요즘 들어 샌드위치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유래에서 알 수 있듯 사실 샌드위치에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정석이 없다. 신 셰프는 “집에 남은 음식 재료만으로도 다양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다양한 샌드위치라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빵이다. 샌드위치용 빵은 포카치오·치아바타·호밀빵·바게트처럼 달지 않아야 한다. 신 셰프는 “빵이 달거나 맛이 강하면 빵 속에 넣는 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빵 안쪽에는 반드시 버터를 발라야 한다. 버터는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이 빵에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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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이야기]



딸아, 나도 엄마의 샌드위치가 그리워




어린 시절 제 생일이면 엄마는 커다란 식빵 한 봉지와 감자·오이·계란·햄을 한 아름 사오셨어요. 저희 삼 형제는 엄마가 뭘 만드실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삼 형제가 좋아하던 샌드위치였죠. 엄마가 샌드위치를 만드실 때면 삼 형제는 그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샌드위치가 만들어지길 기다리곤 했습니다. 특히 저는 식빵 가장자리만 떼어먹는 독특한 취향의 아이였지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제가 딸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는 엄마가 됐습니다.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대로 큰 ‘볼’에 찐 감자를 으깨고 소금에 절인 오이를 꽉 짜 넣었죠. 여기에 햄·계란을 넣고 마지막으로 마요네즈를 팍팍 넣어 힘껏 휘저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하게 조용하다 싶어 옆을 돌아보니 제 딸아이가 식빵 가장자리만 골라 떼어먹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엄마와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 떠오르며 추억에 젖어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답니다. 윤지혜(38·광명시 하안동)



[서울의 샌드위치 맛집]



서울에서 유명한 샌드위치 맛집 3곳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더플라자 허성구 총주방장, JW메리어트서울 델리숍 신태화 셰프, 롯데호텔서울 베이커리 오세백 조리장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부첼라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 낸다.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신선한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 특징: 2000년대 중반부터 가로수길의 대표적인 샌드위치 맛집으로 명성을 떨쳤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가로수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매일 구워낸 쫄깃한 치아바타와 그 속을 채운 신선한 재료의 궁합이 잘 맞다. 채식을 하는 사람을 위한 샌드위치도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무역센터점·신촌점을 비롯해 서울 도곡동, 성남시 정자동 등에도 매장이 있다.

● 가격: 부첼라 8500원, 그릴드치킨·베지테리안 9300원씩, 킹프라운 9800원

● 영업 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 전화번호: 02-517-7339

● 주소: 강남구 강남대로 160길49 상원빌딩 (신사동 534-22) 1층

● 주차: 발레 파킹(3000원)



빠니스



“화덕에서 구운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 특징: 프랑스 마을인 서래마을에서 지난해 12월 프랑스인 셰프 에릭 트로숑이 문을 연 곳이다. 화덕에서 구운 샌드위치빵에 신선한 채소와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든 남프랑스풍 화덕 샌드위치를 판다. 화덕에서 구운 빵은 바삭하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구운 채소를 넣은 티앙,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 바질, 토마토를 넣은 메조 등 9종의 샌드위치를 판다. 저녁에는 와인도 판매한다.

● 가격: 티앙 1만2000원, 빠리빠리 1만7000원

●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일요일은 오후 7시까지 (연중무휴)

● 전화번호: 02-537-3829

● 주소: 서초구 서래로 6길 10(반포 4동 90-3)

● 주차: 발레 파킹(3000원)



카사블랑카



“속이 가득찬 모로코식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자주 가고 싶다.”




● 특징: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라는 가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로코에서 온 형제가 모로코식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샌드위치 전문점답게 메뉴는 3종의 샐러드와 5종의 샌드위치뿐이다. 샌드위치 가격은 5000~6000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바삭한 바게트 빵 안엔 속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 가격: 모로칸 치킨·스파이시 쉬림프 6000원씩

● 영업 시간: 오후 5시~오후 10시(월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797-8367

● 주소: 용산구 신흥로 33(용산동2가 44-8)

● 주차: 불가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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