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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남편이 새 부서로 옮기고 잠을 못 자요

스트레스, 줄이는 대신 관리하라



직장 스트레스로 식은땀에 소화불량

Q(함께 속 끓는 40대 주부) 제 고민은 남편의 직장 스트레스입니다. 아직까지 이런 남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내로서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힘내, 당신을 믿어” 뿐이네요. 남편은 제 말이 힘이 된다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한 번 회사를 옮겼고 현재 직장 5년차로 최근 새 부서로 발령받았습니다. 예전 일과 유형도 다르고 업무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본인의 적성과도 맞지 않고, 매뉴얼도 없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아 티 안 나게 고생만 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일했고 그만큼 인정받았던 남편은 현 상황이 당황스럽고 자신감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스트레스가 몸으로 갔는지 식은땀을 흘리고 잠도 깊이 들지 못하며 소화도 안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요.



A(금실이 질투난다는 윤 교수) 사연에 남편에 대한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네요. 남편 마음에 공감하기 이전에 ‘부럽다’는 생각에 질투심이 먼저 듭니다.



 ‘스트레스를 줄여야겠어, 스트레스가 없는 곳으로 가야지’라고 종종 우리는 이야기 합니다. 스트레스 관리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러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전략으로는 효율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어렵습니다. 인생 자체, 사는 것이 스트레스의 연속 아닐까요. 스트레스 받는 일 하나를 해결해 놓으면 어느새 새로운 스트레스가 나타나죠.



 ‘다른 사람들은 편히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가득할까’라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사람들도 스트레스가 가득합니다. 얼굴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죠. 누구든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민거리가 생각의 반입니다.



 오늘 사연을 주신 분의 남편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뇌가 지치고 그 영향이 몸에까지 이른 상황입니다. 이런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신체적인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전략보다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능력을 높이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나의 스트레스 처리 능력이 궁금하다면 새로 온 봄을 내가 즐기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면 내 뇌는 지나치게 전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란 하늘이 느껴진다는 건 뇌가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고 있다는 증거죠. 뇌가 전투와 평화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바쁠수록 시간을 내 봄 여행, 두 분이 다녀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연과 문화 즐기며 방전된 뇌 충전



Q 남편이 너무 지친 것 같아 봄 여행은 아니지만 늦겨울 여행을 부산으로 다녀 왔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가서도 남편은 업무 관련 생각으로 걱정이 가득했고 그러다 보니 여행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스트레스가 줄어든 느낌이 없습니다. 여행만으로는 남편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남편의 지친 뇌를 어떻게 하면 충전할 수 있을까요.



A일하는 게 어려울까요, 노는 게 어려울까요. 뭐 그런 뻔한 질문이 있느냐, 당연히 노는 것이 쉽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분들을 보면 노는 것이 더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내가 일을 하는지 노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뇌의 상태입니다. 어렵게 휴가를 받아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는데, 막상 휴가 기간 중에 제일 좋았던 건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며 슬픈 얼굴 짓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휴가라는 뜻의 바캉스의 어원이 자유입니다. 자유를 느껴야 우리 뇌는 쉬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자유를 위해 저 먼 곳, 남극까지 갔다왔다고 해도 뇌가 놀지 않고 일하는 상태로 있었다면 그것은 바캉스가 아니라 일을 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사업을 하시는 중년 남성이 스트레스로 찾아 왔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열심히 매장도 다시 꾸미고 직원도 뽑고 신나게 일을 할 텐데 도무지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뇌가 지쳐 ‘소진증후군’이 찾아 온 거죠. 소진증후군에서 벗어나 다시 의욕을 찾기 위해선 뇌를 충천해야 합니다. 뇌 충전은 곧 뇌를 즐겁게 해주는 것인데 어떻게 뇌를 즐겁게 해는지 물었더니 아무 것도 안 한다 합니다. 운동도 안 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 것도 안 한다고요.



 소진증후군이 무서운 건 즐거운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인데 뇌가 지쳐있다 보니 즐거운 일 자체가 하기 싫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도 싫고 노는 것도 싫어집니다. 그냥 집에 있고 누워만 있고 싶은데 그렇다고 뇌는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일이 많고 바빠지게 되면 노는 일에 소홀해지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뇌 안의 충전 장치가 점점 무디게 돌아가게 됩니다. 일하는 장치만 맹렬히 돌아가죠. 너무 일만 했나보다 하고 다시 놀려고 해도 옛날처럼 즐겁지가 않습니다. 충전 장치가 작동을 멈춘 겁니다. 이쯤 되면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훨씬 어려워집니다. 즐거운 활동을 해도 뇌의 충전 장치가 켜지지 않는 거죠. 그냥 일하는 장치만 공회전합니다.



 뇌 충전 전략으로 자기연민훈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연민은 불쌍히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따뜻하게 감싸주라는 의미인데요, 자기연민훈련 이론에서는 우리 뇌 안에 있는 충전 장치를 연민 장치라 부릅니다. 그 장치를 잘 가동해 주어야 지친 뇌에 에너지가 차오른다는 것이죠.



 연민 장치는 ‘자 이제 작동하라’며 우리가 말로 지시해서 스위치가 켜지지 않아 좀 골치가 아픕니다. 스마트폰 충전하듯 우리 뇌의 배터리도 외부 에너지원과 연결을 시켜야 충전이 됩니다. 그 외부 에너지원으로 효과적인 것 3가지가 사람·자연·문화입니다. 어찌 보면 뻔한 단어들인데요. 뇌 충전은 단순한 지식 습득으로는 안 되고 훈련을 해서 뇌의 연민 장치에 스위치가 잘 켜지도록 해야 합니다.



 충전 장치는 논리의 뇌가 아닌 감성의 뇌에 담겨 있습니다. 충전하라고 지시한다고 해서 충전이 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자연·문화라는 에너지원을 잘 활용하여 충전 장치를 가동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관계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만큼 우리 마음에 친밀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는 겁니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최고의 충전원도 사람입니다. 거울을 보고 ‘넌 정말 멋있어’라고 스스로 외쳐선 잘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담긴 내 이미지가 따뜻하고 멋질 때 훅 하고 우리 뇌의 충전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뇌가 지치면 사람을 만나기가 싫어지는데 그러다보면 더 뇌가 방전됩니다.



 살다보면 사람이 참 싫어질 때가 있죠. 그럴 때 자연과 문화를 활용한 충전이 필요합니다. 먼 산을 바라보면 내가 산을 보는 거지만 왠지 저 산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내가 내 인생에서 잠시 한발짝 물러서 내 삶을 쳐다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이 때 충전 장치가 잘 작동하도록 우리 뇌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화 콘텐트도 마찬 가지죠. 영화·소설을 몰입해서 즐기다보면 내가 아닌 그 콘텐트의 주인공들이 나를 쳐다봐 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지친 뇌는 충전 장치가 잘 켜지기 않습니다. 그래서 훈련하는 마음으로 사람·자연·문화를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꾸준히 충전 장치를 활성화 시키다보면 일상에서 어느 순간 충전 장치가 ‘툭’하고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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