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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선 '갑을형 성범죄'… 미국처럼 공개 의무화를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A씨는 2년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갔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 후 누군가 방에 들어와 몸을 더듬었다. 잠결에 손을 뿌리친 A씨는 옆방으로 도망쳤다. 알고 보니 가해자는 다른 과 남자 선배였다.



280개 대학 한 해 10건씩 발생 추정
대학원 경우 가해자 40%가 교수
학생은 "학점 불이익 우려" 침묵
대학은 이미지 실추 될까봐 감춰
"정보 공개만으로도 예방 효과 커"

 #전공 지도교수와의 술자리에 처음 참석한 대학원생 B씨는 교수 옆자리에 앉게 됐다. 교수는 술에 취하자 B씨에게 키스를 했다. 함께 있던 선배와 동기들은 교수를 제지하지 않았다. 며칠 뒤 B씨가 이 사실을 선배에게 털어놓자 선배는 “그 교수님,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다들 아니까 옆에 안 앉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최근 ‘캠퍼스 성범죄’로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28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대학당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성범죄를 감안할 경우 실제는 그 10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캠퍼스 성범죄의 대부분은 지인에 의해 일어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9~2013년 발생한 대학교·대학원 성범죄 318건 중 가해자가 선배·동기인 경우가 193건(61%), 교수·강사인 경우가 76건(24%)으로 나타났다. 대학원만 보면 가해자의 40%가 교수·강사였다. 범죄 발생 장소는 유흥공간(43건), 도서관 등 학내(37건), MT 등 숙박시설(20건) 순이었다.



 캠퍼스 성범죄는 특히 이른바 ‘갑’이 ‘을’에게 가하는 ‘권력형 성범죄’의 양상을 띤다. 최근 OT에서 신입생에게 엉덩이춤이나 골반춤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서강대처럼 신입생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 대학교 2학년인 신모(20·여)씨는 “첫 MT 때 선배들이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던 중 입을 맞추라고 해 불쾌했다. 하지만 선배들 눈밖에 날까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수가 가해자일 경우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상담원은 “가해 교수를 조사하다 보면 또 다른 피해 학생이 발견되곤 한다”며 “학생들이 학점·취업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까봐 알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교내 성폭력 상담소를 통해 1차 조사가 진행되지만 상담소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상담소가 있는 대학은 전체의 약 26%, 상담소 평균 인력은 1.3명에 그쳤다.



 교육 당국은 실태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실시한 ‘최근 5년간 대학 내 성범죄 현황’ 조사에 응한 대학은 78개로 전국 4년제 대학(198개)의 39%에 불과했다. 자료 제출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다. 미국에선 1990년 제정된 연방 ‘클러리법’(Clery Act)에 따라 대학들이 성폭력 등의 범죄 통계를 매년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성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며 “대학이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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