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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디지털 디톡스 중요 … 도시락 아닌 뷔페식 교육"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근 100년을 이어온 여대 전통을 바꿔야 할 만큼 여대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이원복(69) 덕성여대 총장은 이달 초 총장에 취임하면서 대학 홈페이지에 “성(性)을 뛰어넘은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하여 남녀공학으로의 변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고자 한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언론은 이를 보고 ‘덕성여대 남녀공학 추진’이란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먼 나라 이웃 나라』를 그린 만화가 총장이 창학 95년 전통의 여대를 바꾸려 한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먼 나라 이웃 나라』 덕성여대 총장
남녀공학 전환? 화두 던졌을 뿐
요즘은 남녀 함께 경쟁하는 시대
인성+스마트 융합한 휴마트 교육
청년실업 돌파할 이중졸업제 구상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캠퍼스에 만난 이 총장은 “학교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획기적이고 능동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남녀공학 전환은 현재 검토 중인 혁신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막 화두를 던졌을 뿐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복 총장이 학교발전계획안에 그려 넣은 삽화. 학교 이니셜(DS)을 딴 ‘더블 시너지’가 슬로건이다.
 - 공학 전환을 고려해야 할 이유를 듣고 싶다.



 “시대가 변했다. 여대는 여성의 교육 참여가 적을 때 여성 리더를 키우려고 설립됐다. 지금은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선다. 게다가 요즘은 남녀가 함께 경쟁하는 시대다. 성을 뛰어넘은 대결이 불가피한데 여대 안에서 ‘여성 대 여성’ 식의 경쟁은 곤란하지 않나. 여학생들도 여대보다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 공학 전환에 대한 대학 구성원과 동창회 등의 반응은 어땠나.



 “반반이다. 여대가 좋아 온 학생도 있는데 ‘갑자기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응이 나오지 않겠나. 동창회에서도 전통을 깨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1년 후 (남녀공학) 추진’이라는 보도도 나오던데 나도 놀랐다. 어쨌든 총장 혼자 밀어붙일 만한 일이 아니다. 구성원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



 - 정부의 각종 평가에서 여대가 불리하다는 것도 고려한 듯하다.



 “정부는 4년제 대학 200여 개를 일괄적인 방식으로 평가한다. 정원이 적은 여대는 불리한 게 사실이다. 특히 여대는 남녀공학에 비해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평가에선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남녀 간의 취업률 차이, 여학생만 있는 대학의 특성을 무시한다면 여대는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 일본엔 70여 개의 여대가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나온 미국 웰즐리대도 여대다.



 “일본은 우리보다 성차별이 심해 여대가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 한국은 여대가 남아 있을 이유가 많이 줄었다. 미국은 전체 대학 숫자에 비해 여대 숫자가 매우 적어 비교하기 어렵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교육부가 요구하는 정원 감축을 하지 않는 대신 재정지원을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임 총장이 사임하는 일도 겪었다.



 - 지난해 교육부의 요구대로 정원을 스스로 줄이지 않는 대신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선택을 했다. 그때로 돌아가도 전임 총장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정원 6000명 정도의 소규모 대학에서 정원을 조금만 줄여도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 소재 대학이라도 정원을 줄이는 선택을 하기 힘든 이유다.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대학 정원 감축의 필요성엔 우리 대학도 공감하나 실제로 정원을 줄이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 총장은 이런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가 교육혁신이다.



 - 교육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하려 하나.



 “요즘 학생은 디지털에 익숙하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정보를 지배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활자 문화에 익숙한 국제시장 세대에 비하면 약한 부분이 있다. 판단력과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이 그것이다. 요즘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디지털이 가져온 독소를 빼고 건강을 회복하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이를 위해 아날로그적인 소양을 길러야 한다. 인성교육(Humanity)과 ICT교육(Smart)을 융합한 휴마트 교육(Humart)을 하려 한다.”



 -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인데 대안은 있나.



 “이중졸업제가 대안 중 하나다. 두 개의 학위, 두 개의 졸업장을 별도로 준다. 물론 1년 정도는 더 공부해야 한다. 과거엔 전공 하나만으로도 잘살았다. 이젠 자기 전공만 아는 ‘전문 바보’는 소용없다. ‘100세 시대’가 오는 미래에선 일생 동안 적어도 서너 개의 직업을 갖게 될 거다. 미래엔 한 가지 전공으론 버티기 어려울 거다.”



 -‘도시락형 교육’ 대신 ‘뷔페식 교육’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맞다. 지금까지 대학 교육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학생은 이를 따라가면 졸업을 하는 식이었다. 밥·반찬이 정해진 도시락을 먹인 셈이다. 이젠 적성과 목표에 맞게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학생이 ‘골라 먹는’ 교육을 제공하려 한다.”



 - 통일에 대한 관심이 크던데, 『먼 나라 이웃나라』 북한편도 내는 건가.



 “권유하는 분은 있지만 그럴 계획은 없다(웃음). 북한은 정보가 제한돼 책 쓰기가 어렵다. 독일에서 유학한 덕분에 독일 통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고, 이와 관련한 강연도 여러 번 했다. 사실 독일 통일 사례가 우리에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 대학에서도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을까.



 “강연 나가면 항상 ‘통일은 내일 올 수도 있고, 아주 먼 훗날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비 없이 갑자기 통일이 되면 남북이 모두 쓰러질 수 있다 . 그래서 우리 대학도 통일을 대비한 차별화된 교육을 도입하고 싶다.”



만난 사람=강홍준 사회1부장, 정리=천인성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이원복=1946년 대전에 태어났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건축공학과로 진학했다. 75년 독일 뭔스터대로 유학 가 디자인과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고1 때부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만화를 베껴 어린이신문에 옮기는 일을 했다. 솜씨가 붙자 창작만화를 연재했다. 독일에선 항공우편으로 원고를 보냈다. 그를 ‘국민 작가’로 만든 『먼 나라 이웃 나라』는 87년 책으로 출간됐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만 1500만 부를 찍었다. 유학 시절 폐차 직전의 중고차로 유럽을 돌아다녔던 이 총장은 “여행과 독서가 나의 가장 큰 밑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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