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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군부대 앞 마을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엊그제 산길을 넘어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군대 간 아들 첫 면회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들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원도 어딘가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가슴이 아렸다. 자그마한 마을에 외출·외박 나온 병사들이 가득했다. 갈 데가 마땅하지 않아 PC방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토요일 밤새 돈을 내고 예약을 해놔야 다음날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시간에 1500원이라는 ‘서울 강남’ 수준의 PC방 요금, 4000원이 넘는 카페의 커피 가격도 불편했다.



 “그냥 싼 걸로 사자.”



 해거름이 되자 여관에서 밤에 먹을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병사들이 마트로 모여들었다. 한 병사가 과일 진열대 앞에서 가격 표를 보고 놀란 모양이다. 석 달 만에 찾아온 외박이지만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급 500원’인 이들에게 싱싱한 과일은 사치일지 모른다. 네댓 명이 좁은 여관 방에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순간의 자유를 누릴 것이다. 20대 청춘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간다.



 청춘들은 ‘D-○○○일’이라는 식으로 제대 날짜를 꼽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제대하면 그들을 맞는 것은 최악의 청년 실업률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고다. 군생활 동안만이라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복학 후 취직이 안 돼 휴학하거나 졸업을 늦추면 ‘NG(no graduation) 족’이 된다. ‘시조새’ ‘삼엽충’ ‘화석 선배’ ‘고려청자’라고 후배들한테 놀림받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 군에서 가혹 행위가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연이은 폭력 사고의 여파다. 가혹행위로 치면 아버지 세대는 할 말이 많다. 이유 없이 맞아야 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제대하면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어떤 경우에는 골라서 갔다. 요즘처럼 스펙이 좋지 않아도, 토익을 잘 못해도 상관 없었다. 대통령이 나서 “젊은이들이여, 해외로”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군생활이 편해지고 기간이 짧아졌다지만 그래도 21(육군)~24개월(공군)은 만만하지 않다. 완전 통제된 생활,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12월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가 군복무 가산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진도가 나갔는지 모를 일이다. 청춘들에게는 일자리도, 이런 가산점도 없다. 혜택이라곤 6개월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주는 것(군복무 크레디트)밖에 없다. 독일 같은 데는 1년을 인정한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청춘들에게 뭘 해주고 있는 걸까.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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