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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스스로 만든 AIIB 고민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중국의 신경보(新京報)가 19일 이런 칼럼을 실었다.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를 혼자 결정해야 하는 외톨이다. 한국 가입 여부를 놓고 중·미가 결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포연은 없으나 (한국이) 공포로 떨기에 충분하다.” 칼럼은 한마디 더하며 염장을 지른다. “미국 압력 때문이겠지. 영국 등 서방 국가가 미국을 등지고 가입을 선언한 마당에 한국까지 배신하면 미국은 졸(卒) 없는 장수가 될 터이니….” 이 정도면 주권국에 대한 조롱의 극치다. 한데 이 조롱을 탓하기에 앞서 복기하면서 따질 것은 따져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AIIB 창설 계획을 처음 거론한 것은 2013년 10월 동남아 방문길에서다. 그가 카자흐스탄에서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을 의미하는 ‘이다이이루(一帶一路)’ 구축 계획을 밝힌 지 딱 한 달 후 일이다. 누가 봐도 AIIB는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을 위한 중국의 첫 동남아 프로젝트다. 이때 서방 언론은 AIIB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질서를 흔들려는 외교 전략이라는 분석을 쏟아냈다. 중국은 웃었다. 정작 G2(미국과 중국) 국제 질서를 만들기 위한 몸통 전략인 ‘이다이이루’를 건들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럼 은행 설립 후 최대 수혜자(?)가 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은 어땠나. 지난해 초부터 아세안은 AIIB가 아닌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수요와 향후 교역 활성화 방안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이다이이루에 154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 보고서도 분석 중이다. 그리고 아세안은 지난해 10월 AIIB 가입에 앞서 ‘이다이이루’ 지지 의견을 국가별로 냈다. 중국의 세계 전략을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교역 활성화를 통한 쌍방 윈-윈도 부정할 수 없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며.



 영국 역시 지난해 6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방문 시 ‘이다이이루’ 지지선언을 먼저 했다. 당시 중국이 제공했던 24조원의 경협 선물도 일조했지만 이다이이루 구축 이후의 국익을 먼저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AIIB 가입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중국)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영국의 발전 모델을 만들고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을 정도다. 독일과 이탈리아 역시 지난해 10월 리 총리 방문 시 ‘이다이이루’ 지지를 먼저 선언하고 엊그제 AIIB 가입을 선언했다.



 그럼 한국은? 지난 2년 넘게 베이징을 다녀간 정치인은 줄잡아 100여 명. 그러나 ‘이다이이루’를 거론한 정치인은 보지 못했다. 하긴 한·중 정상회담 때도 관심 밖이었다. 그러니 미국이 한국의 AIIB 가입 반대 의사를 밝혔을 때 ‘이다이이루’ 논리가 정부에서 나왔을 리 없다. AIIB 창립 멤버 신청 마감 10여 일이 남은 요즘 정부는 ‘국익’ 운운하며 법석이다. 애초에 AIIB의 본질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조롱거리도 고민거리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정말 답답한 정부이고 외교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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