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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노래로 배웠네]<10>과연 남자들은 첫사랑을 못 잊을까?

노래할 때 내 생각 하는 거지




그대 오직 그대만이

내 첫사랑 내 끝사랑

지금부터 달라질 수 없는 한 가지

그대만이 영원한 내 사랑

김범수 <끝사랑>



지난번 글이 별 반향이 없었던 것 같아서 이번엔 좀 생활밀착형으로 방향을 잡아 보기로 했다. 소재도 좀 얻어 볼 겸 의성이를 만났다. 아, 혹시 모르는 분이 있을까봐 설명하자면, 의성이는 ‘마법의 성’의 의성이다. 영화배우 김의성 아니다.



의성이, 그리고 몇몇 후배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뜬금없는 화제가 나왔다. 바로 ‘여자들은 왜 남자들이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생각할까’였지. 그 자리의 홍일점이 당연하다는 듯 의문을 제기했어.



“못 잊는거 맞지 않아요?”

“누가 그래?”

“저 아는 사람들 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 다 여자들이지?”

“그럼 아니란 말인가요?”

“그건 그냥 ‘담배 피는 여자는 문란하다’ 수준의 괴담인 것 같은데?”



그랬다. 그 자리에서 남자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너 첫사랑 못 잊냐?” “글쎄…” “기억이 안 나?” “아니, 기억이야 하지. 그런데 뭐 첫사랑이야, 그냥 첫사랑이지. 다만 제일 기억나는 여자가 첫사랑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



전원이 다 그랬다. 놀란 건 홍일점 뿐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여자들에겐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못 잊는다’는 신화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때부터 대화는 ‘그럼 대체 왜 이런 이상한 통설이 생겼나’로 옮아갔다. 여러 가설들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건 ‘누군가 첫사랑을 팔았다’ 였다.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이야기라 여기 소개한다.



웃지 말고 말해줘




“오래 전 사귀었거나 썸을 탔던 남녀가 다시 만났다고 치자. 두 사람은 동창이거나, 교회 친구거나, 동네 선후배거나 하는, 공동의 추억이 있는 사이야. 스무살 안팎의 좋은 나이, 뭔가 좋은 느낌이 오가는 사이였지만 사귀었다 쳐도 길게 가지 못했고 멀리서 바라보거나, 둘 중 하나가 그때 짝이 있었거나, 곧 군대나 유학을 갈 처지였거나 하는 사연들은 누구나 있을 거야.



그렇게 이뤄지지 못한 두 남녀가 5년 뒤, 10년 뒤 쯤에 우연히 당시 친구들과 함께 만났어. 오랜만에 보면 반갑고, 한잔 두잔에 흘러간 추억을 되새기다 보면 옛 정분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기 마련이지. 니가 그때 나 좋아했지 뭐 이런 얘기들을 던지고 와 웃으면 서먹함은 벌써 뒷전이야. 어느새 하나 둘씩 일행들이 자리를 뜨고 두 사람이 남은 술자리, 이미 대기는 휘발성 증기로 가득 찼어. 불꽃만 튀겨 주면 그냥 확 대 화재가….”



"그래서 그 불꽃이…?”

“그렇지. 바로 그 한마디인거지.”



불꽃을 제대로 튀겨 주는 매직 스펠. 지금부터 상황극 들어간다.



네 머리 속의 내 모습 맞지




여: (남자의 옛 추억담에) 어머 넌 기억력도 좋다. 난 다 잊어버렸는데.

남: (훗) 그게 기억력만은 아닐 거야.

여: 그럼?

남: 그런 말 들어 봤니? 남자는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못 잊는다고…?



그렇다. 제대로 느끼하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잘 통한다. 그리고 당장 통해서 뭐가 어쩌지 않더라도, 여자의 머리 속은 이 한마디로 가득 차기 마련. 물론 폐단도 있다. 이 한 마디가 너무 잘 통하는 바람에, 너무 많은 남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이 멘트를 너무 많이 써먹은 거다.



유학 갔다 돌아온 서클 오빠도 써먹고, 20년 만에 동창회 나가 곱게 늙은 동창을 보고 마음이 동한 아저씨도 써먹고,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여자에겐 웬만하면 저놈의 첫사랑 드립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첫사랑은 커녕 당시엔 아무 관심 없었던 사람에게도 걸핏하면 다들 써먹는다.



“사실 나쁠 건 없잖아. 첫사랑이란게 나쁜 말도 아니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러게. 사실이든 아니든 여자들한텐 추억 하나 더 생기는 거 아닌가? 아. 저 자식도 날 좋아했구나. 아유 깜찍한 놈들. 진작 말하지. 나 정말 옛날엔 잘 나갔었나 봐? 뭐 이런…”

“그 정도만 그냥 추억도 아니고 훈장이네.”



그날의 결론.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첫사랑이 특별하다고 믿는 이유’는 ‘몇몇 남자들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팔아먹었기 때문’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정도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정리하자. 남자 중에 옛사랑을 평생 못 잊는 사람은 꽤 있다(그 옛사랑이 여럿인 사람도 물론 있다). 그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옛사랑’이 바로 ‘첫사랑’인 사람도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첫사랑’과 ‘첫사랑이 아닌 다른 많은 사랑들’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이건 3월14일과 3월15일 사이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당부하는데, 첫사랑 타령 하는 남자를 너무 깊이 믿지 말기 바란다. 특히 오랜만에 나타나서 당신이 그의 첫사랑이었다고 주장하는 남자를. 그 말이 사실일 가능성은, 그 남자가 RH-형일 가능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 하긴 이 정도의 거짓말은 누구나 한다는 점도 기억해 두기 바란다. 크게 죄질이 나쁜 거짓말은 아니다.



‘첫사랑’이란 제목의 노래는 수없이 많지만 주현미의 노래 외에는 별다른 히트곡이 없는 이유도 아마 이런 진정성의 결여 때문이었던 건 아닐까. 반면, 눈 녹은 봄날이면 생각나는, 이 고전 명곡의 제목은 ‘옛사랑’이다. ‘첫사랑’이 아니다.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말해줘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이문세 <옛사랑>



내말믿어 기자 firstsowhat@joongang.co.k*r



※필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필자는 JMNET 가족 중 한명입니다. 연애를 각종 문화 콘텐트로 배운 실화 ‘연애를 땡땡으로 배웠네’는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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