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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영란법, 개미집처럼 만들면 성공한다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왜 남자들은 한 명이 계산을 다 해?”



 과도한 카드대금 청구서를 간파한 아내가 질문을 던졌다. 절친과의 식사비도 가급적 ‘n분의 1’로 나눈다는 아내. 내 술값 씀씀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나이의 의리와 질서 운운에 쓴웃음이 돌아왔다. 여자의 우정이 더 끈끈하고 합리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순 없었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1년에 몇 번 벌어지는 대화가 떠오른 건 김영란법 때문이다. 3주 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을 이야기했다. 김 전 위원장의 인상적인 표현들이 지금도 변수 X, Y, Z처럼 머릿속을 헤맨다. 더치페이법, 내 안의 부패 심리, 집단지성, 그리고 기적…. 맥락은 다르지만, 아내가 권한 더치페이를 김영란법이 주문하고 있었다.



 머릿속 변수들을 조합하니 이런 공식이 나왔다. “공짜 밝히는 심리(X)를 극복해서, 업무 현장에서도 더치페이(Y)로 부패의 싹을 자르고, 집단지성(Z)으로 법과 문화를 만들어가면, 기적이 이뤄진다.”



 주변 반응은 제각각이다. ‘기적=불가능’이라며 비현실성을 지적했고, 투명한 세계에 대한 희망을 말하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더치페이조차 쉽지 않은 나는 김영란법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자신은 없다. 다만 마음속 변수는 꿈틀거린다. ‘공짜 좋아하는 걸로 보이기 싫고, 남에게 피해 주기 싫으며, 지성인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욕구였다.



 나처럼 혼란스러운 개인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집단지성(集團知性·Collective Intelligence)’ 변수뿐이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



 이 용어의 출발점이 개미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100여 년 전 미국 곤충학자(윌리엄 모턴 휠러)는 거대한 개미집을 만드는 개미를 관찰했다.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해서 높은 지능 체계를 구현해 개미집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에어컨 없이도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과학적 통풍 구조, 타액과 배설물을 섞어 콘크리트보다 견고하게 만든 건축물에 현대 건축가들도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개미들이 어떻게 일을 해냈는지는 대자연의 미스터리다.



 집단지성을 매개로 김영란법을 고쳐 갈 우리와 개미를 비교해 본다. 다음달 임시국회부터 개미들은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국회의원, 공무원 집단, 민간 영역, 그리고 여론. 하지만, 어느 한쪽의 설계도만으로는 개미집을 완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행까지 1년6개월의 공기(工期)에 통풍구조차 없는 가건물은 합리적인 부패방지법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설계도를 공유하고 장단점을 나누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대자연의 미스터리만큼이나 거창한 질문에 앞서, 나는 과연 아내의 충고를 잘 따를 수 있을까.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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