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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대의 퇴근 후에] 명불허전, 두 노배우는 연기로 보여줬다

[사진 국립극단]


사라진 것에 대한 슬픔. 연극 ‘3월의 눈’이 말하는 건 이것이었다. 극의 배경인 잘 지어진 한옥은 수십년을 이어왔을 주인공 노부부의 사랑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재건축으로 뜯겨나갈 처지에 놓인 한옥은 노부부의 마지막 운명을 암시했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작은 소품들은 극의 디테일을 살렸다. 깨진 화분이며, 한동안 아무도 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세발자전거는 극의 의미를 대변했다.

극을 이끄는 인물은 신구(장오 분)와 손숙(이순 분)이었다. 두 배우는 무심한 듯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창호지를 문에 바르고, 추억을 되새기는 장면은 구들장처럼 뜨끈한 사랑이 뭔지를 보여줬다. 이들이 지난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케 했다.

[사진 국립극단]


두 배우는 관객에게 따뜻한 미소를 주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줬다. 먼저 간 아들을 그리는 어머니 손숙의 모습에서 관객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이런 아내의 모습에 답답해하며 격분하는 남편 신구의 모습, 그러나 이내 더 큰 고독감에 빠지는 모습에 객석에선 훌쩍 거리는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사위가 어두워진 밤에 홀로 앉아 있는 신구의 모습·표정은 한 세월을 살아온 한 노인의 사무치는 그리움, 그 자체였다. 아무 말 하지 않고 큰 움직임 하나 없지만 슬픔은 극을 달리고 있었다. 명불허전, 두 배우는 극에서 연기로 보여주고 있었다.

기자가 연극을 보러간 날, 무대위 배우들이 열연하는 동안에 객석에서 ‘카톡’ 소리가 났다. 순간 배우와 관객의 몰입이 깨져버렸다. 연극은 배우뿐 아니라 관객이 함께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688-5966.

강남통신 조한대 기자 c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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