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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뾰족한 대책 없는 정부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서민주택 대출 지원을 늘리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대표적 서민 내 집 마련 상품인 디딤돌 대출금리(연 2.2~3.2%)와 버팀목 전세대출 금리(연 2.7~3.3%)를 지금보다 낮추기로 했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2%→1.75%)를 반영한다는 취지다. 공공임대주택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60%는 수도권에 집중한다. 중산층용 민간임대주택인 뉴스테이도 올해 1만 가구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급격한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감안해 현재 7%인 전·월세 전환율을 5~6%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임대차 계약 기간 도중에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법정이율이다. 계약이 끝난 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는 집주인이 마음대로 전환율을 정할 수 있지만 계약 도중 바꿀 땐 한은 기준금리의 네 배(현재 7%)로 제한된다. 계약 기간 중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시장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출시된 주거안정 월세 대출(금리 연 2%)의 문턱도 낮출 방침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모 소득 연 3000만원 이하, 졸업 3년 이내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 전세난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조차 “기존 대책을 보완하는 데 충실하겠다”(손태락 주택토지실장)며 선을 굿고 있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화를 구조적인 변화라고 판단해서다.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와 수도권 신규주택 공급 감소가 원인이기 때문에 단기 처방만으로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야당은 정부 대책만으론 전·월세난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더 과감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전·월세 상한제(연 5%) ▶계약갱신청구권(2년 계약 뒤 2년 추가 보장) ▶임대기간 2년→3년 연장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태락 주택토지실장은 “전·월세 상한 폭을 제한하거나 임대기간을 연장하면 집주인들이 집값을 미리 올려 받아 오히려 세입자 부담이 커진다”며 “계약갱신청구권도 기존 세입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전셋값 거품은 계속 커지는데 새로운 대책을 거부하는 정부의 논리가 군색하다. 매매 활성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전·월세 대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정부 대책이 반쪽짜리긴 하지만 전셋값이 집값의 80~90%인 단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전·월세 상한제도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현실에 와닿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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