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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실직 65%가 20대 … 청년이 구조조정 1순위

지난 12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을 만났다. 이 장관이 “장기적으로 보면 중소·중견기업에서 폭넓게 경험해보는 게 꿈을 실현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한 대학생이 “눈높이가 높다고만 하는데 어른들의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왜 대기업만 바라보느냐는 지적은 폭력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나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은 3%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 입사시험장은 인파로 넘치는 반면 현장 기능인력이나 연구직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미스매치(불균형)’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청년의 시각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본지 분석(본지 1월 27일자 B1면)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졸 초임 차이는 연 700만원이다. 일본은 130만원에 불과하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아래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진다. 더욱이 대기업 정규직은 강력한 노동조합을 방패 삼아 갈수록 기득권을 더 키운다. 한번 중소기업이나 계약직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대기업이나 정규직으로 발돋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이러니 청년 취업준비생으로선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기업이나 정부는 물론 노조조차 무관심하다 보니 청년 취업자는 노동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3년 1000명 이상 사업체에서 회사 사정 때문에 실직한 (고용보험을 잃은) 근로자는 전체의 2.6%였다. 그런데 이 중 64.6%가 29세 이하 청년층으로 조사됐다. 1000명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29세 이하 근로자 비중이 24.3%임을 감안하면 청년이 구조조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전국 사업장에서 일하는 20대 근로자의 절반이 근무경력 1년 미만으로 나타났다.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노조조차 대기업 정규직의 이해를 주로 대변하다 보니 청년층 일자리 보호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사슬을 끊자면 노동시장 개혁이 절실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좁히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대신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 정년을 연장하면 정규직 근로자도 노후가 안정된다. 그래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도 커진다. 스웨덴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웨덴의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14.8%로 1년 전(17.2%)보다 2.4%포인트나 떨어졌다. 스웨덴 노총(LO)은 2013년 8월 경총(SAF)과 기존 초봉의 75% 수준 임금으로 청년들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LO의 라세톤 국장은 “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을 끌어내리려면 양보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합의문의 효력이 이듬해 청년실업률 하락이란 선물로 돌아왔다.

 정부의 섣부른 임금 인상 압박은 청년실업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은 임금 인상보다는 노동 개혁을 통해 정년을 연장하고 청년 실업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연세대 이지만(경제학) 교수는 “임금피크제만 도입해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청년고용이 24.4% 증가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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