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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파기"란 말에 연필 들고 메모한 박 대통령

김무성
‘메모하는 박근혜’ ‘중재자 김무성’ ‘꼼꼼한 문재인’.

 18일 국회에선 청와대 3자회동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스타일이 화제였다.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모습은 2013년 9월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국회 사랑재 회동 때와는 확 달랐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김한길 대표가 미리 적어 간 여러 가지 내용을 언급했지만, 야당 대표의 발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때론 별다른 말 없이 침묵하거나, 몇 초가량 틈을 준 뒤 화제를 돌려버리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가 국정원 댓글 문제 등을 워낙 집요하고 물고 늘어져서인지 박 대통령은 말미에 “이제 시간이 됐나요”라고 물으며 서둘러 회동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문 대표의 발언을 내내 경청했다. 특히 회동이 공개됐을 때 문 대표가 ‘경제민주화’와 ‘ 공약 파기’를 언급하자 연필을 들고 발언 내용을 메모지에 적기 시작했다. 그러곤 문 대표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박했다. 그래서 과거 사랑재 회동과는 달리 이번 3자회동은 토론처럼 진행됐다.

 감성화법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경제 한번 살려 보겠다는데 그것도 못 도와주나. 국민 위해 하고 싶은 걸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며 떨리는 목소리로 협조를 구했다. 사랑재 회동 때 “박 대통령은 표정이 없었다”는 말이 나온 것과 대조적이었다.

 간간이 미소도 띠고 회동장에서 두 대표를 기다리는 예우를 갖춘 것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문 대표는 회동 내내 자료를 뒤적였다. 준비해 간 의제 11개 중 하나라도 빼놓을까 봐 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밑줄을 그었다. 회담 직후 문 대표는 측근들에게 “박 대통령과 인식 차가 컸지만 할 말은 다 했고, 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표 측근들은 “문 대표의 화법은 ‘닥공’(닥치고 공격)형에 화술은 꼼꼼한 편”이라며 “변호사 출신인 점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했다. 문 대표의 말문은 터주면서도 박 대통령은 방어했다.

 그는 18일 “그런 회동에서 여당 대표는 튀면 안 된다. 철저히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3자회동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 가장 큰 웃음이 터진 것도 김 대표의 발언 때였다. 회동 끝 무렵 경남중 후배인 문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이렇게 경제 살리자는데 법안 통과 좀 도와주시라. 문 대표가 여당 되면 내가 화끈하게 협조하겠다”고 했을 때였다. 중간중간 문 대표가 준비해 온 의제를 더 깊숙이 들어가려 하면 “그런 문제는 원내대표들에게 맡기자”며 분위기를 풀어냈다.

 김 대표는 “문 대표는 첫 회동이라 많은 걸 준비해 쏟아냈고 박 대통령도 과거와 달리 소통에 적극적이었다”며 “3자회동이 꼭 딱딱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도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허진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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