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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과보호 땐 젊은이들이 가장 큰 피해 … 일할 준비 돼 있어도 기회가 없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사공일 본사 고문 겸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세계정책회의(WPC) 등 콘퍼런스에서 자주 만나 토론했다. 두 전문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본부에서 다시 만났다. 금리·유가·재정적자·불평등 같은 키워드를 놓고 해결의 길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사공일 본사 고문(왼쪽)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만나 열띤 대담을 했다. 이들은 유가·재정적자·불평등 같은 국제 문제에다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문제와 해법을 논의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모든 이슈를 고민하느라 밤잠을 못 잔다”는 농담을 해 대담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진 한불네트워크]

▶사공일=OECD가 지난해 11월 세계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업데이트된 전망은 언제 나오는가.

 ▶앙헬 구리아=18일(현지시간)께 새 전망이 나온다. 성장 전망이 조금은 상향 조정될 것 같다. 저유가 등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새 요인이 나타났다. 미국은 올여름이나 가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에 0.25%나 0.5%에 이를 수 있다(현재 기준금리는 0~0.25%로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임은 바뀌지 않는다.

 ▶사공=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를 실시했다. 이것도 세계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

 ▶구리아=ECB의 QE 효과는 이미 나타났다. 최근 유로화 값이 미국 달러와 견줘 15% 정도 떨어졌다. 유로존 주가는 얼추 15% 올랐다. 유로존 회원국 간 금리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QE를 본격화하기도 전에 효과가 나타난 점은 앞으로 극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다.

 ▶사공=저유가를 긍정적 요인으로 얘기했는데, OECD는 국제유가 흐름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가.

 ▶구리아=문제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이다. 2008~2009년 배럴당 140달러였다가 하락해 (지난해 중순엔) 100달러 선에서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떨어져 현재 40~50달러 선에 이르렀다. 우리(OECD)는 60달러 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사공=그리스와 채권자인 트로이카(EU·ECB·IMF) 간 협상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까.

 ▶구리아=양쪽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양쪽의 협상은 상당한 진척을 보일 것이다. OECD는 그리스의 개혁 프로그램을 도와주고 있다.

 ▶사공=중국이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둘째로 큰 경제다(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구리아=중국이 뉴 노멀(New Normal)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7%는 실현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참 영리하다. 다른 나라는 실제 성장할 수 있는 수치보다 높여 목표를 제시하는데 중국은 반대로 낮은 목표치를 내놓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내게 웃음 띤 얼굴로 “7% 전후”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7%는 단순히 숫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금융과 투자 부문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사공=연 7% 안팎의 성장은 중국 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구리아=사공 이사장은 경제정책 담당자였고 경제이론가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경제가 연 10% 또는 11% 성장을 이어 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고도성장하면) 경제의 모든 부문이 궤도에서 벗어나는 걸 피할 수 없다. 뉴 노멀에 수렴한다. 문제는 ‘뉴 노멀로 가는 과정이 연착륙인가 아니면 경착륙인가’다. 나는 중국이 (뉴 노멀로 가는 과정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사공=곧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만난다. 일본 경제와 아베 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구리아=세 가지 화살 가운데 첫 번째인 QE는 과감하고 강력했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지출은 처음엔 아주 유연했다. 상황에 맞춰 지출을 늘려 간다는 의미였다. 현재 일본의 재정상태는 좋지 않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40%인데, 여전히 늘고 있다. 2020년이 돼야 부채 증가 추세가 안정될 전망이다. 공격적인 재정지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의 변수는 일본 내 정치다.

 ▶사공=세 번째 화살은 정치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치적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구리아=용기 못지않게 어떤 분야를 선택해 개혁에 나서는가도 중요하다. 이달 8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여성의 날이었다. 일본에서 여성은 충분히 교육받고 있지만 경제활동 참여율은 낮다.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과 남녀 임금 차이가 문제다. 일본이 여성의 경제 참여를 늘리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를 줄이기로 한 것은 세 번째 화살의 효과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공=일본보다 한국이 더 절실하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 한국 여성의 참여율은 OECD 평균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보다 낮다.

 ▶구리아=한국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주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다. 한국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노령화 속도를 낮춰야 할 때다.

 ▶사공=중장기적 과제인 불평등과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살펴보자. OECD는 불평등을 오래전부터 제기해 왔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구리아=내가 보기에 경제위기는 몇 가지 파장을 몰고 왔다. 하나는 저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높은 실업률이다. 셋째가 바로 불평등 심화다. 우리는 10년 전에 불평등 보고서를 냈다. OECD엔 불평등이 해묵은 과제란 얘기다. 1999~2010년 사이 불평등 때문에 OECD 회원국들이 까먹은 GDP는 6~10%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은 윤리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순수한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이제 추정이 아니다.

 ▶사공=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사회안전망의 강화다. 그리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시장과 교육 시스템 개혁 등이다. 현재 한국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됐다. 전체 근로자의 7%밖에 되지 않는 대기업 노조 조합원의 정규직 과보호 때문에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노동시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되길 바라지만 사회·정치적인 벽에 부딪혀 쉽지 않아 보인다.

 ▶구리아=나도 노동시장엔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중시한다.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 보장을 원한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이 강해 노동 보호가 지나칠 때에는 (기업의) 채용의지가 떨어진다. 가장 큰 피해자가 보호막 밖에 있는 젊은이다. 그들은 일할 준비가 돼 있는 경우에도 기회를 갖지 못한다.

 ▶사공=노동시장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 독일의 어젠다 2010이 대표적인 예다. 독일이 어젠다대로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노동시장을 제대로 개혁했기 때문에 독일 경제가 지금 다른 나라보다 잘하고 있다.

 ▶구리아=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해냈다. 이전까지 이탈리아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어려운 일이었다. 렌치는 “(노동 개혁)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재선거를 하겠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그 결과 법이 제정됐다. 그가 정치적 의지와 용기를 발휘한 덕분이다.

 ▶사공=OECD가 그동안 중시해 온 기후변화로 화제를 바꿔 보자. 여기 오기 전에 미국 워싱턴을 들렀다. 폭설과 혹한으로 워싱턴이 마비될 정도였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 때문이 아닌지 걱정된다.

 ▶구리아=모든 이슈가 모두 내 문제다. 밤잠을 설치는 이유다.(웃음) 경제위기 때문에 우리가 집중하지 못했던 이슈가 바로 기후변화다.

 ▶사공=당신이 전문가들의 칼럼 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최근 쓴 글을 봤다. 거기서 당신은 “최근 경험한 금융위기와 달리 우리는 지구를 구제(bailout)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치 있는 표현이었다.

 ▶구리아=칼럼에서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21세기 하반기에 온실가스 순유출을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지구도, 경제도, 사회도, 농업도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데, 위험요인을 방치했다가 당했던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공=세계엔 ‘구리아의 외침’이 필요하다. 내년에 중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G20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어떤 국가도 주인의식을 갖거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 몇 가지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논의하면 G20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구리아=우리는 G20에서 논의하고 싶은 의제가 분명하다. 우선 2018년까지 성장률을 추가로 2% 더 올리는 일이다. 둘째는 2025년까지 여성 경제활동률을 25% 늘리고 고용을 25% 증가시키는 프로젝트다.

 ▶사공=잘 알겠지만 G20에선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보다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감독하는 일도 필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리=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앙헬 구리아

● 1950년생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 전 멕시코 외무·재무장관
● 전 멕시코 수출입은행 최고경영자
● 리즈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 멕시코국립자치대 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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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