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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책 읽어주듯, 두근두근 행복한 무대

김애란(左), 추민주(右)

연극 포스터
소설가 김애란(35)과 연출가 추민주(40).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99학번 동기동창인 두 사람이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의 원작자와 연출자로 뭉쳤다.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함께 공연을 보고 나온 두 사람은 발갛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활자로 볼 수 없는 표정과 눈빛이 연극이란 장르 안에서 구현됐다는 게 인상적”이라는 작가에게 연출가는 “소설 속 명문장을 가능한 한 안 바꿨다. 마치 책을 소리내 읽는 것 같은 연극을 만들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예종 재학 시절 ‘절친’으로 지냈다는 이들은 10여 년 전 우리 문화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김애란은 2002년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데뷔한 뒤 『침이 고인다』 『비행운』 등 소설집을 잇달아 내놓았고, 2013년엔 최연소 수상기록을 세우며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2011년 출간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5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지난해에는 강동원·송혜교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추민주는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로 꼽히는 창작뮤지컬 ‘빨래’의 극작·연출가다. 원래 2003년 한예종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다가 호평이 이어지자 2005년 국립극장에서 정식 초연했다. 이후 더뮤지컬어워즈 작사작곡·극본상과 한국뮤지컬대상 등을 휩쓸었고, 지금까지 누적 관객수 47만 명을 넘기며 롱런 중이다.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도 했다.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성공한 두 친구’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추민주가 연극 제작사로부터 ‘두근두근 내 인생’ 연출 제안을 처음 받은 건 2013년이었다. “그땐 거절했어요. 잘못 만들면 안될 것 같아 겁이 났죠.” 지난해 11월 다시 제안을 받고선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다. 혼자 섬 바람을 맞으며 고민했고, 1시간쯤 걸은 뒤 ‘그래 해봐야지’ 용기를 냈다.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삶과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대수·미라가 열일곱 살에 낳은 아들 아름이가 주인공이다. 조로증으로 나이 열일곱에 외모는 여든 살이지만, 늘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바라본다.

 연출자 추민주는 “배우·스태프 모두 아름이가 자주 했던 인사 ‘좋은 하루’ ‘행복한 생각 많이많이’를 따라한다. 다소 느끼할 법한데도 절로 튀어나온다 ”고 했다.

 연출자가 뽑은 하이라이트는 아름이가 정체모를 인물 ‘서하’와 메일을 주고받는 장면이다. “너는 언제 살고 싶니?”란 뜬금없는 질문에 아름이는 이렇게 답한다. “멜로 영화 예고편을 볼 때,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서 재미있는 애드립 치는 진행자를 볼 때, 동네 구멍가게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가 8시 드라마 보면서 울 때, (…) 와, 많다. 그치?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두근대게 해.”

 추민주는 “흔히 죽고 싶은 순간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이 작품은 살고 싶은 순간을 묻고 있다.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순간을 떠올리다 보면 자연히 좋은 생각, 좋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애란은 “시간·공간의 제약을 허들처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놀랍다”며 연출자의 역량을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아름이가 시각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연극 첫 장면에서 다 빠진 이를 드러낸 채 주름진 얼굴로 웃고 있는 아름이를 보는 순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얼굴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와 제작진이 아름이에게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가 전해졌다”고 말했다.

 공연은 5월 25일까지 계속된다. 1644-1702. 

글=이지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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