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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청년, 인도에서 팥빙수집 차린 까닭은 …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 팥빙수 가게를 낸 김치선(가운데)씨가 단골 손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모습을 가게 내부 사진 위에 합성했다. 내부는 화려한 인도 스타일 대신 ‘강남 스타일’로 꾸몄다. [사진 김치선]

한 발명왕 청년이 있었다. 각종 장관상과 국제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발명 특기생으로 성균관대에 입학했고, 특허와 실용실안등록만 50여 개를 보유했다. 차량용 블랙박스와 바퀴 달린 의자 등 지금은 상용화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이 청년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었다면 청년은 지금쯤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돼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달랐다. 청년은 한국에서의 창업에 회의를 품고 인도로 떠났다. 그는 지난해 더운 나라 인도에서 ‘쏭치’라는 이름의 팥빙수집을 차렸다. 올해 29세 김치선씨의 얘기다.

 -아이디어가 많아 한국에서 창업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한국 시장은 희귀한 아이디어도 금세 모방이 가능하고 쉽게 전파되며, 그 유행이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현상이 심한 곳이다. 웬만한 자본금 없이는 오리지널도 남에게 뺏겨 버리는 상황을 자주 목격했고, 아이디어만으로는 안정된 수입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중국 창업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인도를 여행하던 중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한국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

 “예를 들어 바퀴 달린 의자 같은 경우 중소기업에 아이디어를 판매했지만 규모가 큰 의자업체에서 모방을 해 실제 생산과 판매가 더 빨리 이뤄졌다. 아이디어를 사간 중소기업의 제품은 당연히 수익 창출에 실패했고, 내게 돌아오는 사용료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 유형 물질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보다 추진력이 중요한데, 자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규모가 큰 곳에 아이디어를 파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건 우리나라 특허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허에 대한 절차가 개인보다 기업에 덜 까다로워서 대기업이 이리조리 돌려 조금만 방식을 바꾸면 기업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학창시절 당시로선 최상위 상장이었던 장관상을 세 번이나 받고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다 소용이 없더라. 그리고 언제부턴가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에서의 아이디어가 대접받고 확산 되는 것을 보면서 유형 물질에 대한 아이디어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회의감을 품고 해외 창업을 준비하던 그는 3년 전 인도 여행을 하면서 탈수 증상을 겪고, 당시 너무나 간절했던 팥빙수집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자본금은 영국에서 어학 연수를 할 당시 모델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번 돈을 굴리고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이 너무 빨라서 문제였다면, 인도는 너무 느려서 문제였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낙천적인 인도인들은 늘 입으로 ‘no problem(문제없어)’이라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No. Problem(아니. 문제야)’ 투성이었다고 한다. 가게를 인테리어 하는데 만도 6개월이 걸렸다. 게다가 인도인에게 팥이란 카레 재료나 반찬으로 먹는 맵고 짠 음식이어서 디저트로 먹는다는 개념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한 번 먹어본 이들이 단골이 되면서 가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는 “1호점은 뉴델리에서 조금 아래에 위치한 곳에 있지만 뉴델리 중심가에 2호점을 내는 게 단기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 창업에 뜻이 있는 또래 청년들에겐 이런 조언을 내놨다. “남들의 긍정적인 말에 희망을 갖거나 성공 사례를 듣고 기대에 부풀지 마라. 얼마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하고 조사하고 준비돼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시간·사랑·자본 등 잃는 것 역시 많은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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