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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부탄, 월드컵 기적 … 그 뒤엔 한국인의 헌신

부탄은 한국인 지도자(유기흥 감독·사진 가운데)들의 헌신에 힘입어 월드컵 2차 예선 진출이라는 기적을 완성했다. [사진 유기흥 감독]

유기흥 감독(사진 오른쪽)은 현 부탄 A대표팀 멤버 대부분을 길러낸 주인공이다. [사진 유기흥 감독]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209위) 부탄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을 통과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18일 부탄은 수도 팀푸에서 열린 스리랑카(174위)와의 홈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린 공격수 첸초 겔첸의 활약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지난 13일 스리랑카 원정 1차전을 1-0으로 이겼던 부탄은 2연승으로 1차 예선을 마쳤다.

부탄은 지난 2008년 6월 아프가니스탄전(3-1승) 이후 7년간 A매치 19연패를 당한 설움을 씻고 사상 첫 월드컵 도전 무대에서 2차 예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2차 예선에는 한국·일본·이란·호주 등 월드컵 본선 단골손님들이 총출동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 FIFA랭킹 꼴찌가 월드컵 8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한국(56위)과 같은 조에서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40개국이 5팀씩 8개 조로 나뉘어 치르는 2차 예선 대진은 다음달 14일 결정된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GDP)이 2700달러(약 305만원)에 불과한 빈국이다. 축구협회 운영비가 모자라 매년 FIFA로부터 20만 달러(2억2600만원)를 지원받는다. 사상 첫 월드컵 참가도 FIFA의 자금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부탄의 기적’에는 한국 축구인들의 헌신이 숨어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0년부터 아시아 축구 변방국에 지도자를 파견하고 있다. 부탄을 비롯해 네팔(장경환)·브루나이(권오손)·스리랑카(장정)·아프가니스탄(이성제)·동티모르(김신환)·캄보디아(이태훈)·괌(김상훈)·미얀마(박성화) 등에 한국 축구 지도자들의 손길이 미쳤다. 임흥세 남수단축구대표팀 총감독처럼 열악한 나라를 스스로 찾아가 봉사하는 축구인들도 있다.

 2000년 5월 FIFA에 가입한 부탄은 대한축구협회가 1호로 지도자를 보낸 나라다. 2000년 말 고(故) 강병찬 감독이 2년여 동안 A대표팀을 이끌었다. 이어 네팔 A대표팀을 이끌던 유기흥(68) 감독이 2007년 부탄으로 건너가 청소년 대표팀과 A대표팀을 2년간 가르쳤다. 유 감독은 18일 전화통화에서 “스리랑카를 이긴 부탄 A대표팀 멤버 대부분은 내가 부탄 청소년 대표팀(16세)을 이끌 무렵 발굴해 키워낸 제자들”이라면서 “당시 코치로 나를 돕던 초키 니마가 지금 A대표팀 감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임 당시엔 모든 게 기대 이하였다. 선수들은 기본기조차 안 돼 있고, 닭 두 마리를 선수단 25명이 나눠먹을 정도로 환경도 열악했다. 그저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부탄은 FIFA 가입 이후 줄곧 랭킹 최하위 언저리에 머물렀지만 두 한국인 지도자의 헌신 아래 차근차근 실력을 키웠다. 유 감독은 “자타공인 세계 꼴찌가 월드컵 2차 예선에 나선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선발부터 교육, 관리까지 모두 내가 책임진 선수들이라 더 기쁘다”고 했다.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아시아 축구의 리더로서 한국이 한 몫을 해낸 것 같아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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