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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 몸은 하나인데, 서로 같이 가자 하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돌이켜 보면 지난해 여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대 강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영화 ‘명량’이 한창 흥행하던 때에 “명나라 등자룡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함께 전사했다. 명나라 장군 진린의 후손은 오늘날까지도 한국에 살고 있다”며 명이 조선에 주장한 ‘재조지은’(再造之恩·나라를 구해준 은혜)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백의 시구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센 바람이 물결을 가르는 때가 오면 높이 돛을 달고 바다를 건너리)’를 소개한 뒤 우리에게 “함께 돛을 달자”고 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흉기 습격 사건으로 수술받은 직후 트위터에 한글로 ‘같이 갑시다’를 썼다. 한국전쟁 때 백선엽 장군이 맥아더 장군에게 한 말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표현이다. 3년 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외대에서의 강연을 “같이 갑시다”로 마무리했다.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권하고, 중국은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양국의 고관들이 경쟁적으로 서울로 날아온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건에는 그 반대의 압박이 가해졌다. 미·중 양국이 양쪽에서 서로 팔을 잡아당긴다.

 ‘같이 가지 않을 때 겪는 일’을 중국이 우리에게 살짝 보여준 적이 있다. 2000년 한국이 농가보호 차원에서 마늘에 긴급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국은 한 달 만에 백기투항했다. 그때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지금은 25%다. 중국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항공기 등의 구매 계획을 유보시켰다. 사르코지는 결국 유감을 표명했고, 중국은 통 크게도 여객기 102대를 한 번에 사줬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2012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재빨리 AIIB 동참 의사를 밝혔다.

 팔목 낚아채 끌고 가는 것은 진정한 동행이 아니다. 친구라면 이해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미·중 양국에 장쩌민 전 주석이 즐겨 낭송한 소동파 시의 한 대목을 전해 주고 싶다. ‘인생엔 슬픔과 기쁨, 헤어짐이 있고/달에는 흐림과 맑음, 참과 기울어짐이 있으니/이는 예부터 온전하기 어려웠네/다만 원하니 인생 오래오래 이어져/천리 먼 곳에서도 저 달을 함께 보기를(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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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