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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갯바위 벗삼아 4개 섬 한 바퀴 … 신선놀음 따로없죠


선유도에서는 해수욕장에 바싹 붙어 라이딩을 즐긴다.

선유도해수욕장은 반달 모양으로 해안선이 길게 나 있다.

대장봉은 일출 명소다. 30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선유봉 전망도 대장봉에 뒤지지 않는다.

선유도 대표 음식 바지락탕.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봄이 되니 몸이 간지럽다. 가지 끝에서 연둣빛 새살을 애써 뽑아내는 나무도 그러하리라. 무릇 생명이란 이럴 때 힘을 써야 하고, 땀을 흘려야 한다.

전북 군산 앞바다에 있는 선유도로 자전거를 타러 간 건 그래서였다. 선유도는 동력에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내 몸으로, 내 힘으로 누빌 수 있는 섬이다.

두 바퀴로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두 발로 섬 곳곳에 솟은 봉우리를 오른다. 신선이 노닐던 풍광 속을 땀 흘리며 다니고 나니, 비로소 온몸에 봄의 기운이 퍼져 있었다.


선유도는 구불구불 해안선 따라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천국이다.
명사십리 선유도해수욕장에서 숨을 고르며 절경을 감상했다.


3시간 만에 정복한 자전거 천국

선유도는 63개 섬으로 이뤄진 고군산군도의 심장부다. 현재 63개 섬은 군산시 옥도면에 속해 있는데 원래 군산은 선유도의 이름이었다. 선유도에 수군기지가 있어 ‘군산진’이라 불렀는데, 기지를 내륙으로 옮기면서 지명도 빼앗겼다.

그런데 고군산군도라는 이름마저 수명이 다할 것 같다. 많은 섬이 육지와 연결될 날이 멀지 않아서다. 고군산군도 중 동쪽에 있는 야미도·신시도는 이미 새만금방조제로 이어져 ‘연륙도(連陸島)’가 됐다. 다음 단계는 ‘고군산 연결도로’다. 내년 즈음 공사가 끝나면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대장도까지 찻길이 난다. 그러니까 때묻지 않은 섬의 매력을 있는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다.

선유도와 다리로 이어진 장자도·대장도·무녀도까지는 두 바퀴의 힘을 빌리면 어디든 30분 안에 닿을 수 있다. 오르막길도 많지 않다. 그래서 선유도는 자전거 천국으로 통한다. 한해 약 30만 명이 섬을 찾는데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빌려 가볍게 라이딩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 11일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파도 때문에 3일 만에 배가 떴는데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먹거리와 생필품을 잔뜩 챙긴 주민들과 낚싯대,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까지 약 20명이 한 배에 올랐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숙소에 여장을 풀고 라이딩을 나갔다.

선유도에는 자전거 코스가 3개 있다. 선착장을 기준으로 각 코스를 왕복하면 약 26㎞.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3시간 안에 모든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왕복 9㎞의 B코스부터 시작했다. 선유도를 남북으로 달리며 다이내믹한 풍광을 만나는 코스다. 파도가 겹겹이 부서지는 선유도 해수욕장을 지나니 맨땅에 봉우리 두 개가 봉긋 솟은 망주봉이 나왔다. 아담한 갈대밭과 자갈 반짝이는 몽돌해수욕장이 이어졌다. 전원리 갈대밭에서 대봉 전망대로 오르는 오르막길이 조금 힘들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평지였다.

대장봉에서 본 일출. 고군산군도가 온통 붉게 물들었다.



봉우리에서 보는 일출·일몰 장관

A코스의 반환점 장자할매바위. 대장도 기슭에 우뚝 솟아 있다.
가장 짧은 A코스(왕복 7.5㎞)는 선유도에서 서쪽의 대장도까지 이어진다. 해수욕장을 오른쪽에 두고 얕은 오르막길을 오르니 짚라인 공사가 한창이었다. 환경 파괴가 적은 놀이기구라는데, 해수욕장 바로 옆에 높은 타워가 솟아 미관을 해쳤다. 장자대교까지 오르막이 이어졌다. 가녀린 젊은 여성은 여기서 자전거를 끌고 갔다. 다리를 건너 장자도 언덕에 올랐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낙조 명소란다. 아쉽게도 해무가 짙어 근사한 낙조는 보지 못했다.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장자대교. 바다 위를 나는 기분이다.
C코스는 선유도에서 출발해 무녀도 북쪽 자락을 훑는 왕복 9.5㎞ 길이다.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무녀도 동쪽 끝까지 달렸다. 모감주나무 군락지와 대나무 숲이 나타났고, 염전도 있었다. 널따란 논도 보였다. 이전까지와는 색다른 풍광이었다.

자전거만 타고 훌쩍 섬을 떠나기에는 아쉬웠다. 각 섬에 있는 왕복 1시간 높이의 아담한 산을 놓칠 수 없었다. 12일 새벽, 자전거를 몰고 다시 대장도로 향했다. 대장봉(142m)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깊은 새벽, 거친 파도 소리에 겁도 났지만 밝은 달빛이 포근하게 길을 비춰줬다.

30분 만에 꼭대기에 닿았다. 동행한 윤연수(61) 자연해설사와 강아지 두 마리도 함께 정상에 올랐다. 멀리 육지 쪽에서 커다란 해가 떠올라 고군산군도와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였다. 대장도가 고향인 윤씨는 “남해의 해상 국립공원을 압도하는 풍광”이라고 자랑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선유봉(111m)에도 올랐다. 대장봉처럼 바위가 많은 골산이었다. 정상부의 바위는 철분 함량이 높아 분홍빛을 띠었다. 선유봉에서 굽어보니 갯바위도 온통 분홍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3월 중순인데 섬에서 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봄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았다. 분홍빛 바위 섬과 그 섬을 더 진하게 물들인 봄날의 햇살 때문이었으리라.





●여행정보=선유도 가는 배는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탄다. 서울시청에서 군산항까지는 자동차로 약 3시간 걸린다. 3월까지는 하루 두 번 배가 드나든다. 군산항에서 오전 9시·오후 1시30분, 선유도에서 오전 11시·오후 3시30분에 출발한다. 오전에 뜨는 진달래호는 쾌속선이라 45분, 오후 배인 옥도훼리호는 1시간 30분 걸린다. 뱃삯은 군산 출발 기준으로 각각 1만6650원, 1만3500원이다. 자전거는 선유도 선착장의 대여소나 민박집에서 빌리면 된다. 1시간 3000원, 하루 1만원이다. 선유 2구 쪽에 민박이 몰려 있다. 비수기 평일 기준으로 4만~5만원 수준. 민박집 대부분이 식당을 겸한다. 이번에는 서해민박에서 물메기탕(1만원), 우리민박에서 바지락탕(9000원)을 먹었다. 갯바람에 말린 물메기는 구수했고, 제철 맞은 바지락은 시원했다. 보다 근사한 숙소를 찾는다면 대장도에 있는 펜션을 이용하면 된다. 군산시청 문화관광과 063-454-4000.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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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