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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민 기자의 센터링 경제학⑨ 세계의 치열한 세금 눈치게임 - 기업이나 축구스타나 “세금은 싫어요”

[이코노미스트]

AS모나코는 0% 세율을 앞세워 ‘인간계 최강’이라 불리는 라다멜 팔카오를 영입했다.


세금 탓에 난리다. 특히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 후 쪼그라든 월급통장을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속이 쓰리다. 통장에 찍힌 월급을 보면 무슨 세금을 이렇게 많이 떼나 싶다. 그런데 만약 한 외국 기업에서 당신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고 상상을 해보자. 연봉은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이 회사가 있는 나라는 세금이 0원이란다.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당신은 벌써 짐을 싸고 있을 것이다.

세율 낮으면 선수 영입 쉬워

이런 일은 축구계에서 자주 벌어진다. 다른 나라의 리그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축구 선수가 해외로 이적을 하게 되면 당연히 자신이 뛰는 구단의 연고지에 소득세를 낸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선수라면 영국에, 분데스리가 구단 선수라면 독일에 세금을 낸다. 그런데 세율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조금이라고는 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라면 세금 1%에 수십 억원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이적을 생각하는 축구 선수에겐 리그의 수준과 환경, 연봉만큼 그 나라의 세율도 무시 못할 요소가 된다. 따라서 같은 값이면 세율이 낮은 리그로 이적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점을 적극 활용하는 구단도 있다. ‘AS모나코’ 같은 경우다. AS모나코는 2012-2013 시즌 프랑스 2부 리그에서 우승하면서 1부 리그인 ‘리그 앙’으로 승격한 구단이다. 프랑스 리그 소속이긴 하지만 연고지는 프랑스 영토 밖의 독립국가인 모나코공국이다. 관광업과 카지노로 유명한 도시국가 모나코는 초저세율을 자랑한다. 실제로 AS모나코 소속 선수들의 세율은 ‘0%’다. AS모나코 선수는 프랑스의 선진 리그에서 뛰면서 ‘제로 택스’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억만장자 구단주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의 막강한 재력까지 등에 업은 AS모나코는 0% 세율을 앞세워 우수한 선수를 사들였다. ‘인간계 최강’이라 불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팔카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앞서 주앙 무티뉴와 브라질 월드컵에서 신성으로 떠올라 지금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데려오기도 했다. 모두 프리미어리그 같은 빅리그의 상위권 팀에서도 탐내던 선수 들이다. 이들을 영입한 AS모나코는 승격 후 첫 시즌인 2013-2014 시즌 준우승을 달성했다.

낮은 세율로 선수를 유혹하는 구단은 AS모나코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의 많은 구단이 선수들의 세금을 면제해준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중동으로 떠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선수의 세후 연봉을 보면 유럽 리그 선수를 제치고 중동 리그의 선수들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 같은 저세율 모델로 선수와 구단, 국가는 각자가 원하는 걸 얻는다. 선수들은 간접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구단은 이를 이용해 좋은 선수를 끌어 모은다. 해당 국가는 자국 리그에 훌륭한 선수가 들어와 경기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당사자들에겐 모두 만족스러운 모델인 셈이다.

AS모나코와 중동 구단의 이런 행태는 글로벌 경제에서 이슈로 떠오른 ‘조세피난처(tax heaven)’와 같은 방식이다. 조세피난처는 개인이나 법인의 실제 발생 소득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법인의 부담세액이 당해 실제 발생소득의 15% 이하인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세금을 거의 안내도 되는 곳이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는 법인세가 전액 면제되는 바하마·버뮤다제도 등이 있다.

조세피난처는 세금 감면 정도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바하마·버뮤다·케이맨 제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 천국(Tax Paradise)’, 홍콩·파나마·라이베리아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 피난처(Tax Shelter)’로 부른다. 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위스 등은 비과세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활동에 세금상 특혜를 주는 ‘조세 휴양지(Tax Resort)’다.

AS모나코는 축구판 조세피난처

조세피난처가 세율을 낮춰서 얻는 이득도 AS모나코나 중동 구단의 그것과 같다. AS모나코와 중동 구단이 좋은 선수를 얻는 것처럼 조세피난처는 기업과 자본을 유치한다. 법인세 비용을 아끼고 싶은 글로벌 기업이 세율이 낮은 곳으로 소재지를 옮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수를 끌어온 구단의 수준이 향상하듯이 세율을 낮춘 정부는 기업을 유치해 고용과 산업 경쟁력, 소비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맹점도 있다. 당장 정부의 세수가 줄어든다. 또 역외 탈세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나 ‘검은 돈’이 흘러 들어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를 위한 법률·금융 서비스가 자국 내에서 발전하게 되니 그리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게 조세피난처 정부의 계산이다. 이를 실제로 해낸 것이 스위스다. 스위스의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낮은 세율’과 ‘비밀주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낮은 세율을 찾아온 자본을 보관해 주고, 이에 대한 정보까지 보호하면서 자국의 금융산업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런 모델을 활용하는 게 조세회피처뿐만은 아니다. 세계 각국은 알짜 기업과 자본을 불러모으기 위해 알게 모르게 세율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39.1%에 달하는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아일랜드·네덜란드·영국 등지로 소재지를 옮겼다. 이른바 ‘법인 자리바꿈(corporate inversion)’이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저세율 국가다. 영국도 법인세가 23%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조세회피처 수준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책정해 기업을 유혹한다. 이들 정부는 이로 인해 한 법인당 세수는 줄더라도 법인 수 자체를 늘리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저세율 전략도 한계에 당면한 모습이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다. 저세율의 핵심은 상‘ 대적으로’ 낮은 세율이다. 세율이 무조건 낮은 게 아니라 옆 나라보다 낮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만약 너도 나도 이 전략을 쓰면 세율 낮추기 경쟁에 들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은 세금을 낮출 수 없는 시점이 온다. 나는 더 이상 낮출 수 없는데 옆 나라는 계속 내린다면? 그땐 이를 두고 시비를 걸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가 스위스 비밀계좌 공개다. 스위스는 그동안 자국 내 계좌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지만, 몇 해 전부터 조세협정 개정을 통해 부분적인 정보를 다른 나라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스위스 은행들이 타국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과세당국에 비밀을 지켜줄 뿐 아니라 눈을 피해 스위스로 옮기는 과정에 적극적인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집중적인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위스 정부가 일정 부분 투항하면서 비밀금고의 빗장이 풀렸다.

사실 그동안 많은 나라가 자국 내 납세자의 국외 탈세를 부분적으로 묵인해왔다. 그게 아니라면 스위스에 그 많은 검은 돈이 모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국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두둑했을 때는 잊고 있던 ‘받을 돈’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재정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세수 확보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탈세를 막기 위해 나서면서 조세피난처가 설 곳을 잃기 시작했다.

선진국·프랑스 구단 “저세율은 반칙”

법인세 경쟁도 마찬가지다. 미국·일본·유럽의 재정 사정은 그리 여의치 않다. 그만큼 세금이 더 필요하다. 이 때문에 증세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은 “그럴 거면 세금 싼 데 가서 장사하겠다”며 떠날 것만 같다. 실제로 초고세율 인상이 논의됐던 당시 프랑스에서는 고소득자와 법인의 자국 이탈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증세 또는 적어도 세율 유지를 원하는 정부 입장에선 나보다 세율이 낮은 옆 나라가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세율이 너무 낮은 건 반칙”이라며 저세율 국가에 압박을 하는 것이다.

축구계의 조세피난처인 AS모나코도 지난해 초 비슷한 이유로 압박에 시달렸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리그 앙의 구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더구나 좌파 성향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프랑스 내 최고소득자들에게 75%에 이르는 세율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축구 클럽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리그 앙 구단과 선수들은 예기치 않게 많은 세금을 지불해야 했기에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더 큰 불만은 같은 리그에 있는 AS모나코의 존재였다. 자신들은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며 선수들의 연봉을 지급하는데, 모나코는 프랑스 세법을 적용 받지 않아 아무런 부담 없이 구단을 운영할 수 있어 불공평하다는 얘기였다.

결국 프랑스 프로리그연맹(LFP)은 2014년 6월까지 모나코의 법인 주소를 프랑스로 옮기지 않으면 리그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2억 유로(약 2500억원)의 기부금을 납부하면 모든 문제를 눈감고 넘어가겠다고 밝혔지만 AS모나코는 “LFP의 처사는 매우 부당하다”며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에 LFP의 규정 이행 유예를 청원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이를 기각했고, 결국 프랑스리그위원회와의 논의 끝에 5000만 유로(약 630억원)의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다른 구단들의 불만을 잠재워야만 했다.

세계적인 저세율 전략에 대한 도덕적 논의는 아직 진행형이다. 국가의 전략을 지적하기엔 저세율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그렇다고 더 많은 연봉을 원하는 축구 선수처럼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나 단지 돈을 아끼고 싶은 개인을 비판하기엔 날이 서지 않아서다. 다만, 도덕적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세수에 대한 갈증이 커질수록 세금을 빼돌리는 것에 대한 눈초리가 사나워지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글=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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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