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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맘' 극성에 "대학 총장실은 괴로워"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 비서실 직원 이모(38)씨는 학부모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졸업반 딸을 둔 학부모는 무작정 “총장을 바꿔달라”고 떼를 썼다. 딸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 교수가 학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점을 올려달라고 사정해도 교수가 봐주지 않아 취업을 못하게 생겼으니 총장과 통화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김씨는 “잘 설득해 돌려보냈지만 대학이 유치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대학 총장실에 ‘막무가내식’ 학부모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 일명 ‘헬리콥터맘’(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맴돌며 지나치게 챙겨주는 엄마) 때문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 총장실 직원 이모(36)씨는 “‘총장을 바꿔달라’거나 ‘총장을 만나게 해 달라’는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며 “성적을 올려달라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여대 총장실 직원 김모(45)씨는 지난해 12월 학부모에게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우리 딸이 학점이 0.1점 모자라 전과를 못했다. 취업에 지장이 생기면 책임질거냐’고 따지더라”며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호통을 치는데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성적 민원 뿐만이 아니다. “총장 추천서가 있어야 취업에 유리하니 추천서를 써달라”는 민원부터 교환학생·기숙사 선발까지 다양한 민원이 쏟아진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대학에선 총장 비서실에서 이런 민원을 응대해 총장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다. 쏟아지는 학부모 민원을 전담하는 고객만족(CS)센터를 설치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헬리콥터맘들이 극성을 부리는 건 극심한 취업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학가에선 ‘총장과의 데이트’ 등 행사를 통해 총장이 직접 학생·학부모와 소통에 나서는 등 총장실 문턱을 낮춘 것도 요인으로 보고 있다.

송인섭 숙명여대(교육학) 교수는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가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지나친 과잉보호는 자녀의 자율성·창의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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