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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2조원짜리 '고고도 머니게임'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17일 외교부에서 조태용 1차관·이경수 차관보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셀 차관보는 사드 배치를 우려하는 중국에 대해 “제3국이 아직 배치되지도 않은 안보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같은 날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오른쪽 사진 왼쪽)는 제주도를 방문해 권영수 행정부지사와 한·중 인문교류 테마사업 등을 논의했다. 류 부장조리는 지난 16일 한국 정부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전달했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17일 오전 10시30분. 브리핑룸에 들어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A4용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청와대와 국방부·외교부가 조율한 정부의 입장이 담겼다. 정부 외교안보팀이 조율한 내용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기존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김 대변인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요청해 올 경우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주변국’이라 칭하며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중국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통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압박 강도를 높이자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응수한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쪽으로 진일보한 입장을 정한 건 아니라는 평가다. 한·미 양국의 입장이 접근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사드 배치 문제는 미국이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결정도 하지 않았고, 협의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2년이 넘도록 사드 배치를 놓고 뜸을 들이고 있다. 여기엔 아직 표면화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사드 배치는 ‘2조원대의 머니게임’이다. 사드는 레이더와 중앙통제처리장치(TFCC), 미사일과 발사대로 구분된다. 이를 합해 사드 포대(Battery)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1개 포대는 통상 레이더와 TFCC 2기 이상, 미사일 8발을 장착할 수 있는 발사대 6개 이상으로 이뤄진다”며 “액수는 어떤 장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2조원 내외”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3년 괌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고, 텍사스주의 댈러스와 루프킨에도 각각 1개 포대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까지는 앨러배마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아칸소 주에 각각 1개 포대씩 모두 4개 포대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15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하지만 자동예산삭감(시퀘스트)으로 국방예산이 대폭 삭감된 미국 입장에선 한국에 추가로 배치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한·미가 사드 문제를 오래가져가는 건 결국 돈 문제”라며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노출돼 절박한 처지인 한국이 사드를 구매하거나 일정 비용을 분담하는 걸 유도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아래 놓인 한국과 미국이 비용분담을 놓고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도 군 현대화와 수조원이 들어가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에 나선 이상 쉽게 사드 배치에 대한 비용분담을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사드는 ‘구매’가 아니라 ‘배치’”(한민구 국방장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것은 몰라도 한국이 사들일 순 없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구매하기에 사드는 너무 큰 규모”라며 “결국 논란은 돈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글=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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