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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무기공장, 디자인 실험장으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과 쓸모와의 조화를 위해 디자이너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일까-.

 버려진 무기공장이 디자인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생테티엔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전시장인 ‘시테 뒤 디자인’은 1869년부터 2000년까지 총기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이 낡은 공장에서 현대 예술과 산업의 주축인 디자인에 대한 여러 질문이 제기됐다.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기보다는 기술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지 질문하고, 기아·질병·환경오염 등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디자인 전시, 맨홀의 원형이나 병뚜껑의 21개 이빨 등 최대한의 쓸모를 향한 디자인의 근본을 탐구하는 전시가 각광받았다. 북한에 피자 만드는 동영상을 보내는 프로젝트(김황), 얼굴 인식에 반대하는 거울(신승백·김용훈) 등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출품됐다.

 시테 뒤 디자인은 생테티엔 고등미술·디자인 학교 교정에 있다. 국제 행사이면서도 규모를 키워 외부 명망가들을 주인공으로 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비엔날레 로고는 학생 공모로 채택했으며, 전시장 밖엔 산·학 협력을 통한 벤치를 설치했다. 인근 탄광박물관에는 조명·유리 작업 전시를, 르 코르뷔제(1887∼1965)의 유작인 피르미니 성베드로 성당에는 스즈키 유리의 사운드 아트 등 장소에 따라 맞춘 설치를 선보였다.

 “우리는 밀라노가 아니다. 상업적이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다. 기업체가 출품을 하더라도 협업에 역점을 둔다”고 기자를 안내한 생테티엔 고등미술학교 사무엘(24)이 말했다. 예컨대 야마하 그룹은 소속 악기 디자이너와 오토바이 디자이너가 각자의 분야를 바꿔 일한 결과를 선보였다.

 예산은 400만 유로(약 48억원), 지난회 행사엔 14만 명이 방문했다. 생테티엔 가엘 페드리오 시장은 “생테티엔은 이제 한 달간 새로운 디자인의 도시가 된다. 시에는 디자인 담당관이 있어 공공 디자인뿐 아니라 기업 활동에서도 디자인 부문에 대한 관심을 높이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테티엔=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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