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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빠지고 지동원 발탁 "뛰어야 부른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다산 슈틸리케’로 불렸다. 어떻게든 승리하는 실용적인 축구로 한국 팀이 승승장구하자 팬들은 그에게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호를 따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실용 축구의 바탕에는 뚜렷한 원칙이 있다. 출전 시간을 꼼꼼히 체크한 뒤 경기 감각이 좋은 선수들로 팀을 짜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맥·관행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흔들림 없는 지도 철학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우즈베키스탄(27일 대전)·뉴질랜드(31일 서울)와 평가전에 뛸 대표팀 명단 23명을 발표했다. 아시안컵 이후 첫 A매치에 나설 선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는 “대표팀은 특별한 곳이고, 영광스러운 자리다. 들어오기 쉬운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이름값 높은 선수가 조금만 잘 해도 발탁했던 기존 관행을 깨뜨리면서 대표팀의 가치를 높였다.


 한국 대표팀을 맡으면서부터 “소속팀 입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도 원칙을 지켰다. 이동국(36·전북)·김신욱(27·울산)·이근호(30·엘 자이시) 등 발탁이 점쳐졌던 공격수들을 모두 배제했다. 그는 “K리그 개막 2주 동안 눈에 띄는 공격수는 없었다. 기존의 이정협(24·상주)과 새로 뽑은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 만으로 공격 자원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5분 안팎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상세하게 답했다. 특히 이동국을 제외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이동국이 올 시즌 리그에서 몇 분동안 뛰었느냐”고 되물었다.

차두리
 그는 김신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몸을 끌어올리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싶어 예비 명단에 넣었다. 그러나 공격진에 부상자가 생겨서 대체 자원이 필요하면 김신욱보다 조영철(카타르SC)을 뽑겠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김신욱이 지난 15일 포항과 K리그에서 넣은 골에 대해서도 “골키퍼의 자책골에 가까웠다”고 했다. 아시안컵 때 활용했던 이근호에 대해선 “인간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지만 소속팀에서 교체 출전으로 나오는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7일 K리그 클래식이 개막된 뒤 전주·광양·수원·포항구장을 돌며 선수들을 꼼꼼히 체크했다. 자신이 직접 봐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특정한 선수가 짧은 기간에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해서 대표팀 문호를 쉽게 여는 건 적절하지 않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선수를 뽑을 수는 있지만 대표팀 운영은 그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 한국이 랭킹이 낮은 우즈베키스탄(72위), 뉴질랜드(136위)와 잇따라 평가전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짧은 기간에 환대를 받았지만 반대로 많은 걸 잃을 수도 있다.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요한 평가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두리(35·서울)의 은퇴 경기에 대해서도 “하프타임 때 관중석에서 내려와 꽃다발을 받고 끝내는 소극적인 은퇴식을 하고 싶지 않다. “(뉴질랜드전에) 선발로 출전시켜 전반 종료 2~3분 전까지 뛰고 기립박수를 받은 뒤 은퇴식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떠나는 ‘레전드’를 향한 따뜻한 배려가 담긴 말이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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