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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


논쟁의 초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행 소선거구제에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접목해 지역구 의원 수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편에선 지역주의 극복의 대안으로 환영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하는 방안이라는 등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양쪽 입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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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지역주의 완화책

고선규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선거연수원 교수)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와 적은 지역구 간 편차가 너무 커서 1표의 가치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말까지 지역구 간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어차피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데 차제에 지역주의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지지를 왜곡되지 않게 의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지역주의적 정치구조를 재생산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소수정당 진출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 제도는 소선거구와 전국 단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혼합돼 있다. 1인 2표제로 유권자는 각각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을 대상으로 표를 던진다. 지역구 의원(246명)과 비례대표 의원(54명)은 투표 결과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 이런 제도에서는 사표(死票)가 과다하게 발생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경우 자신의 표는 사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해도 지역주의 때문에 당선자를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한다. 비례대표를 위해 정당투표를 하지만 이는 전국 단위로 계산돼 지역과는 상관이 없다.

 정당 차원에서 보면 득표율과 의석률 간에 불비례성(Disproportionality)이 발생한다.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득표율보다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은 나름대로 지역에서 일정한 의석을 확보하지만 소수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

 선관위가 제안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런 문제를 고치려는 것이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비례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다. 예를 들어 어느 권역에 30석이 배정된다고 치자. 그러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 대 1로 해서 지역구 20석, 비례대표 10석을 배분한다. 그러면 어느 정당이 지역주의로 인해 지역구 선거에서 대패(大敗)하더라도 일정한 정당득표율로 지역의 비례대표를 확보할 수 있다. 선관위 제도는 ‘석패율’도 도입하는데 이는 지역구 출마자가 동시에 비례대표 명부에도 이름을 올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구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선자와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로 낙선하는 사람이 그 권역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마련하면 정당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자신 있게 공천할 수 있고 후보자로서는 지역구 선거에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를 받는 것이다.

 선관위 제안에 대해 여러 반대가 있다. 우선 인구 수로만 권역을 나눌 경우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농촌지역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농촌지역에 ‘특혜적인’ 의석수를 추가 배당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전문가를 의회에 진출시키는 것인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가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100명 정도에 해당되는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천에 중앙당 권력이 개입할 경우 비(非)민주적인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천제도의 개혁 차원에서 어차피 극복돼야 하는 문제다. 비례대표 공천제도에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문제는 없다.

 지역구가 현행 246개에서 200개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과연 여야 의원들이 동의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분명 이는 현실적인 장애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선거 개혁은 불가능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고선규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선거연수원 교수)

정국 불안정성 높일 가능성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접목해 비례대표 의원은 약 2배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은 지역구도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표를 줄여 표심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한다. 특히 석패율제는 아쉽게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석패율제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 권역별 비례대표의 지역 대표성 약화 가능성, 고비용 정치구조로의 회귀 같은 문제점도 예상되는 까닭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진정한 의미의 비례대표제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점이다. 비례대표제는 직능 대표성과 정책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등록하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라는 취지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이와는 관계없이 구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열세 지역 권역별 비례대표 앞 순번에 석패율제에 따른 후보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면, 직능별 대표와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자는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를 위협할 수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정해 비례대표를 늘린 기준도 그 근거가 미약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확대는 중앙당의 권한을 강화하고, 군소정당 난립과 여소야대를 초래할 수 있어 정국 불안정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둘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지역 대표성과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가 그렇다. 선관위의 의견에 따라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경우 인천·경기·강원이 같은 권역으로 묶이게 된다. 인구비례만 고려돼 지리·역사·문화적으로 동질성이 약한 지역들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게 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선관위 안 대로라면 수도권 선거구가 늘어나고 비수도권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국가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고비용 정치구조 및 금권정치로의 회귀 가능성이다. 지구당을 부활하거나 법인·단체에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는 방안은 특히 우려스럽다. 선관위는 2004년 폐지된 시·군·구 지구당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현 당원협의회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정치인 사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과거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로 비유돼 폐지된 제도다. 사무실 임차료·인건비 같은 고정비용이 드는 고비용 정치구조로 돌아갈 수 있다. 국민경선 제도는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역선택 방지와 국가 재정과 개별 후보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경유착과 불법적인 입법 로비를 막기 위해 금지했던 단체와 법인의 정치자금 기탁을 다시 허용하는 것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여전히 금지하고 선관위에 연간 1억원 한도로 기탁하게 한다지만, 정경유착의 고리가 되살아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관위의 제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된 개혁안들을 반영하고, 우리 선거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관위의 제안 취지를 잘 살려 바람직한 개편안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점들은 보완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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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