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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게임개발자

게임 개발은 많게는 100명까지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팀 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게임 개발 총 책임자인 PD는 기획·프로그래밍·그래픽 전반을 이해하면서 개발의 방향을 정하고 팀 간 협업을 이끈다. 게임 ‘메이플스토리’ PD인 넥슨 라이브서비스개발본부 황선영 디렉터(왼쪽)가 메이플 팀원들과 함께 다음 업데이트 기획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소년 희망 직업 중 항상 상위권에 오르는 직업 중 하나가 게임 개발자다.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은 습관처럼 나중에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게임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핑계도 덧붙인다. 하지만 정작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선 모른다. 그저 게임을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어설픈 생각에 빠진 아이들도 많다.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게임 중독과 애정은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개발자들은 “게임 개발자는 독창성과 창의력은 물론 논리력·사고력·표현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다방면의 능력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임 개발자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능력과 소양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봤다.

개발 기간만 수년, 집단 창작 프로젝트

게임 개발은 크게 신작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로 나뉜다. 라이브 서비스는 기존 게임에 신규 요소를 추가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업데이트하며 게임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과정에 게임 개발자가 필요하다. 게임 개발자는 다양한 직종으로 구분된다. 크게 보면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로 나뉜다. 기획자는 게임의 컨셉트를 잡고, 스토리를 입히면서, 게임 내 다양한 환경의 밑그림을 그린다. 시나리오와 캐릭터 구상부터 유저가 수행하는 임무인 퀘스트는 물론 게임 내 경제 시스템과 커뮤니티의 형성까지 게임 개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게임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바로 기획자다. 기획자의 아이디어는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서 게임의 모습을 갖춰간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화면 속에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프로그래머는 PC·모바일 등 기기에서 게임이 잘 돌아가도록 프로그램을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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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를 한데 묶어 개발을 총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개발 총책임자(PD)다. 회사별로 PD는 서비스하는 게임의 수만큼 있다. PD를 중심으로 게임별 프로젝트 팀이 꾸려진다. 모바일 게임은 10~30명 안팎, PC 온라인 게임은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으로 팀을 꾸린다. 네오위즈에서 신작 게임인 애스커(ASKER)의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박성준(40) 개발 디렉터는 “게임 개발은 집단 창작 과정”이라며 “게임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많게는 100여 명 가까운 인력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은 보통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게임의 방향과 초기 모델을 보여주는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기획했던 게임 요소를 거의 구현시킨 알파 버전, 상용화 직전의 베타 버전과 서비스 상용화까지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바일 게임은 보통 6개월~1년 6개월, PC 온라인게임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7년 동안 개발을 진행한다. 넥슨 라이브개발본부 한국메이플 황선영(39) 디렉터는 “수 년의 개발 기간 동안 시장 트렌드가 변해 중간에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PC 온라인 게임은 대작의 경우 500억원 가량 투자비가 들기 때문에 1년에 한두 게임 나오기도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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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군 상관 없이 누구나 PD 될 수 있어

새로운 게임 기획안이 경영진을 통과해 개발·투자가 확정되면 개발 TF팀이 꾸려진다. 누구든 기획안만 우수하다면 개발 총책임자인 PD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이형주(39) 컴투스 게임제작본부 이사는 “게임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한 직군으로 들어오지만 업무 능력과 기획력에 따라 누구든 PD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디렉터는 “PD는 기획·프로그램·그래픽 전반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5년 이상은 경력을 쌓으면서 회사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들은 “PD는 개발 효율화를 위한 직급일 뿐이지 고정된 직함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PD로 개발을 총괄하던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팀장급 역할을 다시 맡기도 하고, 신작 개발 PD를 맡다가 라이브 서비스 PD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게임 개발자들의 하루는 어떨까. 황선영 디렉터는 “모험적인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신작 개발을 선호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찾는 사람은 라이브 서비스 팀으로 가기를 원한다”고 설명한다. 라이브 서비스는 정기적인 업데이트 시기가 있고, 이에 맞춰 개발이 계획적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돌발변수가 적고 규칙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반면 신작 개발은 내부 계획에 따라 수개월 단위로 중간 목표를 세우고 개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목표 시기에 이르면 야근과 밤샘이 반복되기도 한다. 박 디렉터는 “신작 개발은 몸이 피곤하고 중간에 개발 계획이 엎어질 수도 있는 등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내가 만든 게임이 성공하면 그만큼 보람도 크다”며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직이 활발하다는 것도 게임업계의 특징이다. 신작 개발을 주로 선호하는 개발자들은 한 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새로운 기획안을 가지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개발은 투자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곧바로 신작을 또 준비하기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엔 모바일 게임 업체의 성장이 가파르다.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다 모바일 게임으로 뛰어드는 개발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에서 모바일 게임의 매출액은 2011년 4235억원에서 2013년 2조3276억원으로 2년 만에 6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형주 이사는 “3~4명이 뜻을 모아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며 “매해 수십 개의 업체가 새로 생겨났다가 사라지곤 한다”고 전했다. 유영진 컴투스 홍보팀장은 “한국 모바일 게임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지난해 컴투스의 매출 중 7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넥슨의 게임 음향실. 게임에 필요한 소리들을 녹음하고 있다.


게임 개발의 시작은 키워드 정하기부터

한국의 게임 산업은 국내 총 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2013년 해외 수출액은 3조원 가까이로 늘었다. 해마다 PC와 모바일을 합쳐 수백 종의 게임이 쏟아지고 또 그만큼 많은 게임이 유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임 개발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박성준 디렉터는 “게임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획자는 논리력과 분석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자 선발 면접을 볼 때면 항상 게임과 관련한 이슈를 던진 뒤 면접자가 논리와 근거를 갖춰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박 디렉터가 말하는 게임 개발 초기 과정은 다음과 같다. “게임의 정체성을 몇 개의 어휘로 집약해 추출합니다. 이걸 키워드라고 부르는데, 각각의 키워드에 맞는 세부적인 기획을 세워나가며 게임의 전체 틀을 잡는거죠. 키워드를 뽑는 데만도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려요.” 황선영 디렉터는 “딱 한 문장으로도 경영진에게 재미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그 한 문장은 게임 개발의 이유, 중간 점검 기준, 마무리에 이르는 모든 철학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박 디렉터가 개발을 진행 중인 애스커의 키워드는 “월드다이내믹, 파괴, 액션, RPG”다. 월드다이내믹은 변화무쌍한 맵의 특징을, 파괴는 타격감을, 액션과 RPG는 게임의 장르를 표현한다. 박 디렉터는 “기획자는 각각의 어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게임 내에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자의 기획 의도는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이형주 이사는 “기획자는 본인의 기획이 재미있다는 공감을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서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거꾸로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신의 기획을 수정하는 유연함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인문학적 소양도 중요하다. 박 디렉터는 “한국 게임산업이 당면한 문제는 깊이 있는 세계관과 풍부한 스토리를 구축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역사·정치·경제 등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기획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기획하려면 화폐유통과 경제규모를 통찰할 수 있는 거시 경제학을 이해해야 한다. 캐릭터의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계산하고 아이템 획득 확률을 조합해내는 등 수학적 감각도 필요하다. 박 디렉터는 “경제학과·수학과·통계학과 등 기초학문 학과 출신들이 게임 기획자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논리력·분석력·사고력은 결국 튼튼한 기초 학문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게임 프로그래머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PC·모바일 등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면서 게임이 끊김없이 잘 돌아가도록 구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 프로그래머를 뽑을 때 컴퓨터공학과·전산학과 등 관련학과 지식을 높게 평가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 감각이 중요하다. 그래픽 디자이너 중엔 미대 출신이 많다.

 게임 개발은 수 년의 시간 동안 수십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마라톤이기 때문에 팀 간 협업과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개발자들은 “서로 간에 호흡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팀 단위로 이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자신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는 식의 외골수 스타일의 기획자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게임 개발자로서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필수라는 얘기다.



대중이 원하는 재미를 찾고 퍼트리는 사람

개발자들은 “게임 개발자는 대중이 열광하는 재미를 찾고 재미를 퍼트리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개발자 스스로도 게임을 즐길 줄 알아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이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지를 찾는 것이라는 말이다.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만화·영화·TV·공연 등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개발자들은 “게임중독과 게임에 대한 애정은 분명하게 구별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황선영 디렉터는 “재미는 정량적으로 계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며 “개발자들은 직관적으로 재미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 직관은 다양한 대중문화의 경험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메이플스토리가 진행했던 한 업데이트를 예로 들었다. 게임 개발자들에게 유저가 일련의 임무를 수행하면 보상을 주는 스토리 콘텐트는 계륵과 같다. 몇 개월을 준비해 업데이트를 하면 게임을 많이 하는 유저들은 단 며칠만에 업데이트한 콘텐트를 모두 소비해버린다. 그러면 개발자는 다시 다음 업데이트를 위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업데이트를 안 할 수도 없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이런 고민에 빠졌을 때 메이플스토리 기획팀에서 아이디어 하나가 제출됐다. 드라마의 특징을 게임에도 적용해보자는 안이었다. “게임과 드라마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측면에 주목했죠.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스토리를 수정해 가잖아요. 그건 스토리를 한 번에 다 풀지 않고 조금씩 풀기 때문에 가능한거죠.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과 이슈를 남깁니다. 이 방법을 게임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준비된 스토리를 한 번에 업데이트하지 않고 2주에 한 번씩 6회에 걸쳐 풀었다.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하는 유저라도 다음 스토리를 기다려야 했고 3달 동안 유저 사이에 궁금증과 이슈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황 디렉터는 “재미는 모든 문화 콘텐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며 “개발자는 사람들이 어떤 예능에 열광하는지,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등 문화 콘텐트 전반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를 꿈꾼다고 게임에만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예능·드라마·영화·음악 등 다양한 문화 장르로 시야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Q&A]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세 직군으로 나눠 채용


Q 대학에선 어떤 전공을 해야 하나요.

A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세 직군으로 나눠 채용한다. 프로그래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본다. 컴퓨터공학과·전산학과 출신이 유리하다. 그래픽 계열은 미적 감각이 우선이다.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기본 미술 실력이 좋아야 한다. 미대 출신을 선호한다. 기획자는 특별히 유리한 전공은 없다. 경제학과·철학과·수학과·통계학과는 물론 음악과·체육학과까지 정말 다양하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기획안 등 포트폴리오를 본다.”

Q PD까지 올라가려면 어떤 직군이 유리한가요.

A “유리한 직군은 없다. 현재 활동 중인 PD 중엔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출신이 다양하게 섞여있다. 기획자와 프로그래머 출신이 더 많고 그래픽 출신이 조금 적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직군으로 들어왔던 기획·프로그램·그래픽까지 모든 영역을 이해하고 아우를 수 있는 시야다. 최소 5년 정도는 경력을 쌓으면서 실무능력을 길러야 한다.”

Q 중·고등학교 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먼저 자신의 진로를 정확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문과인지 이과인지, 또는 예술 쪽인지부터 결정해라. 어느 직군으로 입사해도 PD까지 올라가는데 제한은 없다. 자신의 성향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고 해당 대학·학과를 먼저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Q 게임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A “개발자를 뽑는 것이지 프로게이머를 뽑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줄 알아야 하지만 특정 게임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해서 특별한 플러스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게임에만 심취하는 것은 개발자로서 좋은 소양이 아니다. 게임뿐 아니라 TV·영화·공연·음악 등 다양한 문화 콘텐트에 대한 이해가 해박한 사람을 더 원한다. 또 채용 과정에서 직군별 포트폴리오를 중요하게 본다. 기획자라면 기획안으로 실력을 보여야 하고 프로그래머라면 프로그래밍 능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픽은 미술 감각을 입증해야 한다. 본인의 전공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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