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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 교육 앞두고 혼란에 빠진 중1 교실

“큰 애가 올해 중학교 갔는데, 첫 시간부터 담임 선생님이 ‘너희 고등학교 가면 큰일난다’고 겁을 주셨대요.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도 없어지고 교육과정이 달라진다는데 대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김연정·45·서울 양천구 목동)

“중1 아이가 고등학교 갈 때부터는 문·이과 통합된다고 해서 학교 선생님께 여쭤보니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학원에선 ‘문과 애들이 수학·과학 더 공부해야 하고, 이과 애들은 한국사·사회 과목까지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정화진·42·서울 서초구 반포동)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이 실시된다. 바뀐 교육과정의 첫 적용 대상이 되는 중1 학부모는 전전긍긍이다.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전보다 사교육에 더 의지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일선 학교 “93개 선택 과목 모두 개설 못해”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과목이 신설돼 국어·영어·수학·한국사와 함께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다. 국어·영어·수학·통합과학·통합사회·한국사 등 6과목을 문과와 이과 고교생이 모두 배우게 되는 것이다. 현재 문과와 이과 학생이 따로 배우는 계열별 심화 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과목으로 별도 개설해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제시한 선택 과목은 총 93가지다. 일반선택은 수학Ⅰ·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영어회화, 영어독해와 작문, 물리학Ⅰ·Ⅱ, 한문Ⅰ, 세계사, 경제, 사회문화 등 51개, 진로선택은 실용수학, 기하, 경제수학, 실용영어, 영미문학읽기, 여행지리, 과학사 등 42개 과목이다.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93가지 선택 과목을 모두 개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의 한 일반고 김모 교사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거쳐 실제 수업할 일부 과목만 골라 개설할 공산이 크다”며 “학교가 수업할 과목을 정할 수밖에 없다면 학생의 자율적 선택을 중시한다는 교육부의 취지를 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대입을 위해 치러야할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는 어떤 과목이 들어갈까. 서울 서울의 하모 부장교사는 “6개 필수 과목에 선택 과목 1개가 추가되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할 학생이라면 한국지리·세계사·영미문학읽기 같은 심화 과목을 선택하고, 이공계열에 진학할 학생은 미적분·기하·물리Ⅱ 등을 전공 관련 과목을 선택하고 이를 수능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 교육이 답일까

학부모들은 문·이과 통합 교육 방침을 두고 “공부할 분량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학부모 정화진(42·서울 반포동)씨는 “지금 수능 체제라면 국·영·수에 계열에 맞는 선택 과목 2개를 더해 5과목만 공부하면 되는데, 새 교육과정에서는 이공계 진학하려 해도 통합사회에 한국사까지 공부해야 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과 성향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통합사회 과목에서 고득점을 받느냐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부모 조미진(43·서울 성수동)씨는 “이과 성향의 중1 아들을 얼마 전에 독서논술학원에 등록시켰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설명을 들어보니 한국사 시험 문제를 어렵지 않게 출제하고 통합사회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과목 지식을 끌어모아 설명하는 형태라더라”며 “일단 책을 많이 읽히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외고나 국제고 등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이 훨씬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과정 개정 총론을 보면 통합과학의 내용이 ‘자연환경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주제를 중심으로 과학사적 측면에서 자연현상과 인간의 관계, 과학기술 발달과 인간생활의 이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과학사를 중심으로 과학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다고 풀이한다. 하 부장교사는 “그간 다소 낮은 과학 성적 때문에 막혔던 문과생들의 이공계 진학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혼란의 와중에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조씨는 “학교 교사에게 자문을 구해도 ‘잘 모른다’고 하거나 ‘학교 생활에만 충실하라’는 원론만 반복하기 일쑤라, 학부모 입장에선 맞든 틀리든 분명한 해법을 제시해주는 학원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수년간 특정 교과목만 가르쳐온 학교 교사가 통합과목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말이다. 학습 컨설팅업체인 샤론코칭&멘토링연구소 이미애 대표는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이 내용이 학생의 생각과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주목하는 게 상위권 대학의 입시 경향”이라며 “중학생 때는 기계적으로 많은 책을 읽히는 것보다는 적은 책을 읽더라도 깊은 사고를 이끌어주는 독서 지도를 해줘야 대학 진학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이 팀으로 하는 협력 수업 이뤄져야”

경기도 백영고 오상길 교감은 “통합 과목이 도입되면, 교사들 사이에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두고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고 권영부 수석교사는 통합 수업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팀티칭(2명 이상의 교사가 동시에 한 교실에 들어가 협력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블록수업(2~3교시를 연결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수업을 연속해 진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 개념을 가진 대주제를 이해하려면 관련 교과의 교사 2~3명이 함께 수업해야 하고, 강의와 토론을 병행하다보면 수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남부호 과장은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소통의 수업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라 과도기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일선 학교의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최미숙 대표는 “학부모의 눈으로 교육과정 개정안을 보면 이상적인 표어만 있지, 현실적인 방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1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선 바뀐 교육제도에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대학에 갈 수 있는지가 궁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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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