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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한 지 8분 만에 땡, 다음 여성 만날 시간입니다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땡~땡~땡~’.

남자는 여자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여자는 “벌써 헤어지네요”라고 아쉬워했다.

 만남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곳곳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제 막 친해졌는데 … ” 12명의 남자들은 ‘다음’ 여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열린 데이트 현장. 이른바 ‘스피드 데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2시간 동안 12명의 이성을 만나는 게 이 미팅의 규칙이었다. 이성 한 사람을 만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8분. 종이 울리면 바로 다른 이성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새로 만난 이성에게 같은 자기 소개를 또 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외모와 특징도 파악해야 했다. 이렇게 반복하길 12번. 행사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서 호감가는 사람의 번호를 쪽지에 적어 냈다. 내가 번호를 써낸 상대방이 내 번호를 써내면 ‘매칭’ 성공이다. 7년차 직장인 문모(36)씨는 “매칭은 불확실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의 다양한 이성과 압축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 미팅에 참여한 사람들의 직업은 유명 증권사나 대기업 직원, 대학 교수 등 다양했다. 강남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0·여)씨는 “평소 이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날이 세 번째 참여라는 김모(32·남)씨는 “많은 여성을 만나 기분은 좋지만, 지인 소개를 통한 소개팅보단 신뢰도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형태의 만남이 유행을 탄 건 4~5년 전이다. 스피드데이트 전문업체인 ‘소울메이팅’을 비롯해 서울에만 10여 곳의 소개팅·미팅 주선업체가 생겼다. 업체들은 2만~4만원의 파티 참석비를 받는데, 파트너와 조를 이루는 ‘단체미팅’ 등 방식도 다양하다.


결혼정보업체도 회원 간 일대일 만남을 주선하면서 동시에 이런 스피드 미팅을 연다. 이재목 듀오 팀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연 80회 가량 스피드 단체미팅을 개최한다”며 “특히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이런 만남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커리어 뿐 아니라 남녀 관계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여자라이프스쿨의 이재은 대표는 “미국은 중·고교부터 (졸업파티 등) 파티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단체미팅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있다”며 "‘주선자’ 개념이 도입된 문화로 한국식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 해법을 고심하는 자치단체가 이런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서초구청은 2009년부터 매년 관내 단체미팅을 주선한다. 김정미 서초구청 여성보육과 주무관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라며 “삼성(서초동), 현대기아자동차(양재동) 등 주요 대기업의 본사가 관내에 있어서 참가자를 섭외하기 쉽다”고 귀띔했다.

 이런 미팅이 많이 열리는 곳은 강남이다. 듀오만 해도 단체미팅의 80%를 강남에서 개최했다. 江南通新이 듀오에 의뢰해 25~35세 미혼 남녀 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시내 도심지 10곳(강북 5곳·강남 5곳)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시내 소개팅·미팅 장소로 강남역이 꼽혔다. 다음으로는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입구역 순이었다. 듀오 관계자는 “남녀 불문하고 선호하는 미팅 장소는 강남”이라며 “여의도·시청·광화문은 상업시설이 많은 대신 상주하는 인구가 적어 주말에 이성을 만나기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서초동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30대 남녀 12쌍이 스피드 데이트를 하고 있다.
이런 만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예리 중앙대 교양학부 강사는 “짧은 시간에 단편적 정보에 의존하는 건 결국 ‘외모지향적’ 만남일 뿐”이라며 “사람 간 만남이 마치 ‘상품 교환’처럼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심리학』의 저자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상대 이성에 대한 단편적 정보로 ‘내 사람’이란 확신을 얻는 건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미팅에서 접하는 이성 숫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여성에게 호감을 나타낸다”며 “여성은 참여자 숫자와 무관하게 소수의 이성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등 신중한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일러스트 = 심수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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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