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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밥상을 바꾸는 수퍼곡물

퀴노아·렌틸콩·치아씨드·아마란스·귀리. 주로 외국에서 나는 곡물이다. 이런 이름을 처음 들었다면 낯설게 느끼겠지만 최근엔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인기 곡물이 됐다. 실제 백화점·마트 곡물 코너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각 매장에서는 쌀·현미를 매장에서 즉석 도정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최근엔 다양한 수퍼곡물을 앞쪽에 진열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청담동) 지하 고메이494 곡물 코너에는 현재 렌틸콩·아마란스·치아씨드·삼색퀴노아 등 6종의 수퍼곡물을 판매하고 있다. 조훈 갤러리아백화점 F&B상품팀 바이어는 "고메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수퍼곡물 매출이 60% 성장했다”고 말했다. 수퍼곡물은 바쁜 일상과 불규칙한 식사, 잦은 외식 등으로 풍요 속 영양결핍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의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요리하기 쉽고 섭취할 때 거부감이 적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수퍼곡물의 인기를 처음으로 이끈 건 퀴노아다. 4~5년 전부터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퀴노아에는 단백질·칼슘·칼륨·오메가3 등이 풍부해 수험생들에게 먹이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붐이 일었고 엄마들은 해외직구를 통해 한국에 사 날랐다. 신이 내린 곡물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매장에서는 퀴노아를 조리하기 쉽게 볶거나 식감을 좋게 하려 발아시킨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퀴노아의 가격은 일반 백미와 비교하면 2~3배 비싼 편이다. 퀴노아 열풍은 국내뿐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건강 밥상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퀴노아만큼 많이 알려진 게 렌틸콩이다. 지난해 5월 가수 이효리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렌틸콩 요리를 올리며 ‘이효리 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단백질·비타민·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맛도 좋다. 『슈퍼곡물 레시피』의 저자이자 요리연구가 문인영씨는 “렌틸콩은 달고 고소한 맛이 있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이러한 대중적인 맛이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렌틸콩은 커리·수프 등 농도가 짙은 국물 요리를 비롯해 떡갈비·햄버거 등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최근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치아씨드가 인기다. 물에 넣으면 불어나 쉽게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미란다 커가 아침마다 마시는 해독주스에 치아씨드를 넣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치아씨드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문씨는 “치아씨드는 5배 이상의 물에 15분 이상 불린 후 먹는 것이 좋으며 특별한 맛과 향이 없기 때문에 요거트 토핑이나 시리얼 푸딩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수퍼곡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업계도 분주하다. 즉석밥·냉동밥 시장은 수퍼곡물을 넣은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봄나물밥 2종을 출시했던 풀무원은 수퍼곡물을 넣은 영양밥을 내놨다. 제갈지윤 풀무원식품 프로덕트 매니저는 “최근 ‘건강한 한 끼 식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아졌고 여기에 퀴노아와 렌틸콩 같은 수퍼곡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12월 이런 곡물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석밥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퀴노아와 렌틸콩을 넣은 ‘햇반 슈퍼곡물밥’ 2종을 출시했다.

 수퍼곡물이라고 해서 맹신해서는 안된다. 영양이 풍부한 건 맞지만 곡물이라는 점을 감안해 과일이나 고기 등으로 다른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수퍼곡물 대부분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다른 음식과 쉽게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낯선 곡물이라 부담된다면 처음엔 평소 자주 먹는 음식에 조금씩 넣는 게 좋다. 쌀에 비해 식감이 다소 질긴 만큼 초반에는 부드럽게 익히는 방식으로 친해지고 점점 익숙해지면 볶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바삭하게 씹는 맛을 살리는 게 좋다. 문씨는 “수퍼곡물은 1회 식사량의 20~3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섭취하되 두뇌 활동을 위한 탄수화물이 많이 필요한 아침식사 시간에는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수퍼곡물은 적은 양을 매번 익히기 번거로운 만큼 미리 삶아뒀다 조금씩 나눠 냉동 보관해두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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