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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사회고발' 있는 한 … 언론 사업은 망해도 언론 활동은 흥한다

염려가 지나쳐 나약해 보인다. 좋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말에 체념이 비친다. 언론계 말이다. 여기저기 어렵다지만 그런 어려움을 전하고 분석하는 언론이야말로 진정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다. 독자가 줄고, 광고가 줄고, 영향력이 준다. 이렇게 쇠락하는가?

 지난 10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손님이 오셨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국제 공공 프로그램 국장인 쉬프린 선생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세계의 탐사보도를 조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강연 주제는 ‘세계의 추문폭로자(muckrakers)’였다. 추문폭로자란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개혁주의 물결에 힘입어 등장한 사회고발 언론인을 의미한다. 강연 내용은 미국의 추문폭로 전통에 비견할 만한 탐사보도 실천을 세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이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에서 숭고한 폭로자의 역할을 수행했던 언론인들에 대한 논의를 거쳐 현재 탐사보도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쉬프린 선생은 말했다. “현재 탐사보도와 고발 언론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규모의 언론에서 모두 그렇습니다. 뉴욕타임스나 르 몽드 같은 유력 언론사들은 후원자와 명성을 얻기 위해 탐사보도에 투자하고 있으며, 소규모의 인터넷 기반 또는 독자적 활동을 하는 추문폭로자들도 활발합니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언론 사업은 망해도 언론 활동은 흥하고 있구나. 독자와 광고에 의존한 사업 모형으로서 언론은 끝나고 있다. 그러나 쇠락하는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이 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쓰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더욱 투철하게 쓰고 있다. 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력 언론사의 기자들도 그렇다. 그리고 새로운 언론을 꿈꾸며 기회를 노리는 예비 언론인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기자, 즉 쓰는 이들이란 원래 그랬다. 애초에 돈이나 권력을 원했다면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을 자들이다. 성공한 언론인이란 쓰다 보니 명성과 안정을 얻게 된 자들이지 처음부터 돈과 명성을 좇던 자들이 아니다. 다음 사례가 이 주장을 예증한다.

 여기 청운의 뜻을 품고 언론계에 투신한 두 네덜란드 청년이 있다. 네덜란드 언론도 쇠락을 면할 수 없는지라 언론사에 입사해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특히 선배 기자들이 좋았던 시절에 대한 옛이야기만을 해대는 데 질렸단다. 이들은 우울한 기성 언론을 떠나 뉴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일종의 뉴스 아이튠즈인 블렌들(blendle.com)이다. 제휴한 언론사의 뉴스를 큐레이션해서 제공한다. 독자는 원하는 기사만을 골라 유료로 읽는다. 기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두 네널란드 청년은 말한다. 가치 있는 뉴스가 넘치는데도 널리 읽히지 않고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공짜 내용을 좇다 고품질 기사를 놓치는 독자를 돕고 싶었다고. 뉴욕타임스와 악셀 슈프링거는 지난 10월 블렌들에 3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추문폭로자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한 언론은 위기라 할 수 없다. 언론 본연의 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뉴스 제공 사업자가 등장하는 한 언론이 망한다 할 수 없다. 오래된 사업 모형이 위태로운 것일 뿐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시도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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