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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바뀐 승강기 검사 … 공사 덜 끝내놓고 "합격증 달라"

지난해 12월 중순 국민안전처 승강기안전과에 제보가 한 건 접수됐다. “한 달 전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하 관리원)의 완성검사에서 불합격 받은 엘리베이터가 사흘 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하 기술원)의 검사에서 통과돼 합격 증명서를 받았는데, 발급 당일 그 엘리베이터는 전기 배선 공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는 내용이었다.



〈1〉 불합격 승강기가 사흘 뒤 "합격" … 무슨 일이
관리원·기술원 두 기관서 경쟁
불합격 주면 검사기관 바꿔버려
지난해 승강기 사고로 78명 사상
검사기관 통합 법안 국회 계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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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엘리베이터는 서울 대치동 A빌딩에 설치돼 있다. 지난 10일 그곳을 찾아갔다. 엘리베이터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내부의 제어장치 밖으로 전선이 뒤엉켜 나와 있었고, 지하 2층의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공사 자재들이 널려 있었다. 설치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태의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검사기관의 완성검사(설치 완료 후에 받는 정밀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국민안전처 승강기안전과 관계자는 “합격증을 내준 경위를 기술원에 해명하라고 요구했는데, 차일피일 하며 석 달을 미루다 12일에야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공문이 온 그날은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날의 이틀 뒤다. 공문에는 ‘검사는 정상적으로 했다. 문제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설치업체가 자체 검사를 위해 다시 해체했기 때문이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승강기안전과 관계자가 설명했다.



 제보자는 이에 대해 “거짓말이다. 완성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격증을 주고 정부를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안전처의 한 간부는 “승강기 관련 기술자 등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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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강기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승강기 검사를 맡고 있는 관리원과 기술원이 검사를 받을 ‘고객’을 유치하는 경쟁을 하면서 검사기관이 검사를 받아야 할 업체의 눈치를 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국승강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김찬오 교수는 “검사기관이 검사받을 업체를 모시기 위해 굽실굽실해야 한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검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기관이 을(乙)이 되고, 검사를 받아야 하는 업체가 갑(甲)이 된 비상식적인 상황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승강기 검사기관은 관리원과 기술원 두 곳이다. 관리원은 국민안전처 산하, 기술원은 고용노동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관리원은 일반용 승강기, 기술원은 산업용 승강기로 검사 대상이 달랐는데, 1997년 이 구분이 사라졌다. 경쟁 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지난해 말 승강기 검사 시장 점유율(완성검사 기준)은 49.9%대 50.1%로 기술원이 약간 높다. 2010년에는 56.4%대 43.6%로 관리원이 앞섰다. 한국엘리베이터 협회의 한 회원은 “기술원이 최근 수년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고 말했다.



 승강기 검사기관의 경쟁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2년에는 문희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경쟁 체제는 승강기 제조업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게 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검사기관을 일원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이 “검사 업무에 경쟁을 붙이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현장에서 만난 검사원들도 뒤바뀐 ‘갑을 관계’에 대한 불만이 컸다. 관리원의 검사원 류모(35)씨는 “검사를 하는 도중에도 설치 업체가 ‘시간 없으니 빨리 처리를 해달라’고 재촉한다. ‘대충 끝내고 합격증을 주면 서로 좋은 것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검사받는 쪽에서 이렇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다른 분야에도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기술원의 검사원 김모(34)씨는 “회사에서 최대한 ‘고객’과의 마찰을 빚지 말라고 한다. 검사를 제대로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설치 업체 눈치 안보고 검사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강기 중대사고(입원 1주 이상, 통원 치료 3주 이상)는 지난해에만 70건이 일어났다. 4명이 숨지고 74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부 조사에서 그중 16건이 관리·유지보수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완성검사·정기검사 등의 공식적 점검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찬오 교수는 “두 검사기관을 하나로 통합하기가 어려우면 시·도별로 관할 지역을 나눠서라도 두 기관이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두 기관을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박인숙 의원 등 발의)이 계류 중이나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언·손국희 기자 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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