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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주철환
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
야외전축 들고 소풍 가던 시절엔 CCR(클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이 대세였다. 조영남이 ‘물레방아인생’으로 번안해 부른 ‘Proud Mary’ 해적음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춤추기에 적당했다. 끝자락에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이라는 10분 넘는 노래가 있었는데 당시 DJ들은 ‘풍문으로 들었소’라고 소개했다.



그 제목이 다시 드라마로 환생했다. 더구나 믿고 보는 ‘안정(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 콤비’의 작품이라니. 그런데 시청소감이 한마디로 ‘웃프다’.



 글을 오래 썼어도 ‘웃프다’라는 말은 처음 써본다. ‘웃기다’와 ‘슬프다’가 결합한 말. 이 말은 묘하게 노랫말과 오버랩 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이 부른 ‘그 겨울의 찻집’(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절정 부분이다. 살다 보면 몸과 맘이 따로 노는 경우가 종종 닥친다.



 지난주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 장면에선 심약한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밥상을 집어 던진다. 혈통과 체통을 중요시하는 ‘점잖은’ 분이다. 분을 못 참아 몸까지 내던지다 대궐 같은 집 안의 난간에 다리가 걸려 고꾸라진다. 도대체 어떤 연유이기에.



 인물 면면을 보자. 18세 아들은 ‘특권의 인큐베이터에서 만들어진 수재’다. 아버지는 법무법인 대표이며 ‘논리의 제왕이자 의전의 달인’이다. 보육기에서 나온 아들은 더 이상 ‘그 모양 그 꼴’이 아니다. 재개발 사각지대에 살던 고교생 며느리는 혼전임신으로 출산까지 했다. 어찌어찌하다 결국 양가 부모 상견례 자리까지 왔는데 바로 거기서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안 감독의 블랙코미디는 대체로 어둡다. 내용도 어둡고 화면도 어둡다. 영화 같다는 사람도 있고 답답하다는 사람도 있다. 내겐 주제의식과 예술감각이 잘 어우러져 고급으로 보인다.



‘안정 콤비’는 이름(내가 멋대로 붙인 것이지만)과 달리 ‘불안정한 관계’에 관심이 많다. 전작인 ‘아내의 자격’ ‘밀회’의 주인공들도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낡은 것들과 새로운 것들, 지키려는 자들과 깨려는 자들이 부닥치는 지점에서 카메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 그러나 돈 앞에서, 권력 앞에서도 과연 평등한가.” 정답은 없다.



그래도 해답이 궁금하면 오늘 저녁 본방사수 하시라.



주철환 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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